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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과 경쟁에서 벗어나 살 수 있을까

by 여의도노마드

인간은 계급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근대화 이전 사회에서는 부모의 신분이 곧 나의 계급을 결정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었고, 농경 사회 특성상 가족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 정해진 계급과 지역 안에서 가정을 꾸리고 생을 마무리했다.


전쟁, 산업혁명, 자본주의의 발전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계급 체계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직업이나 직위를 가졌는지가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한다. 계급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특히 한국 사회는 근대 이전부터 계급 상승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그 열망은 강하다.


그러나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계급 상승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만큼 창업 성공을 통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크지 않고, 그렇다고 유럽처럼 복지 제도가 잘 갖추어진 것도 아니다. 한국은 계급 상승을 꿈꾸는 사람들이 각자도생 하며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정신적·사회적 압박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


이 속에서 사람들은 갈라진다. 한쪽은 계급적 사고에 순응한다. 이들은 계층 이동을 목표로 경쟁에 뛰어들며, 자신의 위치를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다른 한쪽은 그 사고에서 벗어나려 한다. 경쟁 게임 자체를 거부하거나, 협력과 평등을 지향하는 대안을 모색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미국과 유럽 그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상징하는 창업 기회와 혁신의 자유, 유럽이 보여주는 복지와 안전망의 균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개인에게만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구조를 바꾸고, 기회와 안전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회적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 역시 계급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경쟁과 협력, 자유와 안정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인간은 완전히 계급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만 계급을 쟁취하려는 끝없는 경쟁에 휘말릴 것인지, 아니면 계급을 넘어서는 삶의 방식을 모색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나는 그 중간의 길을 찾고 싶다. 경쟁과 협력, 자유와 안정 사이의 긴장 속에서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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