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고유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남들과 조금은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 마음은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생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욕망을 소유를 통해 드러낸다. 더 비싼 가방, 더 비싼 시계, 더 비싼 자동차, 더 비싼 집.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도 마음이 향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런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브랜드와 가격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하나의 신호처럼 작동한다. 무엇을 가졌는지가 어느 순간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
이 욕망은 계급주의적 생각과도 맞물려 더 커지기도 한다. 가격은 비교를 낳고, 비교는 서열을 만든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비싼 무언가를 가졌다는 사실이 마음을 잠시 편안하게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내 더 위를 바라보게 되고, 욕망은 더 커져만 간다.
소유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은 경험으로 눈을 돌린다.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골프와 테니스, 낯선 도시로의 여행. 끼니와 운동, 휴식마저 특별하길 바란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이 흐름에 속도를 붙였다. 경험은 기록되고, 곧바로 공유된다. 특별한 하루는 이미지와 영상이 된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일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그만큼 더 비싸고, 더 드문 경험을 향한 욕망도 커진다.
한편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 고유함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유보다 창작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든다.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각을 소중히 여긴다. 생계를 위한 일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을 고민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크리에이터나 스타트업처럼 창의성이 중요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욕망이 더 커지면 개인의 작업을 넘어 자신이 만든 브랜드나 회사를 꿈꾼다. 나 역시 이런 부류의 사람 중 한 명으로, 이런 욕망은 내가 창업을 꿈꾸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사람들은 소유와 경험, 그리고 창작을 통해 고유성을 드러낸다. 어느 하나만이 옳은 방식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모두 삶에 필요하며 그 균형이 중요하다. 지나친 소유와 경험은 쉽게 공허로 이어진다. 취향보다는 과시만 남는다. 반대로 창작만을 절대적인 가치로 삼으면 고립되기 쉽다. 소유와 경험의 가치에 대한 지나친 경시는 타인과의 연결도, 경제적인 자립도 멀어진다.
한국 사회에서는 소유와 경험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는 사람이 유독 많은 것처럼 보인다. 비교적 빠르고, 눈에 띄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창작은 느리고 불확실하다. 실패가 드러나고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는 더 많은 사람이 창작을 선택했으면 한다. 창작은 쌓인다. 남고, 이어지며,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개인의 만족을 넘어 사회를 조금씩 앞으로 움직인다. 지속 가능한 행복은 소유나 경험보다 창작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