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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일의 의미와 재미

by 여의도노마드

일을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두 가지다. 재미와 의미. 누군가는 재미를 통해, 또 누군가는 의미를 통해 일에 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 재미를 좇아 이직을 반복했다. 새로운 환경, 도전의 쾌감. 그 모든 것이 흥미로웠고, 때로는 몰입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재미만으로는 일의 방향을 잡기 어렵고, 의미 없이 계속하는 일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몰입의 조건과 AI의 경쟁력


재미는 몰입에서 온다. 적당한 난이도의 과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자율성,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의성, 즉각적인 피드백, 명확한 목표. 이런 조건이 갖춰질 때 우리는 일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고, 그 안에서 성취와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 문제는 이런 일일수록 AI가 더 잘한다는 점이다. 정해진 규칙, 예측 가능한 결과, 반복 가능한 작업, 반복을 통한 창의성의 발현은 기계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수행한다. 몰입의 재미만으로 일하기 엔시대가 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자주 이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AI 시대, 인간에게 남은 질문

AI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빠르게 익힌다. 하지만 ‘왜 해야 하는가’는 알려주지 못한다. 의미는 인간만이 붙들 수 있는 질문이다. 의미 없이 일하면 쉽게 지치고, 의미 없이 살아가면 방향을 잃는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일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가. 나는 왜 지금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며, 그 가치를 어떻게 세상과 연결할 수 있을까.


의미는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의미는 주어지는 게 아니다. 경험하고, 관찰하고, 서사로 정리하고, 타인과 연결하며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다. 직접 부딪혀보며 나에게 맞는 일과 맞지 않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머릿속 계획보다 경험을 통해 쌓이는 직관이 훨씬 많은 걸 말해준다. 무엇에 몰입했고, 무엇에 분노했고, 어떤 순간에 깊은 만족을 느꼈는지를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AI를 도구로, 의미를 무기로


앞으로 더 많은 일이 AI에게 넘어갈 것이다. 정답이 있는 과제는 이제 기계가 더 잘한다. 우리는 다르게 일해야 한다.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위에 우리는 나만의 질문과 서사, 가치와 의미를 덧붙여야 한다.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 사람, 그 의미를 전할 수 있는 사람, 그 의미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앞으로의 일에서 더 오래, 더 단단하게 살아남는다.


천직을 찾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재미와 의미가 함께하는 일, 그 일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천직이라 불러왔다. 과거에는 천직을 가진 사람이 드물었고, 대부분은 그저 적당한 일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천직이 아니면 버티기 어렵고, 천직이 아니면 나를 증명하기 어렵고, 천직이 아니면 살아 있다는 느낌조차 들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천직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지 않는다. 작은 경험과 관찰, 서사의 정리와 세상과의 연결 속에서 천천히 구성되고 발견되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천직을 찾아야 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 그 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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