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기자들이 데일리 아이템 선정에 있어 중점을 두는 건 대충 이렇다.
이 아이템이 한인사회에 얼마나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가, 한국 혹은 한인이 얼마나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가.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모든 콘텐츠에 ‘K’를 열심히 갖다붙인 때가 있었다.
물론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때때로 이런 콘텐츠가 한인 기자에게는 부담이 될 때가 있다.
“K팝에 이어 K뷰티까지, 미국에서의 K열풍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보자. 분명 이건 팩트다. 세포라와 같은 뷰티 매장에 한국 브랜드들이 입점되고, 백화점에 팝업매장이 생길 정도니 한국 시장이 인정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매일 이를 접하는 한인들에게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야기일 뿐이다. 현지인들의 입장에서도 이는 조금 억지가 있다. 미국인들은 어쩌다 한번 먹고, 어쩌다 사는 것들인데 그걸 우리가 그들이 ‘K뷰티를 사랑한다’, ‘K푸드를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나의 선택지에서 우연히, 혹은 호기심에 그걸 고른 것 뿐이다.
그렇다고 K 콘텐츠에 열광하는 매니아층이 없는 건 아니다. 보통 K팝에 빠져 그 가수가 쓰는 화장품을 사고, 한국어까지 배우게 된 사례를 여럿 봤다. K컨텐츠의 고정 고객은 어쩌면 매니아층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은. 하지만, 이런 ‘국뽕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게 한인기자의 한계다. 마치 외국인들에게 ‘두 유 노 김치?’를 매번 물어봐야하는 민망한 상황이랄까.
미국 내 K팝 열풍을 들여다보자. 미국 대륙을 흔들었던 BTS는 K팝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느꼈던 차가운 현실도 있다. 내가 전문가들에게 느낀 바로는 그리 긍정적인 평가는 아니었다. K팝의 역사를 얘기하자면,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건 그냥 K팝이 아니라, 우리가 예전에 듣던 마카레나 노래같은 존재였다. K팝을 알린 것이 아니라, 시트콤이나 쇼에서 웃음거리로 쓰이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유튜브에서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고, 훌륭한 성공사례였지만,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BTS는 조금 달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코믹 요소도 없었고, 잘생긴 아이돌이 10대의 마음을 홀렸다. BTS 팬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BTS의 노래들에는 '교훈'이나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좋다고 했다. 노래에 따뜻한 스토리가 있다는 것 정도로 해석되겠다.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흘러나오고, 그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외국인들을 볼 때면 어깨가 으쓱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나에게도 ‘자랑스런 한국 문화’라며 국뽕이 차오른 때가 있었다. LA 한국 문화원에서 개최하는 K팝 페스티벌 첫 취재를 갔을 때, “와! 정말 K팝이 인기가 상당하구나.” 하며 국뽕이 올라왔더랬다. 하지만,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똑같은 얼굴의 똑같은 복장의 친구들이 애쓰는 것이 보였다. 과거 겨울연가 여파로 일본 아줌마들이 욘사마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자녀들이 한국을 극혐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들도 간혹 보였다. 자녀들이 원해서 BTS 콘서트 티켓을 사주지만, 정작 K팝이 뭔지는 모르는 부모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K팝이 미국 내에서 정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예전과는 달리 TV와 인터넷이 발달한 상황에서 미국 내 시장이 그냥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고, 거기서 보이는 최소한의 것들로 우리가 '와 K팝 인기가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BTS는 예외다. 다이너마이트 노래가 아직도 라디오에서 나오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똑같은 노래만 주구장창 나오는 미국 라디오 특성을 감안하고 봐야한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과 'K팝 데몬헌터스'는 인정한다. 이 둘은 한국적 아이템을 차용하지만, 정서는 지극히 보편적이다. K 콘텐츠를 앞에 내세우는 데만 그치지 않고, 문화와 인간의 본능적 감정과 정서를 기가 막히게 녹여냈다. 단순히 K 콘텐츠를 봐달라고 호소하는 게 아니었다.
K 콘텐츠의 인기는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이 진정한 문화적 성공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유행으로 소비되고 끝날 것인지,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문화로 남을 것인지. 결국 유행은 스쳐 지나가지만, 문화는 남는다.
진짜 영향력은 숫자가 아니라 깊이에 있다. K팝이 빌보드 1위를 하고, K뷰티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는 문화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는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p.s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누구보다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는 점도 분명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