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의 민낯

기자의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로 일하며 얻은 게 많지만, 딱 두 가지를 꼽자면 네비게이션을 보지 않고도 길을 훤히 아는 ‘길눈’과 ‘인맥’이라 할 수 있겠다.


세상에 성공한 사람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성시에 위치한 한인타운은 지독히 유니크한 곳이다. 미국 속의 작은 한국, 하지만 한국도 미국도 아닌 그들만의 독립적인 공간, 한국의 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한인 사회’...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때로는 씁쓸하다.


나성시에는 ‘회장님이 말이야…’로 말을 시작하는 ‘감투병’에 걸린 이민 1세대가 많다. 진짜 성공한 이민 1세대분들을 보면 감투에 욕심이 없고, 조용히 한인사회에 환원하며 묵묵히 살아간다. 그런데, ‘어설프게’ 성공했거나 끝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지 못하고, 눈만 높아진 이들 중에는 자존감이 낮아진 탓인지, ‘감투’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자신이 인정받는 유일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단체를 두고도 서로 회장이 되겠다고 싸우고, 결국 단체가 분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명예와 돈이 얽혀 소송전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그분들이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되고 싶으셨을까. 머나먼 미국 땅에서 언어 장벽에 갇혀 살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야 했던 현실이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런가하면, 남의 나라에 살면서 끝내 1인자가 될 수 없다는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주류 사회에 섞이고 싶어 하지만,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런 이들은 한인 사회와 거리를 두려 하고, 다른 한인들과 섞이는 걸 꺼린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태도로 행동한다.


직업 특성상 길거리 인터뷰를 해야할 일이 많았는데, 이런 분들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로 갖가지 핑계를 대며 인터뷰를 피한다. 인터뷰 불가 이유를 들어보면 지나치게 자신을 포장하며 ‘난 너희들이랑 달라’라는 걸 보여주려 애쓴다.


“어휴, 안돼요. 저 한국 티비 안봐요. 한국말 잘 못해.”


“저 빚진게 많아서 얼굴 티비에 나가면 빚쟁이들 쫓아와요, 안돼!”


“저 한국사람 아닌데요, 저 미국 시민권자인데요?”


“저 여기서 오래 살아서 한국 이슈 잘 모르고 관심 없어요.”


“요즘에도 한인방송이 있어요? 몰랐네…!”


아니.. 한국말 지금 잘 하시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불체자인지 시민권자인지 물어본 적 없어요.. 여기서 얼마나 살았는지는 더더욱 관심 없고! 집에서 한인방송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 보는 거 다 알아!!


감히 내가 누굴 평가할 입장은 아니라는 걸 안다. 따뜻한 한인 이야기도 밤새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 또한, 나성시 한인타운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 이렇게 변해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한인 사회의 현실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곳은 성공과 좌절, 자부심과 열등감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한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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