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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조 Jul 14. 2023

어떤 물건을 수집해 본 적이 있나요?

#내향인의 주택생활

일상을 여행자처럼 살고 심플라이프를 지향하는 내가 

꾸준히 모으고 있는 수집품이라고 칭할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단일 품목으로 꾸준히 모아지고 있는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단추다.

이건 내가 수집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옷을 사면 따라오는 여분의 단추를

바느질함에 던져둔 것이 그대로 모아진 것이다.

던져둔 채로 오랜 세월 무심히 잊었다가

어느 날 문득 단추들을 물끄러미 본 적이 있었다.

그 단추가 붙어있던 옷들이 떠오르며 추억에 잠시 잠겼다.


특히 알록달록한 단추들은

아이들 어렸을 때 옷에 달렸던 단추라

그 옷을 입고 놀던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흐뭇해하며 단추를 만지작거린 적이 있었다.

단추를 잃어버리면 달라고 여분의 단추를 주는 것인데

역설적으로 이제 단추만 남고 그 옷들이 없다.

아이들 어렸을 때의 추억만이 그 단추에 묻어있다.

단추들을 모아두었다가

내가 할머니가 되면

햇볕 바스락 거리는 오후에 거실에 앉아서

예쁜 천에다가 하나씩 하나씩 추억을 매달듯

바느질해보려고 한다.


두 번째 수집품은 문장이다.

말 그대로 문장을 수집한다.

책을 읽다가 옳다구나

내 맘을 알아준다 싶거나 격하게 공감되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렇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라고 혼잣말하며 필사해 본다.

공감 가는 사람보다 이제 책이랑 대화하고 위로를 받는 게 익숙해졌다.


비 오는 오늘 오전 내가 발견한 문장이다.

설혜심교수님의  "그랜드 투어" 중에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고, 이전에 전혀 본 적이 없는 사람과 말하고 아침이 밝기도 전에 떠나 늦은 밤까지 여행하고, 어떤 말이나 어떤 기후도 견뎌내고, 어떤 음식과 마실 것도 다 경험해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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