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손에 꼽는 영화 중 하나. 올리버 스톤 감독, 알 파치노 주연의 "Any Given Sunday"에서 팀의 감독인 알 파치노는 시합 3분을 남겨둔 상황에서 팀원들을 모아두고 가슴을 울리는 연설을 한다.
풋볼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1인치 싸움이란 것을 알게 될 거야. 그 1인치를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한다. 그 작은 1인치가 모여서 생사를 바꿀 테니까. 죽을 각오로 뛰어든 놈만이 그 1인치를 얻는다. 그게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야. 그러나! 눈앞에 있는 6인치를 내가 억지로 시킬 순 없다.
과거엔 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었다. 정말 좋아했다. 자기계발 서적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꿈을 꾸세요. 나도 해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같은 달콤한 말들을 정말이지 좋아했다. 읽는 순간의 "YES I CAN!" 의지를 뽐내며, 그 짜릿함에 중독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건지 반지하 방의 손톱만 한 바퀴벌레들과의 아늑한?!동거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욱 냉소적이 되었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내 삶이 변하지 않음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탓이라고 여기며 세상에 거친 쌍욕을 토해냈다.
영화 '8마일' 중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1인치. 그 1인치를 얻기 위한 동기와 실천하려는 의지가 내게는 없었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어제와 같이 흘러만 갔다.
그것이 벌써 10여 년 전의 이야기다.
변화를 위한 준비
우리는 해야 함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 병에 걸려 있다.
나도 안다. 충분히 이해한다. 아침에 눈꺼풀을 들어올리기 힘들고, 직장에서 틈이 나면 쉬고 싶고, 휴일은 더 많았으면 좋겠고, 그렇지만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싶은 마음. 때로는 지금까지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다고 다독여줄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안다. 그런데 따듯한 말 한마디가 진정 내 앞의 수많은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었던가. 그 따듯한 말 한마디가 나에게 물질적 풍요를 보장해 주던가 말이다.
펜과 종이를 들어라, 그리고 적어라! 그러면 준비는 된 것이다.
변화를 위한 지침서 "베스트 셀프" 안에는 저자 마이크 베이어는 책 속에 독특한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바로 책에 공란을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의지를 담아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게 했다.
책과 펜을 양손에 쥐었다면, 이제 준비는 끝났다.
너 자신을 알라.
내가 바라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바라지 않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마음속의 '나'라는 극단의 양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흔히 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이렇게 완성된 두 가지 전혀 다른 모습 사이에 내가 있다.
최고의 자아 - 신비한 피조물 : 산
- 세상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미지의 영역으로 도전이 곧 삶의 일부.
- 위험을 안다.
- 고요함을 선사한다.
-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반자아 - 두얼굴의 광대
- 겉으로는 웃지만 가면 안쪽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다.
- 비웃음, 비꼬는 웃음이 특기다.
- 의심한다.
- 속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있고 껍데기만 있다.
- 모르는 것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대비되는 두 가지 모습에서 어정쩡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지금의 어정쩡한 균형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이 코치 마이크 베이어가 '베스트 셀프'를 쓴 목적이다. 그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펜과 종이로 끝까지 그의 질문에 답을 내어야 한다.
0.01 mm 전진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노트 한 장의 두께는 약 0.01mm이다.
'베스트 셀프'만 읽으면 나 역시 굉장한 변화가 있을 거야!라고 아직 착각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자.
내용만으로 '베스트 셀프'는 내가 10년 전 읽던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읽기'만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과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나는 기록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의 깊이, 즉 사고의 깊이에 깊이를 더하고 싶다. 그래서 코치 마이크 베이어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Daily Report 한 장을 채우기 위해선 하루가 필요하다.
1인치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은 필요하다. 삶을 통째로 바꾸기 위해서는 몇 인치 분량이 필요할지 나로서는 가늠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감히,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싶으면, 당장의 눈앞의 한 장을 빼곡히 채워나가야 함을.. 그리고 언젠가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과거에 그렇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듯,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들어갈 것임을.
그러니 당장은...
한 장의 노트를 치열하게 채워본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베스트 셀프'의 질문에 답을 적어내기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