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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rid Nov 16. 2019

삶의 답답함을 느낀다면,  산에 올라 페달을 밟아보자

자전거로 배우는 일상의 교훈

답답함을 느낀다면 이불 밖으로 전진!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에는 저마다 다른 방법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일상을 단조로움을 탈출하는 방법을 산악자전거에서 찾았는데, 그게 벌써 10여 년 전이다.


 친구들과 일정이 잘 맞으면 주말에 무리 지어 자전거를 타러 산으로 가곤 했다. 한국에 있을 때와 다르게 스페인에 근무하면서는 자전거를 타러 갈 기회가 좀처럼 없었는데, 이유라면 일이 바빴던 것도 한몫했지만 제일 큰 이유라면 함께 할 라이더들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산악 라이딩은 약간의 제약이 있다. 우선, 산악자전거 루트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혼자 타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즉각 알릴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오고 수개월째 야근을 계속하다 보니, 건강상태(정신건강에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주말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집 밖으로 나가는 걸 꺼려했기에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콘크리트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자연에서 동떨어진 삶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내 몸과 마음이 어느새 집 밖을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호되게 몸살이 온 것이다. 앓고 나서야 산에 가야겠다는 다짐이 섰다. 체력(건강)을 잃으면 일도 생활도 엉망이 되어버린다. 


산악자전거는 맑은 하늘과 시원한 공기, 따듯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산으로 라이딩을 가려고 찾다 보니, 운이 좋게도 직장 내에서도 발견하게 되고 웹상에서도 찾게 되어서 라이딩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인지, 라이딩을 하고 난 후 재충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객으로서는 알 수 없는 스페인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바로 로컬 라이더들만 알고 있는 숲 속의 비밀스러운 장소들을 요리조리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더들 만세


즐거움과 고통은 함께한다.

 취미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순간이 기쁨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오르막을 오르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기도 하고, 넘어질 때 아찔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가끔은 가벼운 부상들이 며칠에 걸쳐 고통을 안고 지내기도 한다. 


 이런 고통들이 단지 고통으로만 기억되진 않는다. 고통들 사이사이에 보상이 주어지는데, 결과적으로 일련의 고통이 뒤따르는 과정 자체가 보상이 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지형지물을 요리조리 피하고, 힘겨운 오르막을 넘은 후 찰나의 내리막을 내려올 때의 보상이 모든 고통을 잊고 최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때문에 과정에서 오는 모든 고통을 즐길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고통이 있기 때문에 이후에 오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즐거움과 고통은 일시적이다. 만약, 즐거움과 고통이 오랜 시간 남는다면, 취미인 산악자전거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것들이 쉽게 질렸을지도 모른다. 즐거움과 고통을 빨리 잊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야 말로 페달을 계속 밟으므로써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넘어지고 깨지는 와중에 깨닫는 게 있다. (분수를 모르고 깝죽거리면 다친다는 것?!)


매개체.

 해외에서 여행도 아닌 일을 하며 사는 삶 중 힘든 점 하나를 꼽으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자전거라는 매개체 덕분에 좋은 현지 사람들을 만났다. 나 역시 좋은 사람이어야 다른 좋은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우선은 누구든 만나기 위해서는 관계 연결의 시발점이 필요하다. 업무 혹은 웹 등 다른 매개체를 통해 친구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공통 관심사인 취미를 매개체로 만나는 사람들이라면,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더라도,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좀 더 공감대 형성이 수월하다.  



오르막과 내리막

 자전거를 타면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나듯,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을 만나곤 한다. 어떤 날은 유난히도 찌뿌둥하고 기분들 가라앉아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는가 하면, 의욕적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이 한껏 고취되어 있는 날도 있다. 그런데,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음에도이렇게 위아래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아무 성취 없이 제자리에 멈추어선 느낌을 받곤 한다. 왜일까?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나서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올 땐 너무나 좋다. 아무 근심도 떠오르지 않고 오로지 눈앞에 장애물만 신경 쓴다. 그런데, 코 앞의 돌무더기보다 조금 더 떨어진 가야 할 방향을 보지 못하고 탄력을 받아야 하는 타이밍을 놓친다. 타이밍을 놓친다는 것은 다음 구간을 수월하게 돌파하기 위한 동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런 탄력을 잃으면, 여러 차례 반복한 구간이더라도 마치 처음 시도하는 것처럼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는 수고로움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투입했던 시간과 노력을 무로 돌리는 것이다. 


 자전거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행위를 우리의 일상에 비유할 수 있다. 아무런 목표도, 계획도 없이 생각을 뒷전으로 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흘려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문득 좌절감과 공허함 그리고 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의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생활의 여러 방면에서 많은 시간과 물질적 자원을 잃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전쟁 같은 사회와 험난한 삶의 굴곡들 안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항상 눈 앞의 장애물 뒤에 무엇이 뒤따라 오는지 지금부터라도 주시해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CAlDgT1-bAo&t=4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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