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과거형, 걱정은 미래형, 지금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아침 출근과 동시에 '아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쉬고 싶다'라는 마음은 가져보았을 것이다. (어? 아닌데,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출근하는 게 즐거웠는데?라는 분이 계시다면 - 심각하게 병원에 가보길 추천드린다. 당장에라도 연구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2016년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2.2%는 번아웃 증후군에 속한다고 답했다. 즉, 세명중 한 명은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 상태라는 것이다.
나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매일 동기부여를 한다고는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퍼지고 싶은 날들이 생긴다. '번아웃'이 나타날 땐 몇 가지 조짐이 보인다.
첫 번째, '후회하며 나 스스로를 자책한다.'
이걸 진작에 해둘걸.. 왜 생각을 못했을까?, 그때 이렇게 판단했어야 했는데.. 등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상황을 자책한다. 과거의 실수에서 무언가를 배워나가야 하는 걸 알면서도 그 상황에 매몰되어 다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두 번째, '불필요한 걱정을 한다.'
"걱정하지 마라 90%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걱정의 대부분은 현실로 일어나지 않거나 이미 일어난 일이거나, 사소하거나,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걱정을 하는 행위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은 매 끼니 공복감을 느끼는 것 마냥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이런 두 가지 감정은 '수치심'에서 비롯되는데, 나의 '능력'이 타인에게 비치는 데 있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듯하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왜 이 정도 글 밖에 안 써지는 거지?"와 "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라는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한다.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전자의 생각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자책감에서 비롯되고, 두 번째 생각은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실수에서 배우고 또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수치심이 아니라 자비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울증의 상당 부분이 자기비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느낄 때 심한 자책에 빠지는 것이다. ~ "수치심은 우리가 변할 수 있다고 믿는 바로 그 부분을 좀먹는다."
자존감은 자기 가치(Self-worth)를 입증하는데 어떤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자기 자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의 가치를 인정한다.
- 마음 챙김
두 가지 생각 모두 불편함을 이끌어내는데 (이것이 창작의 고통인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질(Quality)적인 면에서 바라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고통(Pain)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Suffering)은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 마음 챙김
나는 "Pathemata Mathemata"라는 말을 처음 접하고 굉장히 좋아했는데, 고대 그리스 격언으로 '고통으로부터 배운다'라고 번역된다. (개인적으로 '고통'보다는 '괴로움'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Learning through pain and suffering” or "‘things suffered, things learned.”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편안함을 추구할 수 없다는 뜻으로 나는 받아들이며 살았다. 그런데 여기서 '고통 or 괴로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단순히 고통이란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나타나는 감정'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 챙김(Mindfullness)의 저자 샤우나 샤피로는 고통과 괴로움을 분리했는데, 괴로움을 통제함으로써, 같은 상황이더라도 더 나은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간단하게 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괴로움 = 고통 x 저항 (Suffering = Pain x Resistance, S = P x R)
저항은 더 큰 괴로움을 가져다 주지만 수용은 평온함과 가능성을 안겨준다
- 샤우나 샤피로, 마음 챙김
즉, 고통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저항 값을 줄임으로써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이해가 안 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우리가 소중한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실패를 맛보거나, 몸의 어딘가 아프거나 하는 등의 '고통'의 순간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법, 속도를 달리하면 괴로움은 통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통 속에서 희망을 보아야 하는데, 고통에 마딱뜨렸을때 정면 돌파하는 것은 더 큰 좌절감을 맛보게 하여 포기하게 만든다.
개인적 주관성에서 일반적 객관성으로 관점을 전환하는 능력은 고통의 순간에 포기하려는 우리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피우게 해 준다. 즉, 우리가 배우고 성장하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생각과 기분, 신체 감각과 이야기를 관찰하도록 배우면 우리는 거기에 전적으로 매몰되거나 융합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인 아서 데이 코먼이 말하는 '관찰하는 자아(Observing self)를 강화하는 것이다.
관찰할 때 우리는 '감각과 생각과 기분에 대한 인식이 감각과 생각과 기분 그 자체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한다.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목격자 상태로 전환하는 것은 상황을 명확하게 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 능력은 우리가 배우고 성장하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 마음 챙김
그렇다면 어떻게 주관성을 객관성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바로 현재의 상황을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가능한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베스트 셀프: 너 자신이 돼라, 더 나은 쪽으로'의 저자 마크 베이어 역시, 자신 안의 걱정이 커질 때, 걱정거리를 종이에 적어볼 것을 권장하였다. 머릿속에서 큰 걱정거리가 적어두고 객관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님을 직시할 수 있다고 한다.
인식에 대한 인식, 생각에 대한 생각인데, 흔히 얘기하는 '메타인지'에 대한 것이다. 즉, 메타인지는 자신의 객관화이며, 이는 나를 표현하는 매개체(글 또는 그림 등) 통한다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왜 글로 표현했을 때, 수월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과 '시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1인칭 시점에서의 '생각'은 찰나의 '현재'에 스쳐 지나간다면, 글로 표현된 나의 생각은 철저히 '과거'에 머물며 현재 또는 다가올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의 생각을 다시금 바라보며 다른 감정, 관점을 갖고 같은 상황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중 '호기심에 대하여' 부분에서 '데생의 기초(1857), 원근법의 기초(1859) - 러스킨'을 인용하며, 글쓰기와 데생이 호기심을 갖고 느리게 보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사람이 아무리 느리게 걸으면서 본다고 해도 세상에는 늘 사람이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 사람의 기쁨은 결코 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중
러스킨은 아름다움 그 소유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다섯 가지 핵심 결론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그중 네 번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이고 시각적인)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에게 그러한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관해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해서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중
글로 표현함에 있어 나는 '호기심'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글로 표현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변화를 인식' 하는 것은 사람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호기심이란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즉, 열린 마음과 함께한 '관심'이다.
"마음 챙김이란, 마음은 열지만 경계심은 늦추지 않는 상태이며 그 속에 늘 호의와 호기심이 깃들어 있다." - 게리가츠
"행복의 비결은 되도록 폭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관심을 끄는 사물이나 사람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따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 - 버드런트 러셀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이므로, 나는 잠시 멈추어 대상을 따듯한 마음으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야 말로 후회와 걱정을 밀어내고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몰아치는 후회와 걱정의 태풍 속에서도 고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