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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rid Apr 03. 2021

당신의 청력 손실과 커져가는 이어폰, 보청기 시장

볼륨을 낮춰라

남: 여보세요 고객님?


여: 원석이냐?


남: 여기 엘지 유플러스인데요 고객님?


여: 예?


남: 엘지 유플러스요 고객님


여: 불났어요?


남: 엘지 유플러스요 고객님


여: 어디?


남: 엘지 유플러스요 고객님


여: 엘지가 불났다고?




오감 불만족


위 영상의 여성의 목소리가 '할머니'임을 즉각 알 수 있다. 할머님의 엉뚱한 답변이 폭소를 자아낸다. 

청력에 문제는 흔히 노인들에게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251만 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유형의 경우 장애인 10명 중 5명(48.1%)은 지체장애였으며, 청각장애(13.2%), 시각장애(9.8%), 뇌병변장애(9.8%) 순으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 10명 중 6명(63.6%)은 경증 장애인이었다.

http://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40499


우리나라의 장애 인구가 100% 노인이 아닌 이상, 전 연령층 중 33만 명 (251만 7천 명 x 13.2%) 이상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청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장애까진 아니지만, 난청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난청 5명 중 1명은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오감 중 하나인 청각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다. 


https://www.phonak.com/kr/ko/press/rapid-increase-in-number-of-people-with-hearing-loss.html

시장은 당신의 청력 손실에 관심이 없다.


귓바퀴 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이어폰의 덕에 소음이 가득한 출퇴근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듣을 수 있고 재밌고 유익한 영상을 방해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바로 이 감사한 기기가 우리의 청력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청력이 소실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공통적인 이유는 우리의 귀를 보호하지 않는 행위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귀에 큰 부담을 주는 행동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면, 이어폰이 떠오르지 않나?


당신의 청력이 소리 없이 망가져가는 것과는 무관하게  무선 이어폰 시장은 2022년쯤에는 시장규모만 33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 눈에는 '귀를 소중히 하지 않을 사람들이 더 늘어날 전망'으로 보인다.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00131367880

불행 중 다행으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꽤나 반가운 일이다. 

물론, 노이즈 캔슬링이 청력을 보호해 준다고 굳게 믿는 것은 아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함으로써 절대적인 볼륨을 낮춰 듣을 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일반 이어폰을 사용할 때 보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할 때 볼륨의 강도를 절반 이하로 낮춰 사용한다. 


미국의 보청기 시장 성장률 

아이러니하게도 청력을 보완해 주는 보청기 시장도 이어폰 시장과 마찬가지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보청기의 디자인과 무선 이어폰과 구분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도 이어폰과 흡사하다. 이어폰 시장과 보청기 시장이 융합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믿기지 않겠지만 보청기입니다. : http://www.signiacenter.co.kr/signia/landing.html


그러니 볼륨을 낮춰라.


이어폰 시장과 보청기 시장의 성장을 보고 있자니, 


마음껏 먹기 위해 돈을 쓰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돈을 또 쓰는 행동처럼 소름 돋게 똑같아 보인다.  


우리는 이와 같은 행동이 어리석은 짓임을 알면서도 끊지 못한다. (마약이야 뭐야?)

이런 부정적인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리 사이에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끼워 넣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어폰 밖의 아름다운 소리를 귀 기울이지 못하게 될 날이 오기 전에 볼륨을 조금만 낮추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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