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을 낮춰라
남: 여보세요 고객님?
여: 원석이냐?
남: 여기 엘지 유플러스인데요 고객님?
여: 예?
남: 엘지 유플러스요 고객님
여: 불났어요?
남: 엘지 유플러스요 고객님
여: 어디?
남: 엘지 유플러스요 고객님
여: 엘지가 불났다고?
위 영상의 여성의 목소리가 '할머니'임을 즉각 알 수 있다. 할머님의 엉뚱한 답변이 폭소를 자아낸다.
청력에 문제는 흔히 노인들에게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251만 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유형의 경우 장애인 10명 중 5명(48.1%)은 지체장애였으며, 청각장애(13.2%), 시각장애(9.8%), 뇌병변장애(9.8%) 순으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 10명 중 6명(63.6%)은 경증 장애인이었다.
http://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40499
우리나라의 장애 인구가 100% 노인이 아닌 이상, 전 연령층 중 33만 명 (251만 7천 명 x 13.2%) 이상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청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장애까진 아니지만, 난청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난청 5명 중 1명은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오감 중 하나인 청각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다.
귓바퀴 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이어폰의 덕에 소음이 가득한 출퇴근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듣을 수 있고 재밌고 유익한 영상을 방해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바로 이 감사한 기기가 우리의 청력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청력이 소실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공통적인 이유는 우리의 귀를 보호하지 않는 행위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귀에 큰 부담을 주는 행동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면, 이어폰이 떠오르지 않나?
당신의 청력이 소리 없이 망가져가는 것과는 무관하게 무선 이어폰 시장은 2022년쯤에는 시장규모만 33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 눈에는 '귀를 소중히 하지 않을 사람들이 더 늘어날 전망'으로 보인다.
불행 중 다행으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꽤나 반가운 일이다.
물론, 노이즈 캔슬링이 청력을 보호해 준다고 굳게 믿는 것은 아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함으로써 절대적인 볼륨을 낮춰 듣을 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일반 이어폰을 사용할 때 보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할 때 볼륨의 강도를 절반 이하로 낮춰 사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청력을 보완해 주는 보청기 시장도 이어폰 시장과 마찬가지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보청기의 디자인과 무선 이어폰과 구분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도 이어폰과 흡사하다. 이어폰 시장과 보청기 시장이 융합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어폰 시장과 보청기 시장의 성장을 보고 있자니,
마음껏 먹기 위해 돈을 쓰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돈을 또 쓰는 행동처럼 소름 돋게 똑같아 보인다.
우리는 이와 같은 행동이 어리석은 짓임을 알면서도 끊지 못한다. (마약이야 뭐야?)
이런 부정적인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리 사이에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끼워 넣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어폰 밖의 아름다운 소리를 귀 기울이지 못하게 될 날이 오기 전에 볼륨을 조금만 낮추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