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매스 발견!
추석 연휴가 시작됨과 동시에 집에 인터넷이 고장을 일으켰다. (=TV 사용 불가)
온 가족은 패닉을 일으켰다. 이것은 팬데믹 발표 때 보다 더 당황하고 급박해 보였다.
처음엔 다들 '인터넷이 끊기면 어떻게 해! 빨리 고쳐보자!' 의기투합하여 와이파이 공유기의 전원을 껐다가 다시 넣었다가 반복해보고. 신발 장안에 있는 인터넷 회선까지 찾아내어 전원을 넣었다가 빼보고, 인터넷 케이블도 괜스레 뺐다 껴보는 등 비전문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다해 본다. 원인은 어댑터 고장이었다. 이건 수리기사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해결이 안 된다. 수리 기사님은 3일 뒤에나 오실 수 있다. 그렇게 3일간 인터넷 없이 살아보기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없었고, 누군가는 TV를 볼 수 없었으며, 누군가는 인터넷 서핑과 유튜브를 볼 수 없었다. 휴대폰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가족은 데이터 제한이 걸려있으므로 평소 와이파이로 연결해 보던 영상 등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연휴 동안 평소에는 보지 않던 TV와 웹서핑에 빠져있던 나는 마음 한편으로 나는 안심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TV와 웹서핑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나뿐만이 아니었다. 집안의 TV 소리가 줄고, 방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으니 가족들 하나 둘 거실로 모여들었다. 평소라면 잠깐 대화하고 각자 방으로 흩어졌을 텐데, 거실에 앉아 한 참 동안이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읽어야 할 책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오후 때마침 독서 모임에서 읽어야 할 책이 선정되었다. 1일 차부터 시작된 독서는 불이 붙었다. 4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2일 차 오전까지 읽었다. 좋은 글귀는 필사를 하면서 읽었는데도 금세 읽었다. 역시... 방해 요소가 없으니 조금 더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사람이 없는 카페로 이동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서평을 써본다. 필사해두고 옆에 내 생각을 메모해 두어서 서평 작성에 참고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의 좋은 글귀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어떻게 연결을 해볼까? 고민 고민하며, 서평을 작성한다. 다 쓰고 나서 카페 인터넷을 이용해 독서모임 톡을 통해 공유했다. 독서 모임에서 제일 처음으로 서평을 작성한 사람이 되었다. 오후 3시쯤 지났는데, 하루 할 일들을 다 한 느낌이다. 저녁을 먹고 또 다른 책을 꺼내 든다.
오전엔 인터넷 수리기사님이 오시기 때문에, 집안에 있다가는 또다시 웹서핑에 빠질 확률이 높다. 오늘은 운동을 하러 나가기로 약속했다. 평소 운동을 함께 하는 운동 선배님과 약속을 2일 차에 해두었다. 아침을 일찍 먹고 암장으로 이동한다. 몸을 풀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몸을 덥힌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평소에 풀지 못했던 문제들이 풀린다. 오후 두시쯤 점심 식사를 하며 운동 선배님의 사업 이야기를 듣는다. 사업가와 일반 직장인들의 생각의 범위가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깨닫는다. 내가 경험한 사업가들은 호기심이 왕성하다. (내가 원하는 호기심) 그들은 생활 속에서 사업을 보려고 한다. 그리고 직장인들은 실행은커녕 생각조차 못할 일들을 쏟아낸다. 어쩜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지 싶었다. 같은 회사 사람들로부터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서 흥미롭고 신기했다. 대표님은 직장이라는 한계가 '나'의 생각을 옭아맨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러니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진짜 세상은 회사 밖에 있다. 자신의 '업'을 만들면 즐겁고 충만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
다시금 깨닫는다. 사업가들이야 말로 진정한 '폴리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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