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 깨우치는 소유의 본질
자주 가는 집 앞 동산에 오르며, 오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산책로에는 지난 태풍으로 떨어진 어린 밤송이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간 산책 중에 몇 번씩 떨어진 밤을 까 보려고 발로 요리조리 굴려보았지만, 덜 익은 상태에서 떨어진 밤송이들은 알맹이를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도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 밤송이들을 바라보며, 경쾌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초입을 지나고 있던 중, 멀리 등산로 너머 풀숲에서 밤을 까 보려고 열심히 스텝을 밟는 사람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기 밤송이들의 주인은 누구일까?"에서 시작된 의문은
"여기 산의 소유자가 있다면, 밤송이도 소유자가 갖는 것일까?"
"그럼 산책하는 우리가 함부로 밤송이를 가져가는 행위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다가,
"이 산은 국가의 소유일까? 개인의 소유일까?"
"땅이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는 건가?"
"인간보다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앞으로 더 오래 존재할 '땅' 이란 걸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인가?"
"국가는 '땅'을 소유할 수 있는 건가?"
"인간에게 소유란 무슨 의미인가?"
소유 본질에 대해서까지 아내와 토론은 이어갔다.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 건가? 이 의문을 던졌을 땐,
아내는 '국가가 그럼 모든 토지의 소유자인 것이냐, 사회주의적 생각 아니냐?'라고 답했다.
'최초의 토지 소유자는 농지로 만들었을 때, 혹은 그 땅으로부터 인간이 이득을 취할 때 소유자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럼 농지 혹은 개간되지 않은 땅의 소유자는 소유자의 권리가 없는 것인가?' '토지에 대한 개인의 소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토지 위의 무분별한 건축, 개발, 침입은 정당화되지 않겠나?' '토지가 개인이 소유하면서 내는 세금의 의미는 국가가 토지의 개인화를 보장해주며, 타인의 무분별한 침입을 공식적으로 막아준다는 것이다.' '왜 인간의 수명보다 짧은 것만 소유해야 하는가? 양도세와 상속세가 있는 이유는 소유의 이전을 의미하지 않나' 등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런 식으로 산책하는 한 시간 내내 옥신각신 떠들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법하다. 산책로에서 누군가 밤송이를 따는 장면을 보고 시작된 대화는 생각과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어이없을 수도 있는 의문에 맞장구쳐주고 반론해주고, 우리의 원칙에 깊이를 더 할 수 있게끔 함께해주는 아내에게 오늘도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