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도 적당히
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일방적인 나의 손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 대학 후배였고, 내가 1년간 휴학을 하고 복귀했을 때 가까워져 친구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런 우리는 졸업 후 각자의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종종 만나거나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더 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의 남자 친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물론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서운했던 적은 없다. 나는 내 가족 챙기며 일하기에도 이미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는 저녁 약속을 잡게 되었고, 나는 아이가 있기 때문에 퇴근 후 아이를 친정엄마께 맡길 모든 스케줄을 다 맞춰 놓았다.
약속 당일,
약속을 어긴 적 없던 그녀가 "엄마가 꿈을 꿨는데 꿈자리가 안 좋다고 밖에 나가지 말래"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냥 남자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면 덜 서운할 것을.
그녀는 그 이후로도 줄곧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나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차단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