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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훈 Sep 19. 2024

[주택살이] 집에서 하는 모래놀이

모래놀이터를 제작하고 아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날들

2021년,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 살아갈 작은 주택을 지었다.


우리집 앞모습, 뒷마당, 거실사진

 

주택에서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은데, 그중 하나가 모래놀이다.


21년생 3살 아들은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관계없이 모래놀이라면 언제든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모습이 보기 좋기도 하고 어릴 적 내가 운동장에서 모래놀이를 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집에 모래놀이터가 있어 좋은 점은 아이가 원할 때 언제든 나가서 놀 수 있다는 점이다.


2024년 봄 모래놀이터를 설치하고 나서 아이는 눈뜨자마자 작은 마당으로 나가 정신없이 모래놀이를 한다. 특별한 장난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그저 적극적으로 놀뿐이다.



모래놀이터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다.


1. 첫 번째는 아들이 진짜 모래놀이를 경험했으면 했다. 

요즘 주변에 보면 우리 때와는 달리 아이들이 쉽게 모래놀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모래놀이 하는 공간이 많지 않고, 맘먹고 하려면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카페 등 외부 시설을 이용해야만 할 수 있다. 실내용으로 만들어진 점성이 있는 모래가 있는데 주택 살면서 실내에 그런 제품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2. 두 번째 이유는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이다.

디자인전공이기도 하고 나무를 가지고 무언가 만들어 본 경험은 많지 않지만 직접 해보고 싶었다. 주택에 오면 이것저것 만들어보겠다는 게 나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다.



모래놀이터는 아이에게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아빠가 느끼는 즐거움도 매우 크다.


내가 직접 나무를 주문하고 자르고 칠하고 만들어놓은 놀이터에 아이가 온전히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를 위해 내가 직접 무언가 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매우 크게 다가온다.


한 번은 아내에게 아들이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우리 집에는 아빠가 만들어준 모래놀이터 있다~."하고 자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완성된 모습을 보여줬을 때 엄청 좋아했던 아들이었는데 열심히 만들어준 아빠의 사랑이 느껴진 걸까? 본인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 행복했다.


모래놀이터 제작 과정





2024년 8월 말 주말아침,

아들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모래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정원으로 나가 모래놀이터 문을 열어주었다.


모래놀이터 문을 열자, 아들이 아빠도 같이 들어오라고 한다. 동생이 있었으면 둘이 놀고 아빠는 찾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주 잠시 들다 마는 생각이다. 이른 아침이라 모래에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다. 더운 날씨라 차가운 모래를 밟는 느낌이 좋다. 아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장난감을 흙속에 숨겨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상황극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저 옆에 앉아 열심히 호응해 주고 지켜본다. 그러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모래를 모아 산모양을 만들어주었다. 아들은 그다음 어떤 놀이를 떠올렸을까?


모래 속 어딘가 뒹굴고 있는 장난감 불도저를 집어 들더니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을 '윙~~' 불도저 소리를 내며 만들기 시작한다. 불도저 장난감을 쥔 아들의 손을 보니, 3살이지만 꽤 야무져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보니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땀과 모래가 뒤섞여 얼굴 곳곳에 묻어있다.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만든 길 위에 자동차를 굴리며 한참을 논다.


모래놀이할 때는 블록놀이나, 상황극, 책 읽어주기 등 다른 활동보다 아이를 더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많다. 아이가 어떤 톤으로 목소리를 내는지, 어떤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는지, 또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고,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를 비교적 오랜 시간 관찰할 수 있다.


우리 집은 바로 산 아래에 있어 모래놀이를 하다 보면 풀벌레소리, 새소리,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소리 등 자연에서 오는 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린다. 그리고 나비나 메뚜기, 여치와 같은 곤충들이 많이 보이는데, 아들은 곤충들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모래놀이터를 뛰쳐나가 관찰하기도 한다. 나는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주택에서의 이야기를 앞으로 하나씩 남기려고 한다.


아들이 정신없이 노는 동안 엄마는 아침을 준비한다. 맛있는 걸로 유인해 집으로 들어가 씻기고 자리에 앉아 같이 아침을 먹는 그 시간만큼은 참 평화롭다. 그 시간과 온도, 분위기, 보이는 것 전부 기억에 생생히 남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추억을 많이 기억하기 위해서는 글로 남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다.

2024년 여름 신나게 놀았던 아들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쁜 일상이라도 잠시 멈추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글로 남기고 싶다.  







아이들에게 모래놀이터는 어떤 점이 좋을까?


소근육 발달

모래를 쥐고, 흘리고, 모양을 만들면서 손가락과 손의 소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나중에 글씨 쓰기나 미세한 조작을 필요로 하는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창의력과 상상력 자극

모래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하며 다양한 모양을 만들고 놀이를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래성을 짓거나 보물을 숨기는 놀이를 하며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감각 발달

모래를 만지고 느끼는 과정에서 촉각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감각통합을 도와주고, 특히 촉감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감각통합이란?
 우리 몸의 다양한 감각(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균형감각 등)이 뇌에서 적절하게 처리되고 통합되어 신체가 환경에 맞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말한다. 즉, 여러 감각을 조화롭게 하용해 일상생활에서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감각 통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특정 자극에 과민하거나 둔감해질 수 있으며, 이는 행동이나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한다.


사회성 발달

친구들과 함께 모래놀이를 하면서 협력하고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서로 도와주거나 역할을 나누며 놀이하는 과정에서 사회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해소

모래를 만지고 쏟고 빚는 행동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함께하는 모래놀이는 어떤 점이 좋을까?


유대감 형성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이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깊어진다.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고, 부모는 아이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소통 능력

모래놀이를 하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아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도 길러지고, 부모도 아이의 세계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부모의 관찰력 향상

부모가 아이의 놀이를 관찰하면서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는지를 알 수 있다. 이는 아이의 발달 단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아이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긍정적인 기억 만들기

함께 모래성을 올리고 상상 속 이야기를 만들면서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이는 나중에 아이가 성장한 후에도 함께했던 즐거운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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