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생성 AI 'DALL-E'로 하늘길 이미지를 생성하여 보여주었다.
나는 집에서 회사가 가까운 편이라 아침에 아들과 함께 간단한 식사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집에서 나서면 걸어서 15분 내로 회사에 도착한다. 지역에 있는 직장인이라 가능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8시쯤 되면 아들이 일어난다. 일어나면 잘 잤는지 인사하고 바로 거실에 있는 식탁에 같이 앉는다. 아들은 아직 우유를 찾기도 해서 우유를 한잔 마시고 나서 요거트(짜요짜요)와 오트밀, 과일, 누룽지탕 등 그때그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아침을 같이 한다. 아들도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해야 해서 같이 식탁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다. 그래도 그 시간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아님을 알기에 최대한 소중하게 보내려고 한다.
2024년 9월 20일 금요일 아침
아침을 먹다가 만 3살 아들이 물었다.
"아빠 하늘에 있는 비행기 길 보여주세요."
며칠 전 "하늘에도 길이 있어~ 몰랐지?"하고 얘기해 주었던 게 기억이 난 모양이다.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생각하다 바로 드는 생각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이미지를 찾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ChatGPT로 직접 원하는 내용을 프롬프트로 작성해서 만들어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ChatGPT에 있는 Dall·E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했다.
아침이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라 프롬프트는 아주 간단히 작성했다.
[내가 작성한 프롬프트]
"하늘에 나있는 비행기 도로를 표현해 줘.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항공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지도 느낌으로"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위와 같이 이미지를 받아볼 수 있었다. 이미지를 봐서 알겠지만 진짜 비행기 길은 아니다. 하지만 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하늘길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미지를 같이 보면서 내가 설명을 더해주면 충분하다. 아들과 나는 하늘길 이미지 하나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우와~~~~!!"
아들은 자기가 궁금했던 모습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하늘길이에요~!!" 아들은 너무 신기했는지 얼른 엄마도 보라며 부른다.
한참을 보고 난 후 아이는 또 다른 것이 궁금해진 모양이다.
"아빠, 우주선 보여주세요~!!"
"우주선?", "아빠가 이제 출근할 시간이라서~, 우리 내일 아침에 우주선 이미지 만들어보자~."
출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우주선은 내일 보여주기로 하고 함께 집을 나섰다.
다음날 아침
나는 어제 약속한 우주선을 보여주기로 했다.
[내가 작성한 프롬프트]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로켓에 아빠, 엄마, 3살 아들이 함께 타고 있는 이미지를 아이의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그려줘"
위와 같이 요청을 했더니 처음에는 아래와 같이 이미지가 나왔다.
이 사진을 보여줬을 때 생각보다 아이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왜일까?
아들은 우주선의 전체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우주선 내부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지에 나와있는 엄마, 아빠, 아들의 모습이 우리 가족의 모습이 아니었다.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추가요청을 했다.
"우주에서 로켓 전체가 보이게끔 보여줘. 그리고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한국인 가족으로 표현해 줘"
이번에는 아들의 반응이 달랐다. 너무 좋아했다. 왜 좋아했을까?
내 생각에는 우선 아들이 보고 싶었던 우주선 전체 형태를 볼 수 있었던 것이고, 작게 보이는 가족이 좀 더 우리 가족의 모습과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우주선 이미지는 아들에게 우주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고 더 기억에 오래 남을 한 장의 이미지가 된 것이다.
나는 "와~ 우주선이야~. 여기 앞에는 아빠, 뒤에는 ㅇㅇ이랑 엄마가 타고 있네?"라고 해주었다.
아들은 어김없이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보세요~!!"
"우주선이에요!!"
"여기서 불이 나와요~!!"
이미 이 우주선은 우리 가족이 타고 여행하는 우주선이다.
아이가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보여주게 된다. 철을 만드는 과정이나 과자를 만드는 과정과 같이 영상으로 설명해 줘야 효과적인 것들은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고, 간단한 이미지만 검색해도 되는 것들은 이미지만 찾아서 보여준다. 이번 일로 ChatGPT를 활용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필요에 따라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는 시점에는 자료를 조사하고, 학습하고, 활용하는 방법이 지금과는 많이 바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은 ChatGPT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나이지만 이렇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들과 놀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 같아 내심 뿌듯하다. 앞으로도 나는 아들을 위해 ChatGPT를 다양하게 써볼 생각이다.
아들이 좀 더 커서 한글을 알고 직접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때는 아이가 직접 ChatGPT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몇 년 뒤에는 더 좋은 툴이 나와있을지 모른다. 여기서 부모는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런 기술들을 활용할지 같이 써보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필요한 글도 대신 써준다는데 기술에 너무 의존해 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원하는 정보를 본인이 직접 질문하고 찾아나가는 과정은 주도적인 학습 방법일 수 있다. 나는 아래 4가지 정도의 장점을 믿고 ChatGPT를 활용해보려고 한다.
창의력 발달
단순히 정보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원하는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은 아이의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다. 아이가 상상하는 우주선을 구체화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발달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
다양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경험을 통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과정을 통해 정보 탐색의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주도적 학습 태도 형성
주어진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탐구하는 적극적인 학습 태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독립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다.
기술과 친한 아이
어린 시절부터 AI 도구나 디지털 플랫폼을 친숙하게 다루게 되면, 앞으로 더 발전할 기술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의 가이드가 필요하겠지만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역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기술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새로운 자료를 찾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 우리 아들은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이라 아들이 맞닥뜨릴 기술을 아빠가 먼저 경험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지금은 AI툴을 일할 때 주로 사용하지만 아들의 관점에서 어떻게 쓰일지 계속 찾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