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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May 14. 2023

저렇게 높은데-가까이 가면 별거 아니야!

영화 '귀를 기울이면(耳をすませば )(2007)' 후기

(*스포있음*)

‘귀를 기울이면’에서는 현실과 동화적인 요소를 확실하게 분리시키면서 조화시키려는 게 보였다. 이로 인해 현실적인 영화의 주제를 잘 살리고, 짧고 강하게 동화적인 요소를 넣어서 장면들이 더욱 임팩트 있게 느껴졌다.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나오는 90년대의 풍경(현실) / 짧게 나왔지만 임팩트 있었던 시즈쿠의 상상 속(동화적인 요소)


그리고 할아버지의 상점에서 세이지가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을 보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소설을 쓰기로 다짐을 하는 등 여러 일들이 있으면서 시즈쿠에게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자신이 읽는 동화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한번 영화를 볼 때는 같은 마을 풍경이지만 상점에서는 난간이 상점과 바깥을 구분시키는 것 같이 보였다.

시즈쿠의 아파트에서 본 마을 풍경 / 할아버지의 상점 뒷편에서 본 마을 풍경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우선 영화제목이 왜 '귀를 기울이면'인지 모르겠다. 시즈쿠가 쓴 책의 제목이 '귀를 기울이면'이라서 영화 제목이 되었다라고는 하지만 주인공들 사이에서 에피소드로 표현하던가 아니면 책의 삽화를 통해서라도 왜 책의 제목이 '귀를 기울이면'이 되었는지와 같은 세부적인 내용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때 귀에 사랑한다고 속삭였다던가 그런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게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주제곡인 '컨트리 로드(カントリーロード)'가 미국의 노래라는 인식이 박혀서 그런지 보면서 집중이 안 되었다. 애초에 번역본으로 대입해 봐도 내 생각에는 영화 내용과 큰 연관이 없다고 생각되어서 차라리 주제에 맞는 다른 유명한 노래거나 일본어로 된 노래를 인용하던가 시즈쿠가 직접 만든 노래였으면 더 이입이 되었을 것 같다.

영화 속 '컨트리 로드'를 부르는 시즈쿠와 연주하는 사람들


또한 영화에서 시즈쿠가 쓴 책의 이야기가 할아버지가 독일에서 인형을 가지고 오게된 이야기와 흡사하다라고 나와있는데 그냥 닮았구나 정도로만 표현되어서 아쉬웠다. 차라리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로 시즈쿠가 모티브를 얻어서 글을 썼다로 가게 되었으면 스토리가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물론 영화에 흐름에 방해가 될수도 있어서 넣지 않은 것 같지만 둘이 나중에 이어질수 있다는 너무 애매하게 끝나서 떡밥이라도 나왔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다시 만나길 기다리는  바론과 루이제

그리고 시즈쿠가 책을 쓸 때 감옥에서도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의 삽화가 나오는데 분명 세이지의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을 떠올린다는 걸 표현하고 싶은 것 같았다. 물론 붙여 놓으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처음 볼 때는 저게 왜 있지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의도처럼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둘 다 오른쪽 얼굴만 보여주고 열심히 한다는 공통분모가 있긴 하지만.... 흠...


마지막으로 시계를 비롯하여 인형 ‘바론’, 고양이 ‘문’을 단순히 장면을 이어가는,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장치로만 쓰인 게 아쉽다고 생각했다. 시계에 나온 엘프와 드워프의 이야기도 그렇고 바론도 그렇고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단편영화로라도 풀어줬으면 싶다.

처음에 비중을 꽤 많이 두어서 기대했는데 그냥 수리가 끝나서 원래 있던 곳으로 가는 걸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숨겨진 의미를 가지고 있길 바랐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이 둘은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지만 조력자 정도로 나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더 이상 다루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다..





영화의 주제는 표면적으로는 ‘꿈을 위해서 도전하는 청춘’이지만 주인공들의 진로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어머니의 대학 석사, 언니의 자취 등을 통해서 크게는 청춘이 중점이지만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중학생 딸을 두고 석사과정 중인 어머니 / 자취를 시작하려는 언니


또한 주인공들의 어리숙하고 순수한 모습이 잘 드러났다. 길을 가다가 만난 고양이에게 말을 걸며 고양이를 따라가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얼굴이 빨개지고, 친구에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고민 상담도 하고, 해가 뜨는 걸 보다가 뜬금없이 결혼하자 그러는 풋풋한 모습들이 작품 속에 잘 묻어나서 좋았다.

스기무라가 좋다고 털어놓는 유코 / 나중에 결혼하자라고 고백하고 시즈쿠가 받아주자 좋아한다고 하는 세이지


첫 글을 쓰고 난 후 시즈쿠가 할아버지께 글을 봐달라해놓고 내가 보기에는 정말 별로였다 하면서 자책하고, 괜찮다고 할아버지가 말해줬을 때 단순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울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에서 침착하고 성숙한 할아버지와 여러 감정 뒤섞여서 울렁거리는 시즈쿠가 대비되어 시즈쿠의 마음 상태를 더욱 강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전체에서 할아버지가 세이지와 시즈쿠에게 용기를 낼 마음을 다독여주기도 하면서 주인공들에게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스토리 전반적으로  중심을 잡아주면서 영화의 완성도도 높여주고,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단순하지 않게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고, 영화의 표면적인 주제가 잘 드러나게 해준 것 같다.

자신의 글이 별로였다며 울먹이는 시즈쿠 / 괜찮다라며 시즈쿠를 다독여주는 할아버지


시즈쿠를 원석과 같은 상태라면서 녹주석 원석에 빛을 비추면서 시즈쿠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원석이 반짝 거리는게 아니라 원석에서 반사된 빛들이 세이지에게 비춰지면서  시즈쿠를 원석처럼 밝게 빛나게 하는 연출이 정말 배운변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즈쿠는 빛나는 원석을 보고 있지만 우리의 화면에 보이는 것은 밝게 빛나는 시즈쿠뿐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관계가 굉장히 깔끔히 진행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누군가가 항상 여주가 읽는 책을 먼저 읽어서 누군지 궁금해 하고 알고보니 악연이라고도 할수있는 사람이였다라는 내용은 흔하게 있는 클리세지만 여기서 각자의 꿈과 관련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세이지의 속마음이 사실은 시즈쿠를 이길려고 노력한거다라며 이어지는게 흔한 로맨스물이 될수 있던걸 작품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끝내서 좋았다.

항상 먼저 이름이 적혀있는 걸 보고 누군지 궁금해  하는 시즈쿠 / 자신이 궁금해했던 사람이 세이지라는 걸 알고 실망하는 시즈쿠


영화에서 시즈쿠가 언덕 내리막을 내려가는 장면이 고양이를 따라가서 멋진 상점을 발견한 후, 첫 이야기를 상상하면서로 총 두 번 나오는데 시즈쿠의 신남과 심장의 두근거림을 언덕을 빠르게 내려가면서 생기는 속도감으로 표현하여 보는 사람에게도 전달되게 해주는 것 같다. 더군다나 시즈쿠의 상상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연출이 정말 멋있었다.

상점을 발견하고 난 후 급하게 다시 도서관으로 가는 장면 / 소설에  쓸 첫 장면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달려가는 장면
"저렇게 높은데?"- "가까이 가면 별거 아니야!"



그렇지만 나는 아직 여주의 집 위치를 파악 못하겠다. 처음에 도서관을 갈 때는 지하철을 타고 갔지만 학교 마치고 도서관에 갈 때는 또 학교에서 걸어서 가고 학교까지는 또 걸어서 가고 남주가 밤에 데려다줄 때도 걸어서 간다. 근데 또 스기무라 한태 고백받고 혼란할 때는 지하철을 타고 상점에 간다. 길치는 정말 혼란스럽다.

지하철에 탄 고양이가 신경쓰이는 시즈쿠


영화는 같은 영화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다 다르고, 아는 만큼 숨은 의미를 찾고 이해할 수 있고,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더라도 볼 때마다 성장하면서 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같은 영화에서 여러 생각과 의견이 나옴으로써 이를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해준다는 것도 영화의 긍정적인 영향인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를 다시 생각하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느낀 점을 말하면서 내가 더 정신적으로 발전해간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고, 내가 보지 못한 다른 측면에서 영화를 보고도 싶어서 글을 썼다.


사람은 완벽해질 수 없기에 내가 틀렸거나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무분별한 비판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정정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이런 관점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영화를 다시 보게 하는 글을 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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