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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May 25. 2023

분명 셜록 홈즈인데 수상하게 다른 영화가 보이는 영화

피라미드의 공포(1998) 후기

(*스포있음*)

원래 제목이 ‘영 셜록 홈즈’인데 그걸 모르는 상황에서 ‘피라미드의 공포’라는 한국 제목을 보고 나서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처럼 이집트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때 마침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가 있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느낌의 셜록 홈즈의 이름만 빌린 느낌일 줄 알았는데 셜록 홈즈의 주 활동지인 런던에서 일어난 일이라 놀랐고, 무엇보다 성인 때 만났다고 했던 셜록과 왓슨의 학창 시절의 일을 담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어린 셜록 홈즈와 존 왓슨


셜록과 왓슨이 학창 시절에 만났다는 영화 설정이 원작과 다르기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었지만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도 단순한 창작물이라는 것을 밝혔고, 캐릭터성을 완전 붕괴 시키는 것도 아니었고, 그 외에 설정에서는 최대한 셜록 홈즈의 원작 느낌을 많이 살리려는 것이 많이 보였다.

'셜록 홈즈'에 자주 등장하는 연구실에서 현미경을 보는 홈즈와 옆에서 기다리는 왓슨


원작과 다른 설정인 학창 시절에서 학교에서 화학 수업도 듣고, 밥 먹으면서 자신이 커서 되고 싶은 것을 말하기도 하고, 어른이 아닌 청소년기의 발랄한 느낌과 어리숙함이 잘 나타나서 좋았다.

화학수업 들으면서 재미없어하는 홈즈와 왓슨 / 숨겨 놓은 트로피를 찾아서 기뻐하는 홈즈



특히 배우들이 변성기가 오지 않은 맑은 목소리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왓슨은 영화에 틈틈이 나오는 어른 왓슨의 나레이션이랑 비교가 되어서 더 잘 느껴졌던 것 같다.

해맑은 홈즈와 왓슨


원래 셜록에게 일방적으로 휘어잡히는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이번에는 셜록이 어리니까 단호하게 거부하기도 하고 쫓아내기도 하는 모습이 원작과는 반대라서 색다르게 보였다.


이 영화에서는 셜록에게 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하는 레스트레이드 경감님


하지만 원작에 있는 설정들도 잘 나타나서 좋았다.


 

어떤 버전이든 느끼는 거지만 첫 만남에서 왓슨에 대해서 추리를 하는 모습이 매번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매번 짜릿한 것 같다. 심지어 조금은 틀리는 모습도 셜록 다워서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다.

처음 만나자마자 왓슨의 이름과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 맞추는 홈즈


매번 모자를 쓰게 되는 이유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번에는 좋아했던 교수님의 유품인 모자를 받아서 쓰게 되고 왓슨이 조사를 하다가 산 파이프를 선물 받아서 물게 되고, 악당이 입었던 외투를 전리품으로 입게 되면서 우리가 아는 셜록 홈즈의 모습을 완성시키는 것도 우리가 아는 셜록 홈즈의 모습을 완성시킴으로써 셜록 홈즈의 본질을 깨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트레이드 마크인 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물고 있는 모습






‘피라미드의 공포’는 1985년에 개봉한 영화라 꽤 오래된 영화였지만 CG의 퀄리티가 꽤 좋아서 신기했다. 물론 지금의 CG에 비하면 많이 부자연스럽지만 사람의 분장이나 소품들로는 표현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더 극대화하는 것 같았다.

독침에 맞아서 환각을 보는 모습


옛날 영화에 나오는 상황을 강조시키면서 그림자로만 장면을 전개하는 방법이 이 영화에도 나왔는데 고전적이지만 인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사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림자와 음악 만으로도 상황이 깔끔하게 이어지는 게 지금 봐도 너무 세련되고 멋있었다.

환각을 봄으로써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는 그림자 / 독침을 쏘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림자


또 엄청나게 큰 세트장으로 만드는 웅장함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비록 화질은 떨어지지만 요즘에는 다 CG로 처리하는 부분들도 세트장으로 만들었다는 게 보여서 하나의 공연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요즘 영화는 현실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정교한 CG와 좋은 화질로 내가 정말 영화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지금 보는 옛날 영화는 공연장에서 하나의 공연에 몰입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엄청나게 큰 세트장이 화면에서도 느껴진다.


하지만 옛날 영화라 그런지 마지막에 칼로 펜싱 자세를 하며 싸우는데 대장간에서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조금 웃겼다.

엄청 진지하게 싸우는 중인데 깡깡깡깡 소리가 난다....




처음 봤지만 뭔가 익숙한 느낌이 많이 드는 영화였다.


우선 해리포터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물론 이 영화가 더 먼저 나왔긴 하지만 영국 악센트를 쓰고 기숙학교에 다 같이 연회장에서 저녁을 먹고, 삼총사(셜록, 왓슨, 엘리자베스)가 문제를 해결하러 다닌다. 영화에 나오는 학교의 분위기도 정말 비슷하다.

해리 포터에서처럼 연회장에서 다 같이 밥 먹는 모습 / 론(?), 해리(?), 헤르미온느(?)


심지어 주인공 싫어하는 뺀질거리는 애도 있고(마지막에 정말 탈색 머리가 됨), 항상 사고 치는 해그리드 같은 아저씨도 있고 심지어 개도 키운다.

입닥쳐 말포이....? / 비행기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끝까지 성공 못하신 교수님....


그리고 왓슨이 안경을 써서 그런지 계단에서 왓슨 굴러떨어졌을 때 마법사의 돌 때의 해리 포터의 모습이 생각났다.

진짜 마법사의 돌 마지막에 볼드모트 막으려고 한 해리포터 닮은거 같다.


두 번째로는 셜록:유령신부도 생각이 났다. 주변에 여러 사건들과 관련된 음모를 꾸미는 비밀 조직이 있고, 셜록과 왓슨, 그리고 메리도 그걸 해결하러 다니고, 그들의 은신처를 찾게 된다. 이때 은신처를 찾아서 건물 속을 보는 장면에서 유령신부의 장면과 정말 비슷하다 생각했다.

(좌)피라미드의 공포 (우)셜록:유령신부 / 물론 왓슨은 다른 창문에서 보고있다


세 번째로는 오페라의 유령이 생각났다. 두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도 1870년 전후로 비슷하기도 하고 세트장(피라미드의 공포의 경우 피라미드 모형)에서 장면이 전개되는 것과 ‘피라미드의 공포’에서 영화 전반적으로 나오는 배경 음악이 뮤지컬에서 나오는 노래 같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좌)피라미드의 공포 (우)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이 침을 맞고 단체로 환각을 보는 장면은 BBC 셜록의 ‘바스커빌 가의 개’에서 셜록이 인간적으로 무서워하고 다 같이 헛것을 보면서 패닉에 빠지는 모습이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좌)피라미드의 공포 (우) BBC 셜록 시즌2 2화 바스커빌 가의 개 / 두 홈즈 모두 환각을 보게 되면서 패닉에 빠지게 된다.


옛날 영화의 허접한 화면전환과 같은 옛날 영화 기법이 너무 매력적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인터미션이 영상에 그대로 나오는 것처럼 지금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는 게 묘미인 것 같다.

얼음이라 주장하는 스티로폼 조각들 / 옛날 영화 특유의 그림으로 된 포스터





스토리 면에서는 입체적인 서사를 가진 악당과 범행 수법도 가지고 있었지만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 끼워 맞추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처음 트로피를 찾을 때에는 조금 억지스럽다 싶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 학생들끼리 장난치는 거라 조금 부족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나온 셜록이 왜 선생님이 악당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도 많이 억지스러워서 아쉬웠다.


어쩌다보니 범행도구를 줍게 된 왓슨 / 알고보니 악당이였던 선생님


교수님 장례식장 때 셜록이 두 번 우는 것을 보았다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그때는 셜록이라면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겼는데 이게 엄청난 복선이라서 영화에서 그 두 번이 모두 나왔다는 게 진짜 배운 변태 같았다.

교수님 장례식장에서 우는 홈즈 / 자기 대신에 총을 맞아 죽은 엘리자베스를 안으며 우는 홈즈


셜록이 퇴학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는 걸 최대한 도와준다 하고 더 도와줄 거 있는지 물어봤을 때 마지막 결투를 셜록이 신청하고 펜싱을 겨루게 된다. 이때 마지막 결투라는 단어 때문에 순간 머릿속에서 모리아티가 스쳐 지나가서 선생님이 아마 모리아티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영화 속의 악당이었고 진짜 모리아티였다. 설마가 진짜가 되어서 당황스러웠다.

퇴학 당하기 전 마지막 결투를 하는 선생님과 홈즈 / 죽은 줄 알았지만 돌아온 모리아티


독침을 쏘는 사람이 완전 눈에 띄는 복장으로 돌아다니는데 저 정도면 들키고도 남았지 않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로브 안의 모습을 보고 나서 로브가 최선이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엄청 눈에 띄는 로브를 쓰고 다니는 누가봐도 수상한 사람 / 커다란 로브가 차라리 덜 눈에 띄는 변발 스타일의 악당


추리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영화였다. 처음부터 나온 떡밥을 버리는 거 하나도 없이 거미줄처럼 찬찬히 이어가면서 회수하는 그때의 쾌감이 너무 좋다. 진짜 너무 재밌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해도 2번 3번 봐도 질리지 않는 또 보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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