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이라 무엇이 문제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영화
(*스포있음*)
캐스팅 과정부터 개봉하고 나서까지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영화 인어공주를 보았다. 사실 나는 관심이 없었기에 볼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가 가자 해서 충동적으로 보게 되었다. 영화 흥행 성적이 생각보다 기대에 못 미친듯했다. 영화를 예매하려 했는데 우리 지역 영화관에서는 상영횟수가 하루에 3-4번뿐이고, 심지어 훨씬 이전에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보다 예매 순위가 낮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영화 ‘인어공주’ 후기에서는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의도가 어떻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한들 말이 많은 주제기에 나의 영화를 보고 느낀 평론이 캐스팅에 대한 말 한마디로 인해 비난으로 변질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우선 좋았던 점은 영화의 배경의 색감이 아름다웠다. 너무 현실적이라 어두컴컴한 바다를 예상했는데 바다의 아름다운 배경도 잘 구현해두었다. 파랗고 맑은 바닷속 배경에 형형색색의 실제와 매우 흡사한 바다생물들도 나와서 춤추는 모습들도 몹시 디즈니스러웠다. 그리고 원작의 모습들도 나와서 좋았다. 포크를 빗처럼 쓰고 비누를 먹는 등 원작들의 여러 장면을 가지고 온 것도 좋았고, 우슬라가 거대하게 변해서 소용돌이 만드는 모습은 제대로 구연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만족스럽게 나왔다.
그렇지만 당황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우선 개인적으로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노래 ‘Part of Your World’에서 에리얼이 자신의 아지트를 돌아다니다 모래에 앉는 장면이 있는데 모래가 드드득 갈리는 모습이 보였다. 사뿐히 모래에 안착할 것이라 예상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바다에 빠진 왕자를 구하고 난 후 노래 ‘Part of Your World(reprise)’의 에리얼의 등 뒤로 파도가 치는 하이라이트의 장면 전에 지네처럼 움직이면서 바위 위로 올라가는 손가락이 징그러웠다. 너무 현실적으로 다급하게 올라가는 모습이 보여서 모양새가 웃기게 보이기도 했다. 명색이 인어공주인데 바닷물을 먹어서 어푸거리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바다에 떠있는 인어들의 모습이 바다가 편한 느낌이 아니라 머리만 둥둥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노래 ‘Under the Sea’에서 바다거북이를 타는 장면에서 CG가 없는 버전을 보고 나서 보니 왜 사람을 타고 촬영을 했는지 이해가 조금은 되었지만 당황스러웠다.
그래픽이 많이 아쉬웠다. 바다 생물들은 정말 실제처럼 표현이 잘 되었지만 인어들이 나올 때는 인어의 이동하는 것을 얼굴이 따라가지 못해 조금씩 밀리고 정지되어 있는 장면에도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인어의 움직임조차도 딜레이 걸리듯이 드르륵거리면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여서 몰입도가 많이 깨졌다. 그리고 우슬라의 다리는 CG 처리가 되어서 엄청 활발하게 움직이는 반면 인간 모습인 상체는 목석처럼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라 몸과 다리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들었다. 바닷속 머리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는 것이 많이 보였지만 이질감이 들고 덩어리째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차라리 만화처럼 구연한 모습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에리얼 배우님의 표정 묘사가 아쉬웠다. 에리얼이 인간세계로 올라오기 위해 목소리를 잃고 발을 얻어 육지로 올라가 말을 못 하기에 몸짓과 표정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인어공주의 풍부한 표정 변화, 바디랭귀지와 함께 애니메이션의 과장된 표현으로 이질감이 들지 않았지만 실사화라 과장된 바디랭귀지를 할 수 없는 한계와 배우분의 표정 묘사가 너무 한정적이었다.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배우분의 표정연기가 단순히 기쁨, 슬픔, 놀람 등의 감정들만 보여 연기의 깊이가 부족해 보였다. 차라리 우슬라가 변한 바네사 배우님의 표정 변화가 더욱 극적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영화 전반적으로 갑자기 극적으로 노랫소리를 키우면서 긴장감을 주려는 것에 대해 이질감이 들었다. 인어공주와 플라운더가 난파선에서 상어를 만났을 때 갑자기 ’빰빰‘ 큰소리로 긴박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이런 방법을 쓰는데 애니메이션은 극적인 변화랑 쾌락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기에 갑자기 노래가 커지고, 시작하는 것으로 새로운 자극을 주더라도 ’화면전환이구나,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지만 실사화에서는 현실적인 잔잔한 느낌을 보여주다 이질적으로 갑자기 음악을 크게 틀다 보니 장면에 어울리지 않아 다른 방식을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초반 부분에 에리얼이 배를 지켜보는 장면에서 만화적 허용인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보트에 올라가는 것은 실사화를 통해 현실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배를 지켜보면서 흥미로워하는 에리얼의 모습이 화면이 너무 어둡게 보이면서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주인공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에리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에리얼이 배를 지켜보고 있다의 상황 설명만 전해진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연계성이 부족했다. 원작이 있어서 다들 스토리라인을 안다는 하에 몇몇 장면들을 삭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원작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에 의문이 드는 점이 많이 보였다.
세세한 디테일들을 많이 놓친 게 보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의문이었던 부분은 우슬라가 자신의 오빠인 바다의 왕이 자기처럼 오래 고통을 받으면 좋겠다 했는데 원작에서는 왕을 갯지렁이로 만들면서 이를 이루었지만 영화에서는 그냥 죽이는 모습이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에리얼이 인간세계에 가서 마차를 모는 장면에서는 왕자가 에리얼이 마차를 거칠게 모는 모습이 당황스럽지만 인어공주의 새로운 면을 보면서 호감을 얻는 것이 장면의 의도이지만 실사화에서는 왕자가 단순히 놀라기만 하는 모습만 보여서 아쉬웠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현실과 현실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현실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디테일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상황 속에서 여러 디테일들이 모여서 현실감을 드러내는 것인데 영화에서는 짜피 현실이니까 현실 자체만으로 개연성이고 현실감이라며 세세한 디테일들을 놓친 것 같아 아쉬웠다.
디즈니에서 요즘 강조하는 인종의 다양성, 젠더리스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좋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아 보여주기식이라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우선 백인 아빠에 흑인 엄마인데 딸인 7명의 공주 중에 아시아인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혼혈 아시아인이라는 느낌이 들었으면 이해가 되지만 다양성을 위해서 유전법칙을 깨버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본인들이 인종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역차별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은 보였지만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다 수용하다 보면 끝이 없기에 적정선을 정해야 하는데 본인들이 원하는 부분은 바꾸고 다른 것은 놔두는 모습이 이기적이라 느껴지고 내로남불 같아서 더욱 화를 부른 것 같다. 영화에서 문지기 외에는 다른 인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에 인종과 성별과 나이 등 차별을 하지 말자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물 위로 올라오게 해 한 화면에 담는 모습이 너무 이질적이라 느꼈다. 마블의 어벤저스에도 여성 히어로들이 한 장면에 모여서 싸우는 모습이 보이는데 각자 다른 곳에서 싸우는 모습만으로 표현이 되는데 굳이 모여서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반감을 샀었다. 이처럼 의도가 다분한 것이 티가 많이 나서 거부감이 많이 들었다. 애초에 그냥 바닷속과 성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었으면 이해가 되었지만 막무가내로 욱여넣는 모습을 보면서 애초에 다르다는 것을 못 느꼈던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차이점을 인식하게 될 것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배역을 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종을 채우기 위해서 캐스팅이 된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PC를 표면적인 것으로 강조하기 이전에 내용적인 면에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실사화에서 인어공주의 새로운 모습을 표현한다기에 내용면에서 다른 것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원작 내용을 따라가기 급급했다. 초반에 안데르센의 말을 인용했기에 원작 이야기의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는 이야기를 담거나 흑인 노예와 같은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는 등 처음부터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만 따라가고 장면을 재구성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되는데 유명한 장면을 따라 해야 하지만 원작 설정은 차별적이니까 완전히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은 안되는 디즈니의 고뇌가 보였다. 그렇지만 의도가 너무 다분한 것이 보여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고 능동적인 여자 주인공을 만드려는 노력이 보였지만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원작 인어공주도 애초에 에리얼이 능동적이었다. 사랑을 위해 인간세계로 나아가고, 왕자랑 인간세계를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왕자가 끌려다닌다 생각할 정도로 말괄량이에 상황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메인 스토리이고, 여전히 조력자들이 대부분 도와주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실사화를 하면서 새로운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기에는 여자 주인공이 능동적인 행동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것들은 이미 많이 나왔기에 되려 수동적으로 보였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엘리자베스는 직접 해적의 대장이 되어 배를 몰고, 엘사는 여왕이 되어 자신의 능력을 왕국을 다스리는 것에 쓰는 등 많은 능동적인 여자 캐릭터들이 있기에 정작 사람들이 생각하던 새로운 인어공주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생각한다. 인어공주가 우슬라를 물리친 후 삼지창을 가지게 되면서 여왕이 된 후 우슬라로 인해 황폐해진 바다를 다 되돌린 후에 아빠에게 다시 “원래 아빠 거였어요, 저는 이제 다른 세상을 찾아 떠날게요”라 말하며 떠나는 모습이었으면 연계성이 있고 능동적인 주인공의 모습이 보였을 것 같았다.
영화 초반부터 인어 형상에 작살을 던짐으로써 현실감을 가득 주는 모습으로 기존의 디즈니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느껴졌다.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남자 캐릭터들이 본인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속마음이 보인다기보다 단순히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만 했다면 최근에는 겨울 왕국의 크리스토프처럼 노래를 하면서 3인칭으로만 보이던 남자 캐릭터의 속마음을 드러내면서 캐릭터의 입체성이 두드러졌다 생각한다. 그리고 노래에 랩을 넣는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영화 속에 넣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기교를 넣는 것도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에 좋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세바스찬과 스커틀의 캐릭터에 맞게 새로 들어온 랩과 다르게 에리얼의 노래에 기교를 넣는 부분은 인간 세상이 궁금한 막내 공주의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생각 속의 에리얼의 캐릭터와 맞지 않았다. 그리고 기교를 넣는 모습이 동심이 가득한 동화 속이라는 환상을 깬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기술력도 많이 부족하고 지금 우리의 시점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자!!‘가 우선시 되다 보니 디즈니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서 이질적인 부분도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과거 여자가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이상했지만 지금은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이런 현실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점이 사라지고 지금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다 이루어져 익숙해져 있는 세상에서 만들었다면 기술력 문제도 해결이 되고 디즈니의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져서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을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것도 아니고 PC도 아니고 그저 디즈니의 영화를 만드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 생각했다. 기존 캐릭터성을 살리지 못하는 캐스팅, 엉성한 스토리라인과 놓쳐버린 세부적인 디테일 등 아쉬운 점이 많기에 캐스팅이 만족스러웠어도 완벽하지 않았고, 스토리라인이 완벽하더라도 아쉬운 점이 있는 많은 문제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보완해 가면서 더욱 좋은 영화를 만들어가면 되지만 다만 지금 디즈니는 경주마처럼 옆을 보지 않고 달려나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