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2018) 후기
(※스포있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작품인데다가 화려한 그래픽으로 개봉 당시에도 꽤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 영화이다. 리스트에 넣어 두고 아껴두고 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큰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았는데 생각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꽤 불호인 편에 속했다. 그리고 불호였던 만큼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많았다.
우선 연계성 없는 주인공 버프와 이로 인해 너무 무능해진 악당의 모습이 영화 전반적으로 나와 눈살이 찌푸려졌다.
첫 번째 열쇠를 찾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왜 그전까지는 주인공과 사람들이 힌트가 되는 말을 알아차리지 못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힌트가 되는 말을 끝에 흐리면서 말을 했다던가 아니면 아주 작은 소리로 했다던가 관객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었는데 이것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애초에 주인공이 자주 온다고 언급한 개발자 인생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영상에 힌트가 있는 것을 한 명도 모르고 열쇠를 얻으려고 부서까지 구성하는 기업이 힌트가 될만할 것들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는 게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이 설정이 영상을 천 번 이상 보는 끈기 있는 주인공의 근면함을 보여주고 주인공은 주인공이라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대놓고 저런 힌트가 있었는데 천 번을 본 주인공이 몰랐다는 것과 다른 유저들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장면의 의도를 알고 보아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 열쇠를 찾는 과정에서 영화 속에 들어가 주인공들은 쉽게 공략을 찾고 열쇠를 구하고 악당 기업의 직원들이 영화 속 무서운 장면에서 소리 지르고 멘붕이 오는 장면들이 있다. 물론 H도 무서워서 소리 지르고 하면서 유머 코드를 만들었지만 영화에서 악당 회사가 엄청 커다란데 5명이서 깬 스테이지를 대기업이 못 깨서 쩔쩔매며 못 깬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 번째 열쇠를 찾는 곳에서 화면을 꽉 채울 정도의 많은 직원들이 의견을 내면서 마지막 게임을 찾는 장면이 나오는데 물론 영화에서는 이렇게 규모가 큰 회사도 난감한 문제를 주인공이 해낸다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지만 거의 게임 속 판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가 그때까지 아무것도 못했다는 게 계속 이해가 되지 않았고, 긴박감을 주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긴박감이 느껴진다기보단 그냥 결국 주인공이 이기고 끝나겠지의 클리셰의 단점이 더욱 부각되어 느껴졌다. 물론 주인공이 이기는 권선징악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봄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것은 맞지만 관객들이 주인공이 이긴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과정을 기승전결에 맞춰서 상황을 고조시킨 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한데 주인공의 승리가 당연하지 않게 느껴져서 성취감도 느껴지지 않고 너무 주인공 버프로 주인공이 이겼습니다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보여서 많이 아쉬웠다.
항상 엔딩에서 캐릭터가 이기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죽고 다시 살아나기도 하면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과정이 있기에 스토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컨트롤러 조작이나 다른 움직임이나 다른 움직임 없이 동적으로 화면만 보는 관객들이 화면에 몰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 편인 사람들과 악당 회사의 직원들이 게임 속에서 싸우는 장면에서 악당 회사의 직원들이 죽는 모습들이 너무 3류 코미디 영화를 보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 나왔던 것처럼 직원들이 싸우다가 죽고 난 다음에 아쉬워하면서 한숨을 쉬거나 탄식을 했으면 장면의 몰입도도 높이고 의미 있는 장면이 되었을 것 같았지만 세부적인 감정보다는 악당 회사가 다급한 상황이라는 전체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 단체로 죽은 직원들을 바로 빼내고 바로 다음 인원으로 투입하는 장면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에게는 찰리 채플린 영화처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마치 질보다 양을 선택한 것처럼 느껴지고 직원들의 모습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움파룸파같이 보이기도 하였다.
영화를 보기 전 내가 예상한 스토리는 열쇠가 정말 딱 3개뿐이라서 주인공이 얻고 난 후 악당이 뺏고 주인공이 되찾아오는 걸 반복하면서 결국은 주인공이 이기게 되는 결말이었는데 악당이 그저 단순히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서 열쇠를 얻으려 하고 번번이 실패하는 내용이 되었다. 영화의 진행을 위해서 악당의 무능함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애초에 열쇠가 유일한 게 아니라는 설정으로 인해 악당들의 어리석음과 동시에 주인공 버프가 합쳐져서 결국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는 안 좋은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장면들이 너무 단조롭다 보니 그저 그래픽 좋은 게임에서 스토리 파트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 첫 열쇠를 얻고 난 후 혼자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같은 독특한 요소들로 화면을 채우려는 느낌은 들었지만 단조롭고 밋밋하다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주인공이 첫 열쇠를 얻은 후 악당 회사가 청부살인을 요청하는 장면에서도 이 장면 전에 악당이 주인공이 열쇠를 찾은 것을 알게 되고 분노를 하거나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을 표현한 후 청부살인을 요청하러 가는 식으로 장면이 진행이 되었다면 조금 더 깔끔하게 진행이 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괜찮은 척을 하다가 바로 청부살인을 맡기는 스토리 진행이 되다 보니 정말 게임에서 잠깐잠깐 쉴 때 나오는 스토리 연결시키는 영상 같았다.
물론 감독이 영화의 장면들이 게임 스토리 진행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했었을 수 있겠지만 이게 나에게는 비호 요소가 되었고 전반적인 영화 퀄리티가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으로는 연계성 부족과 세부적인 디테일 묘사 부족으로 인해 캐릭터들의 관계성이 애매 해져서 아쉬웠다.
사만다와 주인공의 관계에서 주인공이 네임드인 사만다를 알아본 후 호감이 생겨고, 오토바이도 고쳐주는데 이때는 사만다가 주인공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 서로의 신뢰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협력관계가 되는 것이 맞나 싶었다.
그리고 힌트 찾을 겸 첫 데이트를 가는 장면에서 뜬금없이 러브라인을 넣는 게 조금 의아했다. 물론 둘의 관계에서 진전이 있어야 하고 사만다가 주인공의 팀이 되는 과정이긴 하지만 둘의 관계성을 보여주기에는 세부적인 묘사가 없어서 영화의 스토리의 맥락에 따라서 사랑에 빠지는 걸 이해해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로맨스 영화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영화에 있는 욱여넣는 러브라인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만 좋아하던 감독이라서 많이 아쉬웠다.
또 영화 속에서 이해 안 되는 설정들이 많이 있었다.
1. 애초에 열쇠 3개를 게임 속에 숨겨 놓는다 했는데 열쇠가 이기는 사람만큼 왕창 주는 거면 희소성이 있을까?
2. 첫 번째 열쇠를 주인공 포함 5명 정도 랭킹에 오르게 되었는데 왜 주인공만 유명해져서 정체를 숨기는 것인가?
3. 클럽에서 악당이 해킹 같은 걸 통해서 주인공과 사만다의 이야기를 엿듣는데 애초에 이게 가능하다면 그전에도 이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그전까지 쓰지 않았는가?
아직도 이 점들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남아 있다.
마지막 전투 장면이 정말 웅장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되었지만 너무 많은 아이템들과 아이템들의 이름을 외치면서 쓰는 장면이 조금 몰입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영화 속에서 게임이라는 특성상 여러 아이템들이 나오는 것이 맞지만 아이템 이름을 외치고 쓰는 과정에서 '음? 이게 뭐였더라? 아 이거였지'라는 사고과정이 들어가니까 장면을 따라가는데 조금 뇌에 딜레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비슷한 류로 악당이 주인공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메가 고질라를 만드는 데 그 과정이 '저게 뭐임? 저런 게 있었어? 메가 고질라라는 아이템을 악당이 가지고 있었나 봐.'까지 불필요한 사고가 많이 들어서 아쉬웠다.
연출이 너무 오글거렸다.
마지막 열쇠가 있는 게임을 찾으려고 악당 회사의 연구원들이 가득 모여서 게임이름을 외치고 있는 장면에서 누가 봐도 정답인 게임을 말할 것 같은 여자분이 클로즈업 되고 갑자기 다음 게임 얘기해 봐라 할 때 게임이름과 이유를 대는데 너무 작위적이고 짜여있는 각본이란 느낌이 너무 많이 난다.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는 진지하게 의견을 내는 것이 맞지만 주변 상황은 당황하면서 아무 게임이름이나 외치는 와중에 너무 티가 나게 연출을 해서 정말 오글거렸다.
영화 장르 자체가 비교 군이 많아서 유사하다 생각되는 장면들이 많이 떠오르고 비교되어서 아쉬운 점들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차라리 게임의 트레일러나 게임에 있는 스토리 진행을 위한 영상이었으면 극찬 받았을 영화 같았다. 오마주도 넣어야 하고 주인공들 간의 의리도 넣어야 하고 그 와중에 러브라인도 넣고 스토리도 진행해야 해서 영화가 단조롭고 입체감이 없어져 연계성도 잘 못 느끼게 된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이 많았지만 좋았던 점도 분명히 있었다.
영화의 대부분이 게임 속 화면을 다루고 있는 만큼 그래픽이 정말 좋았다. 미술에는 재능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막눈인 사람이 봐도 화면 하나하나가 신경 썼다는 게 느껴졌다.
액션신도 비슷한 동작들만 나오면 지루함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꽤 많은 장면이 액션 신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화려한 액션신들이 많이 나와서 눈이 즐거웠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악당과 주인공의 대조가 억지스럽지 않고 영화 속에 잘 스며들어 있어서 좋았다. 현실에서 가상현실을 갈망하는 악당, 가상현실 속에서 현실을 원하는 주인공과 제작자의 대조적인 모습을 화면 전환을 하면서 관객이 더 몰입하게 되면서 감독이 원했던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었다.
결국 에그를 찾은 주인공을 보며 무언가를 깨닫게 된 악당을 비추고 결국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게 되는 악당의 모습까지 단순히 그래픽이 뛰어난 영화가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라 좋았다.
같은 의미를 가진 장면들이 다른 배경에서 반복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게임 속에서 주인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싸우는 장면과 현실에서도 주인공을 지켜주려고 본인들도 무서운 상황에서 악당의 주변을 감싸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이 분명 게임 속과 현실이라는 다른 곳이지만 모두 같은 마음으로 모였다는 점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영화 초반에 ‘현실은 시궁창 같고 모두가 탈출을 꿈꾼다. 그래서 할리데이가 영웅이 된 거다, 어디는 지 갈 수 있게 해줬으니까’라는 말이 나온다. 할리데이는 가상현실을 만들면서 세상을 만들어 영웅이 되었고, 물론 사람들은 아쉬워했지만 게임 시간을 조정해 주인공은 두 세계를 조화시키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영웅이 되었다는 게 주인공과 제작자의 다르지만 비슷한 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아쉬웠던 점은 회사를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 물었을 때 동료들이랑 나누겠다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이때 주인공과 제일 친한 H가 없어서 아쉬웠다. 물론 갑자기 H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인공이랑 제일 친한 친구인데 굳이 내보낸 것이 너무 아쉽다.
또 마지막에 주인공과 사만다가 키스하려다가 누가 문 열고, 또 문 열고 하는 게 조금 뇌절이라 생각했다. 물론 적절하게 넣었으면 재밌었을 텐데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임에 대한 헌정영화 같았다. 마인크래프트 같은 현실에 있는 게임들을 오아시스 속에 넣고, 여러 게임 캐릭터들도 나오고, 영화에서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이스터에그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영화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단순히 게임을 오락거리를 보는 관점은 물론 다른 관점으로도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영화에는 게임은 물론이고 영화에 대한 오마주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알아본 것은 주인공의 차가 백 투 더 퓨처의 차라는 것 정도로 조금 밖에 찾지 못했지만 할리퀸,춘리처럼 많은 오마주들이 많이 나와서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을 것 같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인 게임 중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초반에 빈민가 사람들도 다 쓰러져가는 곳에서 자기들 게임만 하는 모습이 위태해 보였는데 주인공들이 게임을 소유하게 된 후에는 운영 시간을 바꾸면서 현실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실에서도 게임중독은 병이라고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사회에 대한 경고를 하는 것 같아 많은 의미를 담은 영화라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