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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Jul 17. 2024

무더운 여름날의 BIFAN 자원봉사 후기

아마 브런치에서 유일무이할 부천국제영화제 자원봉사 후기

아마 브런치에 올라온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기 중 나의 후기가 가장 독특할 것이다. 이렇게 자부할 수 있는 이유는 이번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 후기를 누가 관심 있어할까 싶지만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기에 이렇게 글로도 기억하고자 이렇게 후기를 쓰게 되었다.

부천국제영화제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부천 시청


자원봉사자 신청을 하게 된 이유는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청춘인데 뭐든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비록 원하는 팀에 합격을 하진 못했지만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2차로 화상면접까지 본 후에 합격해 활동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지만 1차 전형에 통과하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엄청 긴장을 하고 간절해졌다. 화상면접을 나 포함 6명 정도 함께 보았는데 나에게는 면접관님이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은 것 같아 떨어졌다 생각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 동안 너무 슬퍼서 맨날 우울하고 울상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면접에서 합격하고 대외협력팀의 협찬지원팀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협찬지원팀의 업무가 협찬물품을 배달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에 영화제에서 엄청 직접적인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일들을 하고 경험과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로서 한 일


조금 더 자세히 자원봉사자로서 한 일을 설명해 보자면 개막식, 7월의 카니발 등 영화제의 다양한 행사에 물, 맥주 등을 배달했다. 협찬지원이란 이름의 상하차에 가까웠다 볼 수 있다. 주로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차에 싣고 옮겼는데 창고가 정말 무서웠다. 쥐와 꼽등이가 함께 살고 있으며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어두운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창고 문을 열기 위해 어두컴컴한 창고로 혼자서 들어갈 때는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좌) 햇빛이 들어와 밝은 창고 / (우) 우중충한 대비되는 깜찍한 창고 키


그래도 창고에서 일하고, 차로 이동하면서 매니저님하고 팀원들하고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니저님이 영화제 일을 원래 하시던 게 아니라 영화제작에 있는 분이라 영화제작과 관련된 내용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원래 내가 말이 많은 사람이라 긴 이동시간이 오히려 재미있었다. 더군다나 물건을 옮기다 보니 영화제의 웬만한 곳에 다 돌아다녀 영화제의 단편적인 부분이 아닌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협찬지원팀이 짧고 굵은 일이 많다 보니 유동적으로 다른 팀에 지원 나가면서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었다. 개막식에서는 리셉션장 입장을 담당하고, 현대백화점, 만화박물관, CGV소풍에 있는 굿즈샵에 가서 굿즈 판매 업무도 담당해 보고, 부천시청의 관객라운지에서 후원팀 업무도 경험할 수 있었다.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고,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는 업무를 너무 좋아하기에 다른 팀에 지원 나가는 일이 너무 좋았다.     


나름 후반에 알아보는 관객님이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한 사람으로서 만일 부천국제영화제에 왔다면 개막식 1층 리셉션장에서 입장 담당한 자원봉사자, 손예진 특별전 첫날에 번호표 육성으로 부르던 자원봉사자로 나를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방에 네잎클로버를 달고 다니던 자원봉사자..!


영화제에서 연예인 많이 보나요? 네니오


업무가 업무이다 보니 연예인을 만날 기회는 많이 없었다. 그렇지만 손예진 배우님은 특별전 컷팅식날 인파가 너무 몰려 행사 도중 급하게 지원 나갔을 때 1m 정도 거리에서 진짜 한 2초 정도 잠깐 볼 수 있었다. 진짜 너무 예쁘셨다. 픽셀이 혼자 다른 느낌이었다. 말투도 너무 나긋나긋하시고 너무 착하시고 진짜 일하느라 더 오래 못 본 게 아쉽다.      


개막식날 리셉션장에서는 위키미키 김도연 님을 완전 앞에서 봤다. 그런데 못 알아봤다. 너무 정신이 없었고, 레드카펫을 못 본 터라 정말 닮은 배우님인 줄 알고 속으로 ‘와 진짜 예쁘다..’만 10번 넘게 외친 것 같다. 그러고 집에 와서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확인해 보니 맞았다. 못 알아본 내가 너무 바보 같고 슬펐다. 리셉션장에서는 정말 많은 관계자분들을 만났는데 정신이 없어서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리셉션장에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영화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에 나오신 한우진 배우님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레드카펫을 못 본 터라) 외국배우님으로 착각했다. 엄청 독창적인 스타일의 옷을 입고 계셨고 너무 이국적으로 잘생기셔서 아무 의심도 없이 영어로 안내해 드렸는데 배우님이 나보다 부드러운 서울말로 “한국말로 하셔도 돼요”라 답하셔서 정말 당황해서 어버버 했다.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 후 한번 배우님과 감독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그때 주섬주섬 가방에서 후르츠텔라만 드리고 사인을 못 받아서 아쉽다. 또 리셉션장에서 기억에 남는 건 한 외국 여배우님이랑 대화할 기회가 생겨 영어로 대화하다가 “자원봉사자들은 아직 저녁을 못 먹었어요ㅠㅠ”라 말했더니 막 팔을 쓰다듬으시며 갑자기 유창한 한국말로 “괜찮아요? 힘들죠ㅠ 수고가 많아요”하셔서 너무 놀랐다. 심지어 당황해서 한국말로 어버버 말하니 다 알아들으셔서 너무 놀랐다.     


7일에는 팀원들하고 원더걸스 출신 소희님이 참여하신 팬터뷰를 보러 갔었다. 너무 예쁘셨다. 얼굴이 정말 작으셔서 마이크가 너무 커 보였다. 그리고 엄청 착하셨다. 그날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예정보다 일찍 끝났지만 퇴장하시면서 우리 쪽으로 인사해 주셔서 좋았다.     

진짜 감탄사만 나오는 외모



역시 청춘...!


우선 영화제 자원봉사자라는 타이틀로 보호받고, 나름 친절함을 받으면서(영화제에도 진상은 있다..!) 사회적인 상호작용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대백화점에 굿즈팀 지원 나가서 번호표 육성으로 부르니까 목 안 아프냐고 걱정해 주시면서 물 주신 관객님도 있으셨고, 구매줄 대기가 상당히 길었음에도 기다려주시면서 관객님들하고 자잘한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해외팬 관객님들하고 짧지만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만화박물관에서 굿즈팀 지원 갔을 때도 굿즈 구매하시는 다양한 관객님들하고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 이날 특히 외국 관객님들이 많이 오셨는데, 일본에서 온 관객님께 일본어로 “일본에서 오셨나요?” 묻자 일본어가 가능하다로 생각하셨는지 계속 일본어로 말씀하셔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끝까지 굿즈 구매를 도와드렸고, 엄청 좋아하시며 웃으시며 돌아가셔서 엄청 뿌듯하고 나까지 행복해졌다.


굿즈팀 지원 말고도 후원팀 지원도 가서 관객 라운지에서 카페알바 경력으로 다져진 사회생활 스킬로 적성을 찾기도 하고, 본업(?)인 협찬지원팀 일을 하며 창고에서 맥주도 박스째로 옮겨보기도 하는 등 평소에는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일들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제 사무실에 들어가는 일 흔치 않지


두 번째로 영화제의 일원이 되어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큰 행사에 참여해 본 것이 잼버리 재학생 아르바이트 이후로는 처음이었는데, 자원봉사자 옷을 입고, 단체 가방을 받고, 배지를 목에 걸고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는 것이 영화제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영화표 10개씩 주는 것도 좋았다. 사실 일정도 있고, 무서운 것을 못 보는 터라 하나도 못쓸 것이라 생각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예상외로 너무 알차게 사용했다. 출근 전에 영화 보고, 퇴근하고 영화 보면서 영화제 기간 동안 8편의 영화를 봤다. 심지어 2개는 지인들 나눠줘서 없어서 못 본 것이기에 영화표를 통해 정말 알차게 영화제를 즐겼다.     

정말 알차게 사용한 영화표들



역시 큰 행사는 변수가 많더라


영화제를 하면서 내가 겪은 혼란스러운 일들을 말해보자면, 개막식이 끝났는데도 1층 리셉션장이 준비가 덜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밖에서 대기하고, 행사팀이 없어 급하게 내가 대타로 입장 돕고, 입장하고 나서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동도 못할 정도로 가득 차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사람들 분산시키는 등 정말 혼란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리셉션장에서 화가 났었는데, 리셉션장에 나중에 돌아온 행사팀이 제대로 일을 하지도 않았다. 행사팀이 6명 넘게 있었음에도 리셉션장 입구에서 많은 일들을 내가 처리했다. 물론 나는 내막을 잘 모르지만 같은 자원봉사자임에도, 심지어 행사팀 업무임에도 잘 진행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현대백화점 영업 첫날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선착순 특전도 있던 터라 구매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화내시는 분들도 많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 “한 명 결제하는데 왜 4명이 붙어있냐” 등등 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자원봉사자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때도 정말 혼란스러웠다.     


진상도 있었다.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관계자로서는 처음 봐서 신기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관객들 만나는 행사에서 자기 질문 안 받아줬다고 시청 로비에서 시장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아저씨이다. 그 외에도 영화제 외에는 사용 못하는 포스터 달라고 떼쓰는 진상 등 역시 진상은 어디에든 있는 것 같다.      



아주 개인적인 추억들


리셉션 끝나고 음식 가지고 상황실로 와서 대외협력팀들끼리 나눠 먹은 것, 창고에서 노래 틀면서 일한 것, 매니저님이 푸드트럭에서 간식사주신 것, CGV 소풍에서 길 잃고 넘어져서 무릎에 피멍 든 것, 팬터뷰 구경 갔다가 일하고 그때 비 맞은 거 때문에 너무 아파서 도중에 조퇴하고 병원 간 것, 상영하는 영화에 관심 없다가 한번 본 이후로 관심 생겨서 급하게 영화 예매할 때 같이 일하던 언니가 같이 찾아준 것, 후원라운지에서 간식 먹은 것, 만화박물관에서 언니랑 굿즈팀 일하면서 언니랑 놀았던 것, 발대식 때부터 만나고 개막식날 하루종일 붙어 있던 언니가 알고 보니 같은 학교 선배님이라 당황했던 것 등 영화제 자원봉사는 처음이었는데 좋은 사람들 너무 많이 만나고, 친해지고, 추억 쌓을 수 있어서 좋았다.

(좌) 나는 숟가락만 얹고 언니가 쓴 간판 / (우) 우리가 옮긴 수많은 물건들 중 일부
매니저님이 사주신 간식들


(1) 뽕을 뽑으려고 가지고 온 자원봉사자 간식 / (2) 맨날 어디서 다침 / (3) 원래 안내문에 저렇게까지 애를 던지나..?

사실 협찬지원팀 일은 잘 못한 것 같아서 매니저님께 죄송하다. 영화제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재밌었다. 영화제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내년에도 자원봉사자로 꼭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포스터를 개인적으로 별로라 생각했었는데 보다 보니 정들어서 배지도 사고, 티도 사고, 키링도 사고 왕창 샀다. 계산해 보니 6만 원 넘게 썼다. 그..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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