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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러운 모험 후 믿을 수 없게 가까웠던 진실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by 맹글다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포스터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영화 속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역사를 기록한다. 광부 대파업이 한창이던 때 발레를 배우고 싶은 광부 아들의 이야기인 <빌리 엘리어트>(2001년), 나치의 홀로코스트 속 두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담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년)처럼 역사적인 사건을 영화 속 배경으로 다룬다.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동명의 원작을 가지고 있으며,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가 유품인 열쇠에 맞는 상자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첫 부재중 메시지의 ‘9월 11일 오전 8시 56분’은 듣자마자 영화의 배경을 알아차리게 한다. 9.11 테러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펜타곤 건물이 파괴되고, 큰 인명피해를 유발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테러로 인해 아빠를 잃은 주인공 ‘오스카(토마스 혼)’도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비행기, 높은 건물, 타워, 소음, 올려다보는 사람들 등 그날을 연상케 하는 것들을 여전히 무서워한다.


오스카는 아빠가 죽어야 할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에, 죄책감과 함께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밀어붙이며 열쇠에 맞는 상자를 찾는 강박으로 이어간다. 아스파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오스카의 세상은 모든 게 이치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스카에게 아빠가 남긴 열쇠는 어쩌면 아빠가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이자,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 그리고 그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스터키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진정한 마스터키는 동아줄처럼 느껴졌던 열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었다. 갈피를 못 잡고 계속되던 오스카의 모험은 열쇠가 아무 의미가 없었음을 깨닫는 순간 본질로 돌아가 고통스러운 강박을 깨뜨린다.


엄청나게 시끄러운 모험 후 믿을 수 없게 가까웠던 진실로 돌아가는 과정은 가족의 회복, 아이의 성장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관객에게 슬픔과 기쁨, 벅참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과 별개로 영화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서사 없이 단편적으로 회상되는 9.11 테러 당시 상황은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오스카의 상황에 따라가지 못했다. 더불어 ‘블랙’ 사람들과의 대화도 최대한 많은 양을 원작에서 가지고 오려다보니 영화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양을 담아 이야기의 흐름을 막았다. 이처럼 시너지를 주지 못한 장면들은 영화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각 플롯의 연결점을 뚝뚝 끊기게 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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