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 시나리오>
<드림 시나리오>는 차세대 감독 ‘크리스토퍼 보글리’가 메가폰을 잡고, 어두운 하위 문화를 주제로 실험적이고 예술성 있는 영화를 만드는 독립영화사 ‘A24’의 영화이다.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하위 문화의 문제를 직접적이기보단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는 개인으로 풀어내는 특유의 건조한 블랙코미디가 특징이다. A24의 도전적인 기이함과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독특한 유머 코드와 연출, 그리고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조합의 시너지는 영화를 이끌어간다.
지극히도 평범한 주인공 ‘폴(니콜라스 케이지)’은 도시 괴담 ‘디스맨’처럼 다른 사람의 꿈에 등장해 많은 유명세를 얻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악몽 속 존재가 되어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 같은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 <드림 시나리오> 속 폴의 변화 과정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꿈과 현실 속 폴의 차이점이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캔슬 컬쳐’의 어두운 면이기 때문이다.
캔슬 컬쳐는 유명인이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했을 때 팔로우를 취소하고, 배척하는 행동 방식을 말한다. 꿈속에서 자신을 때리고, 죽였다는 이유로 시작된 수업 거부, 협박 전화, 폭력 등 온라인 밖의 물리화된 캔슬컬쳐는 폴의 인생을 뭉개버린다. 심지어 자신의 의지가 아니고, 꿈에서는 공포의 대상인 것과 달리 현실의 폴은 숙맥에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전혀 다른 모습임에도 말이다. 꿈속 모습만으로 폴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대로 된 진실을 알지 못하고 배척하는 SNS 속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꿈을 이용해 소셜미디어, 즉 캔슬컬쳐의 그림자를 그려낸다.
영화 속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연출은 곳곳에서 적절하게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고, 이번 영화에서도 미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등장하는 클래식 배경음악들은 독특한 유머 코드를 만들며, 영화가 블랙코미디라는 사실과 영화의 감독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다만 관심 중독 때문에 약물남용을 한 ‘시그네’의 이야기인 감독의 전작 <해시태그 시그네>와 달리, <드림 시나리오>의 주인공 폴은 문제 상황에서 주체적이지 못하고 정처 없이 휩쓸리는 존재로만 나와 아쉽다. 교수라는 직업과 디스맨 도시 괴담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꿈’이란 요소의 선후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특징이 미스테리함을 주었지만, 오히려 영화의 단점이 되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