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특별전: 가능한 최선의 호러 우가나 겐이치’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불면의 밤’에는 ‘미니 특별전: 가능한 최선의 호러, 우가나 겐이치’라는 이름으로 우가나 감독의 최신작들을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우가나 겐이치 감독은 최근 <록 밴드 게이즈도즈>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일본의 젊은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이번 특별전에는 <저주>, <브루클린의 Z급 감독을 좋아하게 됐어>, <불완전한 의자>, 그리고 월드 프리미어 작품인 <세계의 끝으로부터>까지 총 4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유의 독특하고 예상 불가능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품들부터 미니멀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가진 공포 영화들까지, 우가나 겐이치 감독의 폭넓은 작품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감독님이 GV를 통해 한국의 관객을 만나기 전, 전주의 작은 카페에서 우가나 겐이치 감독을 먼저 만나, 감독님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앞으로 선보일 차기작에 대한 내용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특히 올해는 ‘미니 특별전’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시게 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작년 <록 밴드 게이즈도즈>로 왔을 때 한국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좋아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이번에는 네 작품이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되고, 그중에서 1개는 월드 프리미어로 오게 되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Q.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한 <세계의 끝으로부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세계의 끝으로부터>는 ‘덜어냄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소셜미디어를 다룬 <불완전한 의자>나 <저주>처럼 주제가 뚜렷한 작품들과 더욱 대비가 됩니다. 다른 작품들처럼 이 영화에도 감독님이 설정해 두신 핵심적인 주제가 있을까요?
A.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 구체적으로는 ‘부족한 아버지’를 핵심적인 주제로 설정하였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제가 처음으로 제작비 전부를 자비 제작으로 충당하여 완성한 작품인데요. 다루기 어려운 주제인 만큼, 외부 요인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부분을 직접 컨트롤하고 싶어 이런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 영화는 너무 설명적이라 생각하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많은 것들을 배제해 관객들이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Q. 부족한 아버지라는 주제를 ‘종기’라는 소재로 표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일종의 ‘부조리한 일’입니다. 우리는 코로나와 지진과 같은 부조리한 일의 발생에 번뇌를 하고, 그것을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삶을 살아갑니다. 이에 대한 반항이 필요하다 생각했기에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영화를 보면서 사운드의 물리적인 에너지가 관객을 압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지속적으로 등장해서 관객들의 불안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생각이 드는데요, 영화의 영어 제목인 ‘진동(Oscillation)’이 영화 속 전자음의 진동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A.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군요. 사람들은 항상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자신이 영향을 받고, 반대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전달하는 영향력을 생각하며 이런 타이틀로 짓게 되었습니다. (사운드와 관련해서는) 요즘 영화를 영화관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보는 일이 드뭅니다. 그래서 큰 스크린에서 좋은 소리와 함께 영화를 접하게 되는 경험을 적용하고 싶어서 이런 어려운 주제와 독특한 사운드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또한 영화에서는 대화가 거의 없고, 배우들의 표정연기로 대부분 진행되는데요, 이번 영화에서 감독님이 따로 강조하거나 지시한 연기 디렉션이 있을까요?
A. 특별한 지시와 준비 없이 현장에서 바로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대본 리딩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대부분 리허설을 하지 않았는데요, 배우의 연기를 미리 보게 되면 그것에 맞추어서 진행하게 되는데 그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론 카메라 구도에 따라서는 여러 번 진행하지만) 기본적으로 테이크를 많이 찍지 않습니다.
<세계의 끝으로부터>는 3일 만에 찍었습니다. 이러한 촬영방식과 함께, 작품 후반 작업을 하면서 다른 작품을 시작하는 식으로 영화 제작을 진행하기에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재작년 9월과 2월 사이에는 영화 4편을 찍었습니다.
Q. 이번에는 조금 더 주제를 넓혀서 ‘미니 특별전’의 영화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보려 하는데요, 상영작들 사이에서도 연출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저주>나 <브루클린의 Z급 감독을 좋아하게 됐어>는 감독님 특유의 예상 불가능한 에너지를 분출한다면 (비교적) 최근 작품인 <불완전한 의자>와 <세계의 끝으로부터>는 훨씬 절제된 느낌입니다. 미니멀한 양식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과거에도 미니멀한 양식을 많이 시도했습니다. 이것은 예산과 관련이 있는데요, 영화 제작 초반에는 프로듀서가 자유롭게 진행하라고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제한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미니멀한 영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또한, TV는 공짜로 보는 것에 반해 영화는 돈을 내고 보러 오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미니멀한 양식을 통해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추측’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관객들이 (제가 계획한) 경험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주>와 <세계의 끝으로부터> 모두 춤을 추는 시퀀스가 나오는데요, <저주>의 춤은 '파괴적인 쾌락’처럼, <세계의 끝으로부터>의 춤은 '위로의 손길'처럼 느껴져 두 장면 모두 인상 깊었습니다. 각각 어떤 의도로 춤을 넣으셨을까요?
A. 두 장면 모두 (연기 디렉션과 마찬가지로) 각본에는 ‘춤을 춘다’ 밖에 없었고, 모두 배우의 자유로운 표현력에 맞긴 장면입니다. <저주>의 경우는 유령의 시선이 담긴 장면으로 유령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 <세상의 끝으로부터>의 경우는 세상이 좋지 않아도 희망을 가지려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영화 속에 항상 ‘말이 아닌 표현들’을 넣으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지금 포스트 프로덕션에 들어가는 작품의 장르가 ‘뮤지컬 액션 SF 로맨스 코미디’ 인데요, 영화 <모두, 우주인.>의 후속작입니다. 1편에서는 퍼펫으로 표현된 외계인이 침략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퍼펫 대신에 사람이 외계인을 연기하면서 춤을 추는 모습이 나올 예정입니다.
Q.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다루는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요, 감독님이 영화의 주제를 정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추가로 최근에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주제가 있을까요?
A. 우선적으로 저 스스로가 등장인물을 사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록 밴드 게즈이도즈> 같은 경우도 사회에서 잘 풀리지 못한 사람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처럼 저는 약점을 가진 사람들을 애증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는 일기처럼 영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엑스트레니어스 매터 컴플리트 에디션>은 코로나와 관련된 이야기, <모두, 우주인.>은 전쟁 관련, <방문자>는 이민, 그리고 악마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말이죠. 최근에는 전쟁에 관심이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와 별개로) 악마와 유령 같은 경우도 주로 주인공보다는 ‘적’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무서운 겉모습을 가지고 있고, 언어가 달라도 이러한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게 영화라 생각하기에, 영화를 통해 그들 나름대로의 모습을 만들어 보려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감독님께서 다양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즐기시고, 작년 인터뷰에서 브라질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언급하셨습니다. (앞서 말씀해 주신 작품 외에도) 다른 차기작 소식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이후에 진행하긴 할 것이지만 브라질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지금 멈춰있습니다. 그 대신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계획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한국의 프로듀서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웃음)
차기작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영화 <록 밴드 게이즈도즈>가 그린나래를 통해 수입, 배급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