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2
새벽 시간 독서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뭐라도 쓰게 된다
지금 나는 독서실에 혼자 앉아있다. 새벽에 잠도 안 자고 그렇다고 뭘 하는 것도 아닌데 기숙사에 있으면 나쁜 기분만 들어서 밖으로 나왔다. 아이스티가 더럽게 맛이 없어서 다 버리고 인스턴트 커피를 마셨다. 속이 울렁거린다.
브런치든 뭐든 블로그는 처음 써보는데 은근히 관심에 신경 쓰게 되는 면이 있다.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어주면 좋겠지만, 오히려 집착이 될까 두렵다. 알림을 꺼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이제 앱을 켰다가 껐다가 안절부절못할 것 같긴 하다.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다. 다른 블로그들은 스킨이니 뭐니 블로그를 단장하라고 해서 쓰기도 전부터 지치더라. 남들이 멀끔한 블로그에 근사한 한 줄 써낼 때 난 꼬질꼬질한 블로그에다가 우울하고 칙칙하고 찌질한 글 구구절절 올리는 것도 상대적 박탈감 들어서 싫다. 기숙사에도 곰팡이 물때가 도통 안 지워져서 짜증 나 죽겠는데 블로그마저 그래야 하나 싶어서 더 싫다.
다만 브런치는 작가 신청이라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종의 의례를 통과해야만 글 쓸 자격을 주는 거. 어뷰징 같은 걸 걸러내기 위함이겠지만, 나도 통과했으니까 글을 쓰고 있는 것이겠지만(내심 뿌듯하긴 했다). 작가라는 명칭이 대단한 무언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해서 별로다.
아무튼 신청 통과되고 나선 정말 우울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닉네임이 '긍정 ○○'? 대충 그런 뉘앙스의 닉네임을 가진 블로거가 내 글을 라이킷했다길래 좀 웃었다. 나더러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사람은 참 많았지만 난 아직도 긍정적 사고가 뭔지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모른다. 가능했으면 약을 안 먹었을 것이다. 그 유저 분께 유감이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보고 웃었으니 오히려 선한 영향을 주신 거나 마찬가지겠다.
어제는 택배가 왔다길래 확인했는데 하나는 물티슈였고 하나는 신○패였다. 신○패가 뭐냐면 살충제다. 형부가 겔 형태의 살충제를 보내주셨던 적이 있는데 귀찮고 왠지 마음에 안 들어서 안 썼다. 대신할 살충제를 찾다가 신○패가 그렇게 효과가 좋다길래 로켓배송을 받았다. 받자마자 곳곳에 칠해두었다. 이 살충제 성분이 뭐 되게 안 좋다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사기 전에도 알고는 있었는데 누구는 괜찮다고 하고 누구는 안 괜찮다고 해서 그냥 샀다. 기숙사에 벌레가 나오면 정말 처치 곤란하고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되면 좀 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샀는데 잘 쓰고 끝내면 될걸, 난 기숙사에 분칠을 잔뜩 해놓고서도 또 살충제 성분에 대해 찾아보고 있다. 쓴 걸 되돌릴 수도 없는데도 그렇게 한다. 일종의 정신적 자해가 아닐까. 브런치에는 무슨 무슨 전문가들이 많으니까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답은 안 해주셔도 된다.
어쨌건 나는 내가 스트레스 받을 만한 행동만 골라서 한다. 그러다 보면 결론은 항상 하나로 귀결된다. 나보고 뭐 어쩌라고. 이런 식의 신경질이 자주 난다. 사람들은 나더러 왜 짜증만 내냐고 한다. 나는 신경질로 대답한다. 아니 그래서 뭐 어쩌란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