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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하지 않고 투덜대는 통근 일기
By 까레이 . Apr 18. 2017

통근일기 15: 저기요, 매너 좀 지켜주세요

지하철과 버스는 분명 고마운 존재다. 얼마간의 돈만 내면 두 발을 고생스럽게 움직일 필요 없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니 말이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얼마나 좋으랴. 지하철과 버스가 오는 곳까지 걸어가는 수고 조금과 돈 약간을 지불하고 편하고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끝. 아름다운 이야기다. 스스로 들이는 걸음과 돈이 적으니 나머지 잔금을 다른 고통으로 채우라는, ‘공짜 점심은 없다’ 비슷한 뜻이 담겨 있는 걸까. 지하철과 버스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막상 안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또는 버스로 한번 들어가 보자. 괜한 소리를 끄집어내서 이 일을 매일 아침저녁을 지겹도록 하는 나는 물론이고 읽는 사람까지 순식간에 피로하게 만드는 괜한 일을 저지르는 것 같지만 아직 쌓아둔 얘기가 많이 남았으니 그럴 수밖에. 대중교통을 유리컵, 그 안에 탄 승객을 유리컵 안에 담긴 물이라고 하면 출퇴근 시간 한복판의 버스나 지하철은 표면장력의 한계를 진작에 초과해버린 유리컵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줄줄 흘러내리는 물처럼 자유롭게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다. 지각을 감수할 용기가 없다면 말이다. 과감하게 그 고행의 현장에서 탈출한들 별반 달라질 게 없다. 버스와 지하철이 그 정도라면 도로 역시 쏟아져 나오는 차들의 행렬에 수용력의 임계치를 넘겨 헉헉거리고 있을 것이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짐짝처럼 실려가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얼굴을 찡그리거나 화를 내거나 한숨을 쉬는 일밖에 없으니 그거라도 원 없이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가 열을 내면 버스와 지하철 안의 온도가 높아진다. 불이 가해지면 가만히 있던 물이 넘치듯이, 한 곳에서 시작된 열기가 금세 퍼져 그 공간에는 표면장력 따위는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스트레스가 범람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매너가 필요하다 

그래서 필요한 게 매너다. 나를 밀쳐내는 사람도, 반대로 다른 사람을 치는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운이 없게도, 어쩌다 보니 사방이 막혀 있는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에 우리 모두 같은 처지다. 조금 더 참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는 수밖에 없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중심을 똑바로 잡고 다른 사람을 밀치지 않는 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 심호흡 한번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의지로 해낼 수 있다. 

 물론 완벽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세상일 대부분이 그러하듯, 매너 또한 성격과 재능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습과 습관의 문제다. 하다 보면 몸에 붙고, 익숙해지다 보면 몸이 알아서 먼저 반응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갖춰야 할 최소한의 매너를 살펴보자.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남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은 없지 않을까.      



① 쓰레기 버리지 않기: 보물을 숨겨놓듯이 의자와 의자 사이, 의자 아래 등 한구석에 쓰레기가 놓여 있는 버스에 비하면 지하철 객차 안에는 쓰레기가 별로 없는 편이다.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명명백백 노출되는 좌석 배치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주의가 필요한 건 승강장에 놓인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릴 때다. 얼음이 그대로 남은 컵을 그대로 버리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는데, 얼음이 휴지통 안에 담긴 쓰레기와 한데 버무려져 악취를 낼 뿐만 아니라 쓰레기봉투가 무거워져 청소하시는 분이 힘들어진다. 매너의 출발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받게 될 불편, 나아가 다른 사람이 쏟을 노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무튼, 얼음과 물은 화장실 세면대에, 물기 없는 쓰레기는 휴지통에 버립시다.

② 음악 소리 줄이기: 음악을 듣는 건 지루한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때그때 듣고 싶은 노래를 골라 듣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그런데 간혹,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살가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이어폰을 끼지 않고 듣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리를 한껏 키우는 사람이 있다. 본인에게는 달콤한 멜로디일지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일 수도 있다. 대개 소음이다. 

 타인에게는 역시 소음일 수 있으므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 가급적이면 참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래를 불러야 속이 풀리는 사람에게 『실례합니다만, 매너를 지켜주시겠어요?』의 저자 메건 도허티는 재기 넘치는 제안을 한다. “노래를 꼭 불러야겠다면 거리 공연처럼 보이도록 모자를 앞으로 내밀어라.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겠지만, 당신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도록 돈을 줄 것이다.” 그는 여기에 한 마디 더 덧붙인다. “더 좋은 방법은 참았다가 집으로 돌아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아, 한 가지 덧붙일 게 있다. 긴급한 통화가 아닌 한 전화는 내려서 하자. 당신의 통화 내용을 궁금해하는 사람,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③ 큰 가방은 짐칸에 올리기: 지하철과 버스의 통로는 생각보다 훨씬 좁다. 성인 세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마당에 양쪽에 서 있는 사람 모두 큰 백팩을 메고 있다면,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심지어는 자신도 미처 모르는 사이에 가방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가격하기도 한다. 그때의 가방은 필수적인 도구와 중요한 물품이 담긴 물건이 아니라 무기 못지않은 위험한 물건이 된다. 버스는 짐을 올리는 공간이 따로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지하철에서는 가방을 짐칸에 올려두자. 짐칸이 먼지로 더러울까봐 염려될 수 있다. 그럴 걱정 없다. 깨끗하다. 크고 무거운 가방을 올리면 무엇보다 본인이 제일 편하다. 

④ 기댈 때 조심하기: 지하철에서 기대고 서 있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지하철 좌석 끝에 기댈 때는 남다른 주의가 필요한데, 엉덩이를 대고 기댔다가는 자칫 앉아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엉덩이 또는 가방을 들이미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엉덩이나 가방으로부터 공격받는 것만큼 난처한 일도 없다. 당신의 엉덩이를 코앞에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분명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⑤ 다리 꼬지 않기: 다리를 꼬고 앉는 건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다. 다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바지에 신발이 닿아 바지가 더러워진다. 당신이 롱다리인 것도 알겠고, 잘 빠진 다리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자제하자. 그리고 다리 꼬는 건 허리에 좋지 않다. 

 가끔 자리에 앉은 뒤, 마치 집 안에 들어온 듯 아주 태연하게 신발을 벗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매너가 아닐지. 편하게 쉬고자 하는 마음은 좋지만 그게 다른 사람의 고통과 불쾌함을 수반한다면 분명 문제 있는 행동이다. 

⑥ 자리 양보하기: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버스와 지하철에 서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수박을 옮기는 정도의 간단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통째로 들어 올리는 일만큼이나 힘들다. 당연한 일이고, 고작이라고 볼 수 있는 자리 양보로 뿌듯함을 느끼는 게 옳은 마음인지 모르겠으나 오늘 하루 착한 일을 행했다는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스스로를 칭찬할 일을 만들어준다는 셈 치고 양보를 하자.        


내가 바라는 대로 남에게 행하자

새치기하지 않기, 안에 있는 사람이 내린 뒤에 타기 따위의 아주 기본적인 교통수단 이용 매너는 넣지 않았다. 사실 위에 언급한 매너도 실천하지 않아서 그렇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내가 바라는 대로 남에게 행하자’는 소중한 황금률을 기억하자. 가끔 합무라비 법전을 경전으로 떠받드는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을 몸소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있는데 언젠가는 자신 역시 똑같이 피해를 입을 뿐이다. 공공장소, 나아가 우리 사회가 서로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 현장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매너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수도 없지 많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점이 아닐까.

 주제 넘게, 이렇게나 길게 설교 같은 말을 늘어놓고 나니 어디선가 엄마가 자주 하던 말이 들려오는 듯도 하다. “너나 잘해.” 네, 암요, 일단 저부터 매너를 지켜야겠습니다.           



* 메건 도허티, 『실례합니다만, 매너를 지켜주시겠어요?: 바른생활 매너 가이드』, 이영아 옮김, 이마, 2016.,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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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 일기입니다. 정성껏 듣고 보고 읽어서, 재미있게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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