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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해Jung May 25. 2022

베트남 사람

정발산 사람이 베트남 사람 되는 과정




그가 한국에서 가구 공장을 말아 먹고 베트남으로 건너간 지 12년 되었다. 해외 살이 이유라는 게 결국 뭔가를 찾으러 가거나 뭔가를 피해서 가는 것인데,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 13층 난간에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던 이 양반은 아마도 후자에 가까웠을 듯하다.


12년은 대부분의 것들이 희미해지기 충분한 시간이다. 치열하게 찾아왔던 것들도, 회피하고 싶었던 것들도 바래고 퇴색되었는데, 그럴수록 마음은 평온해졌다. 이방인의 베트남 생활이 안정될수록 가끔씩 찾은 한국은 어색해져 갔다. 여권상 국적에 상관 없이 한국보다 베트남이 편해진 순간 그는 진짜 베트남 사람이 되었다.


다시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수준 높은 한국의 의료진으로부터 위장과 대장이 깨끗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정발산 횟집에서 깨끗한 위장에 소주를 들이켰다. 다음 한국 방문 일정도 다음 건강검진 일정인 것으로 보아 베트남 사람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인 듯했다.


 그는 소주를 마시며 베트남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람이 베트남이 편하니까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로 들렸다. 정발산 출신의 베트남 사람이 더이상 이방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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