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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해Jung Dec 03. 2021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 가구점#4

4.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 가구점

 나는 손님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 언덕에 가구를 사겠다고 불쑥 손님이 찾아 올 확률이나 복권 맞을 확률이나 거기서 거기일 텐데, 차피 오지 않을 손님은 기다릴 수도 없었다.


 이곳은 가구점 이전에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나의 작업 공간이다. 언젠가는 온라인에서 내 작업물을 보고 누군가 찾아오겠지만 당분간은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아무도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누군가 오는 것과 오지 않음에 상관없이 나는 누군가 오도록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올릴 뿐이다. 그게 나의 업이라고 스스로 규정했고, 그것이 이 사업의 비지니스 모델이었다.


  9부터 6시까지 근무인데, 나는 일찍 와서 늦게 퇴근했다. 나는 모범 사장이면서 모범 사원이었지만 딱히 다른 사원이 없어서 나의 모범적인 행실은 빛날 수 없었다. 직원이 없는 회사는 사장과 직원이 구별될 수 없고, 퇴근과 출근도 구별되지 않았다. 다만 혼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작업을 해나갔다. 혼자서 촬영하고, 혼자서 쉬고, 혼자서 밥을 먹었다. 작업하는 내내 주변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과연 이 사진과 글을 읽고 상품을 구매하거나, 누군가 가구를 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은 상상되지 않았다. 그 적막은 아무도 오지 않을 곳에서 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라는 그럴듯한 궤변으로 정신승리를 해야만 겨우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적막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HXjBOQ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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