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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해Jung Nov 25. 2021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 가구점#3

3.인생은 독고다이

 커피를 내렸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Jason Mrazd의 I'm yours가 흘러나왔다. 이곳은 새로이 자리 잡은 나의 자리다. 커피를 들고 앞마당에 섰다. 상현달이 앞마당을 비추고 겨울바람에 코끝이 시리다. 이제는 옛 직장이라고 불러야 할 그곳, 여기서 출판단지는 보이지 않았고, 출판단지에서 이곳이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에 이곳에 홀로 서있는 것이 낯설고 가끔은 믿어지지 않았지만 몸에 스미는 한기는 이 모든 게 현실임을 증명했다.


새벽에 자주 깼고 자주 취하고 많은 말을 뱉어냈다. 뒤엉킨 그 텅 빈 말들에 아쉽고 서럽고 무참해하며, 내가 회사를 버렸는지 회사가 나를 버렸는지 그 덧없는 의미를 붙들고 신음했던 석 달이 30년 전처럼 아득했다. 비로소 지금 감정의 터널을 지나 마음의 평온을 찾은 지금이 행복하다. 좋아하는 커피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고작 나는 이 정도에 많은 걸 가진 듯 행복했고, 돌이킬 수 없고 돌아갈 곳이 없음이 기쁘다.


왜, 왜냐고 스스로 물었다. '어차피 인생은 독고다이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뜻밖의 그럴듯한 답변에 혼자 키득거렸다. '니가 원하던 게 맞냐'라고 물었다. '맞다'라고 답했다. '그럼 된 거 아니겠나,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라고 혼자 묻고 혼자 답하고 혼자 격려했다. 겨울이 깊어 어둠은 퇴근시간보다 먼저 깔렸다. 손에 든 커피는 어느새 식어 있었다. 차가운 삭풍(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아직 덜 녹은 눈 속에 찼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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