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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해Jung Jun 12. 2022

이케아 이야기

흥망의 이유는 간단하지 않다.




2014년 즈음, 한국에 이케아가 들어온다고 가구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케아가 들어오면 인근 지역 상인들은 금세 망하고, 타지역 사람들은 연명하다 접어야 할 것이라는 소리가 높았다. 인근 지역 상인들은 입점 반대 시위에 나섰고, 타지역 업체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 뭉쳐야 한다는 말은 그럴듯했다. 대형 온라인몰을 만들어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역 가구거리들도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뭉쳐야 하는 주체는 하나같이 모두 자신이었다. 각각의 업체는 스스로를 중심으로 뭉치자고 이메일로 홍보하고 전단지를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고, 킨텍스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협상 끝에 지역 상인은 이케아의 상생방안에 합의했고, 이케아는 오픈했다. -hej[헤이]는 스웨덴어로 '안녕'이란 뜻이에요.- 매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었고, 광명에 이어 고양, 부산, 기흥에 매장을 늘렸다. 그 사이 뭉쳐지지 않는 것들을 뭉치려 했던 시도는 소리 없이 사라졌고, 대형 업체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타 업체의 입점을 받아 어느 정도 연합에 성공했고, 향후 몇 년 뒤 매출과 주가 모두 캐리어 하이를 찍었다.





8년이 지났다. 나는 망하지 않아서 큰바다가구점을 차렸고, 큰바다가구점에서는 이케아 달스훌트 테이블 다리에 호환되는 테이블 상판을 판매한다. 그래서 나는 정기적으로 이케아에 달스훌트를 사러 온다. -hej[헤이]는 스웨덴어로 '안녕'이란 뜻이에요.- 일요일 오전에 오면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브런치 세트를 먹는다. 브런치 세트는 2,900원이다. 팬케익에 오믈렛, 베이컨, 소시지에 커피까지 포함이다. 훌륭하다.





8년간 가구점도 브런치 카페도 수없이 생겨나고 사라졌겠다. 그 이유를 무엇으로 진단하든 간에 흥망의 이유가 그렇게 간단할 리 없다. 오로지 너 때문에 망했을 리 없고, 나 혼자 힘으로 이만큼 됐을 리 없다.


내 브런치 카페는 모르겠다만, 가구점은 이케아가 들어오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연명하다 접어야하는 운명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다만 나는 원하는 만큼 연명하다 체력이 다하는 때 접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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