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발발하고, 기름값이 오르고, 물가가 치솟고, 주가가 빠지고, 환율이 널뛰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을 망연히 바라본다. 이런 것들은 뉴스에서 그렇다면 그런 줄 알면 되는 것인데, 기껏해야 혀를 쯧쯧하고 차든가 말든가 정도를 선택할 수 있겠다.
환율이 1,300원을 돌파했다. 작년에 1,000원이었던 수입품은 1,100원이라는 얘기고, 해상 운임, 내륙 운임이 인상된 걸 반영하면 1,200원이 되었다. 오른만큼 비싸게 팔던가 마진을 줄이던가 둘 중 하나인데, 기존 가격에도 잘 안 팔리는 이 시국에 가격을 올리는 것은 안 팔겠다는 얘기와 같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고, 니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은 더욱 아니다.
이쯤 되니 우리는 인지한다. 기름값이 싸고, 환율과 물가가 안정적이고,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꽤나 괜찮은 시기를 지나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후회한다. 그 괜찮은 시기에 땡그란 한 푼 저금하지 않았다는 것을. 비로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팬데믹, 고물가가 내 잘못은 아니지만, 가벼운 돼지 저금통은 내 잘못이 확실하다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