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생산적인 쾌감
독서대의 적절한 크기, 기울기와 간격을 찾느라 오래 걸렸다. 적절한 기울기와 간격은 실물을 만들어봐야 아는 것이어서 샘플을 만들고 고민하고 다시 만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세상에 없던 걸 만드는 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독서대 개발이 대단한 일이어서 오래 걸렸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독서대를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개발 자체가 아닌 매일 해야만 하는 루틴 한 업무와, 별안간 찾아오는 처리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남은 시간에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독서대 몇 개 기부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독서대 아이템이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나는 미루고 미루다 더 미룰 이유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되면 독서대 샘플을 수정해왔다.
어떤 때는 하도 오래 신경을 쓰지 않아서 나 스스로도 개발을 그만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대단한 아이디어도 아니고 사업성도 없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 이것은 사업성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묘한 쾌감을 유발한다. 오늘도 나는 그 묘한 쾌감에 홀려 또다시 독서대 개발에 불굴의 투혼을 남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