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이야기(2)

전세로 살아보니 말이야

by nomoreyours

내 집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나 계획은 마지막 전세집에서 공고해졌다.

이 집에 이사 오기 전까지 '집'은 '감히' 내가 살 수 없는 것. 우리 부모님이 평생 일해도 못 샀던 것.

한달에 백만원씩 모아도 일년에 일천이백만원, 십년이면 일억이천만원. 그래도 못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명의로 첫 전세자금대출을 실행하고 실제로 거주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알아버렸지 뭐야? 후훗


전세집을 얻는 과정에서 알게된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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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꼭 내 돈으로 사지 않아도 된다.

: 내가 들어 온 집은 매도와 함께 전세가 이루어진 집이다. 일명 '갭투자'에서 내가 '전세입자'역할을 맡게 되었다고나 할까.

우리가 전세 잔금 치는 날에 집 매매도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나의 전세금을 받은 새 집주인이 이전 집주인에게 내 전세금으로 매매 잔금을 치면서 부동산 매매가 이루어졌다.

당시 우리집 매매가는 2억 7천만원이었는데, 나의 전세가는 1억 9천만원이었다. 그러니 새로운 집 주인은 8천만원으로 이 집을 매수한 것이다.

우리에게 2년간 무이자로 1억 9천만원을 빌리는셈이라고 생각하니 어찌나 배가 아프던지.(대신 우린 거주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잊은채)

더 배가 아픈 사실은 우리간 만 2년을 거주하면서 이 구축아파트는 그동안 일억 가까이 올라버렸다는 사실!

아이고 배야 내가 그때 이 집을 샀더라면!(물론 못 샀음)(8,000만원 없었음) 내가 그때 이 집을 샀더라면!(갭투자 못함)(실거주해야됨)(그럼2억7천만원 있어야됨)

물론 그때로 돌아간데도 이 집은 안 살테지만, 그래도 8,000만원만 있어도 집이란걸 살수는 있구나!하는 것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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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은 의외로 쉽다.

: 전세가 190,000,000(일억구천만)원 중에 80%인 152,000,000(일억오천이백만)원을 전세대출로 마련했다. 이때만 해도 초저금리 시절이라 2%대로 대출할 수 있었고 한달 이자가 30만원이 채 안 되었다. 월에 30만원이면 예전에 살던 쿰쿰한 원룸 한달 월세인데! 같은 돈을 주고 더 좋은 집에 살다니! 금액만 보면 후덜덜 일억이 넘는 큰 돈이지만(한달에 100만원씩 10년모아도 못 모아!) 조건만 맞으면 대출은 실행이 된다는 거~!!

예전 같으면 대출이라 하면, '빚은 갚아야 하잖아~! 저 돈을 어캐 값아~! 못 빌려 못 빌려!!'라고 했겠지만, '안 값아도 된다는 거~!~! 실제 부담은 30만원도 안 된다는 걸~!~!~!'알아버렸다! 남의 돈으로 좋은 집을 싼 값에 살아 볼 수 있는거, 개꿀이잖아?라고 대출에 대한 마음의 문턱이 낮아지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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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집 값도! 전세값도! 이자도!

: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만 2년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역병이든 세계 정세든 어쨌든 저쨌든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오고 말았다. 집값은 폭등했고 전세가도 올랐다. 게다가 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덩달아 이자도 오르고 있다. 어려운 이야기 다 빼고- 우리집 매매가는 우리가 들어오기 전보다 일억 가량 올랐고, 전세가도 5000만원 가량 올랐다. 게다가 이자까지 덩달아 올라 처음 보다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6-7만원 가량 더 지출하고 있다. 만일 전세 만기가 도래해 재계약한다면 전세금을 올려주어야 하고, 그에 대한 전세대출을 더 받아야 할 테고 그럼 더 받은 전세대출에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한다. 30만원에 이 집에 살게 되었을 땐 땡큐였지만, 60만원에 이 집에 살라고 한다면?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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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 집은 없다.

: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 집에 거주하는 누구든 비용을 지출하면서 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출없는 내돈내산 내 집에 사는 사람도 비용을 지출한다고? 월세도 대출이자도 내지 않는데 무슨 비용을 낸다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 이었더라고. 고정비 계산할 때 발목잡는 주거비의 제로화를 위해 대출없이 내집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아주 틀린 생각이었다. 적을 순 있지만 아예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기회비용.

아주 간단히 예를 들면,

만일 2억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2억 모두 내 돈을 투입해 집을 사는 경우에는 주거비가 안 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노노!

만일 2억을 2%짜리 예금에 넣어둔다고 가정하면 1년에 400만원의 수익이 나온다. 그렇다면 기회비용은 연 400만원! 이만큼을 포기하는 것이니, 비용이 있다고 봐야겠지?

그래서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대출로 집을 마련하고 이 대출도 최대한 가늘고~ 길~게 끌고간다는 것을 알았다.(보금자리론 40년짜리가 괜히 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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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까지 맘 편하게 내 한몸 뉘일 곳이 있어야 할텐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무조건 내돈내산내집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실제 부동산 시장에 참여해 전세 계약을 하고 살아보고 또 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난 후엔 조금씩 편안해 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산다는 것'엔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 무조건적인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집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사라지긴 했다. 다만, 언제든 이사를 가야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것은 이사포비아)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은 욕심과 치솟는 물가에 내 자산을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는 실물자산에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택을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무,,,물론,,, 집값은 언제든 또 떨어져서 내 자산을 못,, 지킬 수도 있지만,,, 그땐 뭐 평생 천년 만년 살다가 죽어야지, 라고 자위하는 중 입니다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난 더이상 빚이 무섭지 않다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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