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임장, 그것은 싸움의 시작
2020년 7월, 전세계약을 하면서 '갭투자'라는 것을 목격해버린 셩.
내 집 마련에 눈 떠버림! 그리고 골치가 아파져버린 쏭!
우선 집 사기에 앞서, 나와 쏭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임을 알리고자 한다.
나는 집안 대대로 뭔가에 꽂히면 불같이 하고야 말지만 막상 시작하고나면 금방 식어버리는 근성없는 타입이라면,
쏭은 집안 대대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은 흡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망아지와 고삐를 잡느라 진빠져 있는 노인의 모습이랄까?
혹은 삼시세끼에서 유해진이 강아지 겨울이가 안 보일때마다 "안돼!, 안돼!, 일루와!"를 외치며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말리고 보는 그런 모습이랄까?
그렇다면 이제 약간 상상이 되시는지....?
"나 집 사야겠어!"를 외치며 박차고 나서는 나와, "안돼~ 집은 무슨 집이야~! 여기 집 있잖아."라고 진정시키는 쏭의 모습이.
그렇게 우리의 임장은 시작되었다.
2021년 8월, 아파트를 사야겠다고 결심하고는 호갱노노, 네이버부동산을 들락날락 거리며 어디서 줏어들은 '초품아: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좋대라며 '여기 완죠니 초등학교를 둘러싸고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라며 A동네에 막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로 쏭을 끌고 갔다. 그런데 막상 그 동네에 가니 공사판인 아파트 주변은 스산하기 짝이 없었고, 원래 워낙 낙후된 동네였어서 주변 환경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거의 다 지어진 새 아파트를 발견!
셩의 시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새 아파트! 이미 초품아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나 저 새아파트가 갖고싶어!"
쏭의 시선 "데이트 겸 산책 겸 가벼운 마음으로 임장을 나왔는데, 저 저 미친망아지 같은 셩이가 또 혼자 흥분해 미쳐 날뛰고 있다!"
토요일 오후라 닫혀 있는 부동산이 많아 겨우 열려있는 부동산을 찾아 사장님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엄마 나이대의 사장님은 엄청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우리가 찐으로 매수할거 같아 보였는지 성심성의껏 매물에 대해 설명해주셨고, 그 덕에 나름 이 동네의 정보를 많이 습득할 수 있었다.
<주관가득 담은 간단 임장 후기>
가격 : 분양비+확장비+p7000만원 = 5억 중반
위치 : 도시 중심가랑 가까움/ 대도로에서 한 블럭 안에 있어서 조용함(대신 진입로가 좁음) / 대학캠퍼스, 대형병원, 도서관, 공원 등이 도보로 이용가능
교통 : 기차역, 시외버스 터미널 도보 30분 이내 / 예전 살던 동네랑 멀지 않아서 익숙함. 회사랑 멀지만 기차, 지하철 등이 있어 대중교통 출퇴근 가능.
동, 호수 및 구조 : 15층이지만 단지뷰에(단지뷰 싫어함), 타워형구조(거실, 큰방은 남동향 이지만 작은 방 두개는 북동향이라 과연 저 방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음.)
학군 : 초등학교 도보 5분
상권 : 아직 형성 전이만 도보로 3분 거리에 기존 재래시장이 있고, 도보 30분 이내 거리에 백화점 있음
특이점 : 재개발지구의 첫 아파트여서 주변이 온통 공사판임. 입주 예정일은 2021년 10월 중순. 이때만해도 부동산 경기가 활활 타오르는 중이었기에, 부동산 사장님도 싸게 나온 매물이고 얼마 전 사전점검 이후에 더 인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주변 지어지고 있는 혹은 지어질 예정의 아파트 분양가와 비교해도 이 아파트는 비교적 저렴한 매물임을 강조하셨다. 다만, 이미 사전점검이 끝났고, 입주 날까지 더이상 집을 볼 수 없기에 실제로 가서 보지 못하고 계약을 해야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임장 후 토크 타임
셩 "나 여기 마음에 들어!"
쏭 "난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셩 "왜?"
쏭 "그냥 느낌이 그래."
셩 "무슨 대답이 그래? 그냥 넌 집이 사기 싫은 거잖아! 아무리 좋은 집을 가져다 놔둬 넌 맘에 안 든다고 할거잖아! 왜냐면, 넌 집이 안 사고 싶으니까!"
쏭 "그게 아니야, 지금 집은 네이버부동산에 뜬 걸 보자마자 '아, 이 집에서 살거 같다'는 '촉'이 왔는데, 이번엔 아무 느낌도 안 들어. 그냥 마음에 안 드는데 이유가 어딨어. 느낌이 그래, 스산하고 음산하고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오늘 처음 본 아파트잖아, 어떻게 넌 이렇게 한 번에 결정을 하려고 들어?"
사람간의 케미만큼 집과 사람간의 케미도 중요하니까. 마음이 안 끌린다는데 어쩌나. 샤머니즘 만만세다 쳇
이렇게 쿨하게 인정했으면 좋았겠으나, 나는 인정하지 못했고 끝나지 않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10여년의 연애사에서 내가 특히 많이 했던 말이(특히 초반에) "도대체 연인들끼리 왜 싸우는 거지?" 진짜 싸울일이 없었던 우리였기에 진심으로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집이네 집이야. 집 때문에 싸웠네 싸웠어. 하, 연애 10년 만에 깨우친 기분.
싸움에 지친 우리는 집을 보러 가기 전에 '집'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셩 "집 살 생각이 없으면 솔직히 말해줘. 괜히 살것처럼 따라 다니면서 사람 희망고문 시키지 말고. 쏭이 함께 사지 않겠다고 하면 쿨하게 인정하고, 나는 나대로 플랜B를 세울거니까. 대신 진짜 솔직하게 말해줘. "
쏭 "난 솔직히 집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게 없다는게 내 심정이야. 사고싶다거나 사기싫다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생각해본적도 없어. 집은 지금 전세집으로도 충분히 좋고, 솔직히 지금 우리 예산으로는 어떤 집을 사도 무리잖아. 조금 더 종자돈을 모아서 여유가 되면 그때 사고 싶어."
그렇게 투닥투닥 10년 싸울거 일년 만에 다 싸운 뒤에 우리만의 내집마련 룰이 만들어졌다. (참 길고도 긴 싸움의 시간이었다. 후.)
첫번째, 셩은 집 보러가서 함부로 흥분하지 않기 : 여유를 갖고 천천히 생각하기. 내가 계약을 못하고 다른 사람이 먼저 사더라도 그 집은 내 운명이 아닌가보다 하고 받아들이기.
두번째, 쏭은 집에 대해 솔직한 감상 나누기 : 이유없이 반대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해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주고 함께 예산 고민하기.
세번째, 두 사람이 동시에 마음에 꼭 드는 집 발견하기 : 한 쪽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쿨하게 인정하고 포기하기.
우리가 만든 규칙을 가슴에 품고 다음 임장으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