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이야기(1)

집이 필요한 이유(feat. 집의 역사)

by nomoreyours

나의 긴긴 가난을 증명하는 건, 기나긴 나의 초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릴 적 부터 우리집은 전세, 월세를 전전하며 2년마다 혹은 그 이상마다 이사를 다녔다. 어쩔 때는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어쩔 때는 조금 더 안 좋은 곳으로. 그렇게 이사가 지긋지긋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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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대학 기숙사 2인실. 처음으로 집에서 나와 혼자 살게 된 곳.

: 논스톱의 로망을 먹고 자란 1학년이었던(대학 늦게 진학함) 나와 나와 동갑이었던 3학년의 칭구친긔랑 한 방을 쓰게 되었다. 기숙사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던 나는 두근거리는 맘으로 입소를 했으나 이미 시니컬해진 3학년 친구와는,,, 아니 친구도 될 수 없었던 그 아이,,와는 한 학기 내내 말 겨우 몇 마디 할까말까하며 가시방석 2인실 생활을 한 학기만에 거의 탈출하다시피 고시텔로 나와버렸다. 다른 사람과 한 방을 쓴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담엔 무조건 1인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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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고시텔, 드디어 갖게 된 나만의 방, 그러나...

: 기숙사를 탈출하다시피 해서 얻게 된 고시텔, 가격도 저렴하고(월26만원정도였나?) 밥도 제공되고! 좀 많이 좁은 거 빼곤 넘나 좋은거~! 인줄 알았으나, 지나친 주인 아저씨의 간섭이 약간 집착 느낌이었다.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고시텔에 들이지 못 하게 했다. 아니, 그건 좋은데 자긴 진짜 넘나 자주 왔다리요. 게다가 내 방에 전신 거울을 옮겨주러 우리 이모가 잠깐 들렀는데, 바로 문자옴ㄷㄷ 외부인 들이지 말라고. 아니 아저씨,, 인간 CCTV냐고요?그의 감시가 좀 무서웠다. 그리고 내 왼쪽 방 언니는 맨날 영상 보고 통화하면서 깔깔 웃는데, 내 오른쪽 방 언니는 내 헛기침에도 벽을 쾅쾅 치면서 조용히 하라고 하고... 여긴어디 나는누구?... 벽 쾅쾅을 들을때마다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났고 이러니 방에 가기 싫어서 맨날 밖에만 나돌았고. 결국 계약한 6개월 중 4개월만 채우고 나오게 되었다. 아니 근데 2개월치 환불을 못 받았다고!(선불이었음) 환불을 안 해줄거면 내 방을 쓰게라도 해줘야하는데 들어오지도 못하게하고ㅂㄷㅂㄷ 방 나가면 준다더니 결국 안 줬다 주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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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9살, 원룸, 드디어 찾은 나만의 어두운 보금자리

: LH대학생 전세 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교 앞 원룸을 얻을 수 있었다~!(드디어 고시텔탈출~!) LH에서 6,000만원을 전세금으로 지원해주면, 나는 이자만 매달 납부하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월에 6만원대로 기억(가물가물). 게다가 최대 6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니! 넘나 개꿀인걸~!~! 그렇게 시작된 나의 첫 부동산 탐방기. 부동산 사장님과 여러 원룸을 돌아보고, 최종 결정한 곳은 무조건 가장 넓은 곳!이었다. 고시텔에 있다가 본 거라 다른 건 모르겠고 무조건 넓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역시 집은 살아봐야 아는 것 같다. 원룸 치고는 넓었지만(8평 정도), 주방도 분리되어 있었고, 붙박이장, 중문씩이나 있는 바람에 그 작은 방에 양쪽에 문이 두개씩 붙어있는 요상한 구조가 되어 침대를 넣을 수 없었다.(침대를 넣으면 어딜 넣어도 문이 자꾸 걸림) 그래서 항상 방 가운데 이불을 펴고 살아야해서 오히려 더 좁아졌다. 게다가 북향인데가 바깥창쪽으로 주방, 화장실이 있어서(나름 단열을 위해서였겠지만) 하루종일 해가 안 들고 어두웠다. 한마디로 창문이 없는 방이었음. 겨울에 너무 추워, 곰팡이 펴, 아침이 되도 못 일어나 등등 해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감할 수 있었고, 이후에 집을 얻을 때 가장 중요한걸 채광!이라고 외치고 다니게 되었다. 그래도 오래 살았던거 보니 어지간히 이사하기가 싫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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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0살, 주택1층, 이게 바로 내방 거실

: 엄마, 언니가 내가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어 함께 살기 위해 엄마가 얻은 집. 문을 열자마자 작은 주방 겸 거실(이라고도 할 수 없는 사이즈지만 어쨋든), 방 2개 짜리 작은 집이었다. 작은 방은 우리 모녀들의 옷방으로 쓰고, 큰 방은 엄마랑 언니가 쓰고. 그럼 나는? 나는 그야말로 내방 거실이었다. 말이 거실이지 거의 식탁 밑 의자한테 빌붙어 자는 수준이었달까? 당시 모 연예인의 내방 거실이란 말이 소소하게 핫(?)했는데, 나야말로 진짜 내방은 거실이었다~ 이말이다. 게다가 우리가 이사 오기 전 번갯불에 콩 볶듯이 한 리모델링 날림 공사로 인해 옷방 한 편이 곰팡이로 뒤덮였고, 한동안 우리 옷에서 쿰쿰한 냄새가 배겼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이선균이 송강호에게 냄새난다고 찌뿌릴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던 그런 냄새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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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32살, 엘베 없는 5층 아파트, 드디어 내방이 생겼다!

: 언니랑 내가 더이상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여름 땡볕에 발품 팔아가며 구한 집. 언니랑 손 잡고 부동산에 들어갈 때 부터 확고했다. 방 3개, 무조건 전세 7000만원 이하! 언니는 더이상 엄마랑 같이 방을 못 쓰겠고, 난 더이상 거실 생활을 못 하겠다는 일념하나로 뒤지고 뒤져 만난 집이었다. 내 나이만큼 오래되고 리모델링도 안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각자 방이 생긴 그 순간만큼은 정말 정말 기뻤다! 지옥같은 이사짐 싸기와 비 맞아가며 이사를 끝내고 나서 드디어 내 방, 내 침대에 누운 순간 진짜 행복했었다. 겨울이면 좀 춥긴 하지만, 해도 잘 들어오고 뒷 베란다에는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집.

이 곳에 이사오고 나서 엄마도 언니도 나도 마음이 많이 편해졌고, 실제로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 현재 언니는 직장을 옮겨 다른 지역에서 살고, 나도 새로운 곳에 취업을 해서 이사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이곳에 거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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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34살, 엘베 있는 구축 아파트, 내 인생에 이런 집이 있었나.

: 이전 집이랑 회사랑은 차로 편도 한시간 이상의 거리라 출퇴근 부담이 너무 컸고, 이젠 진짜 독립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쏭이랑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회사 위치, 예산 등을 고려해 여기저기 집을 보러 많이 다녔다. 이때만 해도 전세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전세 매물이 귀해서 이 집이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전화해서 바로 집 확인하고 그날 바로 가계약금을 쏴버린 속전속결의 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이땐 몰랐었죠, 이렇게나 전세가 안 나갈 줄이야...) 방 3개, 화장실 1개, 배란다 있는 20년된 평범한 24평 구축 아파트. 내 인생에 이렇게 좋은 집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나에게만큼은 최고의 집이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적당히 좋고 적당히 나쁜 그런 적당한 집이기도 하다. 이 집에 굉~~~장히 좋기만 했었으면 계약 연장해서 살았겠지만, 소소한 아쉬움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내집마련 불꽃의 씨앗을 당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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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풀어내기엔 넘나 긴 이사 인생이라, 어른이 된 후에 내 집의 역사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하는데도 이렇게나 많다니!

아, 아, 결론은 이겁니다! 내 집 없으면 그냥 인생이 개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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