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잡은 생선으로 피쉬앤칩스를 만들었다

다양한 인종, 국가 친구들이 즐기는 국경 없는 식탁

by 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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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여전히 물고기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다.
내가 잡은 카하와이를 포함해, 다리만 한 물고기 세 마리가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었다.
낚싯대를 처음 잡아본 친구들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바다 위에서 던지고, 감고, 기다리던 그 동작들이

이제는 입을 타고 흘러나오는 추억이 되고 웃음이 되어 퍼졌다.

누군가는 회를 뜨자고 했고, 누군가는 밥 위에 얹어 초밥을 만들자고 했다.
일본식 생선구이를 떠올리는 친구도 있었고, 생선 스테이크를 외치는 친구도 있었다.

나라만큼이나 먹는 방식도 다 달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 지금 뉴질랜드잖아. 오늘은 피쉬앤칩스 어때?”

튀긴 거라 호불호도 덜하고, 회를 못 먹는 여러 나라 친구들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료는 간단했고, 내 카드로 쏘겠다고 했다.

반응은 좋았다. 친구들은 박수를 쳤다.
게스트하우스에 남아 있는 친구들도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고,
맥주 마시는 친구들에게도 안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오늘은 회 한 접시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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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는 별빛이 넓은 들판 위를 덮고 있었고, 차는 그 어둠 속을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나는 룸미러 너머로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가엔 하루 종일 기다린 피로가 묻어 있었지만, 입가엔 여전히 웃음이 남아 있었다.

창문을 열자 뉴질랜드 밤공기가 시원하게 불었고 그때, 나는 신나는 음악을 틀었다.

누군가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고, 누군가는 리듬에 맞춰 머리를 흔들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비포장도로 위, 차 안은 작은 축제였다.
우리는 환호했고, 노래했고, 소리를 질렀다.
누가 잡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 던졌고, 함께 웃었고, 함께 기다렸다는 그 사실만이 오래 남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마트에 들러 밀가루와 감자튀김, 케첩과 타르타르소스를 충분히 샀다.

그리 대단한 재료는 아니었지만, 오늘 하루를 축제로 마무리하겠다는 마음만큼은 컸다.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추억의 가치를 생각하면 저렴했다.


30명 중 8명이 낚시에 갔기에 돌아간 게스트하우스는 조용했다.
우리가 돌아오는 차 소리가 들리자, 친구들이 하나둘 마중 나왔다.
“좀 잡았어?”

나는 웃으며 트렁크를 열었다.
“파티 준비해.”

옆에서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 손을 보탰고,

우리는 아이스박스를 나란히 들고 트로피라도 든 사람들처럼 주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번엔 어디서 받아왔어?”
“진짜야? 산 거 아니지?”

나는 아이스박스를 열어 보여주며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잡았어. 오늘 저녁은 피쉬앤칩스 파티 할 거야.”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환해졌다.
카하와이 세 마리를 꺼내자, 방금 잡은 것처럼 여전히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며칠을 허탕 치며 기다렸고, 마침내 내가 직접 낚아 올린 생선이었다.
그건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마오리 할아버지가 준 낚싯대, 사모아 형들의 낚시 조언,
며칠의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나의 집념이 담긴 결과였다.


주방은 순식간에 작은 요리 스튜디오로 변했다.

며칠 전 한국인 동생에게 배운 손질법을 떠올리며, 비늘을 긁고 배를 갈라 내장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어서 뼈를 따라 살점을 발라냈다.

함께 낚시한 친구 하나가 옆에서 손질하는 것을 보다가 말했다.
“나도 해볼래.”
나는 주방에 나란히 서서, 천천히 손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다른 한 친구가 피쉬앤칩스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생선에 튀김옷을 입혔다.

튀김옷은 밀가루에 소금, 후추, 그리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맥주를 넣어 만들었다.

이어서 큰 팬 두 개에 기름을 붓고 튀김옷을 입힌 생선과 감자튀김을 튀기기 시작했다.

노릇노릇 익는 냄새가 주방 가득 퍼져나갔다.


고소한 튀김 냄새를 맡았을까. 피쉬앤칩스 파티한다는 소리를 들었을까.

방에 있던 친구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진짜로 너희가 잡은 거야?”
“이거 직접 손질한 거야?”

질문이 쏟아지는 사이 어느새 주방에는 다양한 인종, 국가의 친구들 30명이 다 모여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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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튀기던 친구가 피쉬앤칩스 두 접시가 동시에 나왔다.
바삭하게 튀긴 뉴질랜드 생선과 감자튀김이 접시에 듬뿍 담겨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색깔을 보니 생각보다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종지엔 케첩과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였다.

나는 조용히 튀기고 있던 친구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와. 같이 먹자.”
친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중간중간 튀기면서 먹을게. 먼저들 먹어.”

완성된 피쉬앤칩스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어떤 친구는 “맥주 없으면 반칙이지”라며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왔다.
“짠 하자!”
종이컵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작은 건배가 오갔다.

“맛있다. 진짜.”
일본인 친구는 그렇게 말했고, 영국 친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도 완성된 피쉬앤칩스를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바삭하게 튀긴 생선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나는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짭조름했으며, 안의 생선은 촉촉하고 육즙이 풍부했다.

맛있었다. 정말.
그런데 한편으론 묘한 기분도 들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뉴질랜드의 어느 조용한 바다에서 헤엄치던 생선이
지금은 이렇게 접시 위에 올라와 있다니.
손끝에서 전해졌던 무게와 저항, 그 온기가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다 함께 모여 국경 없는 저녁 파티를 즐겼다.

낚시 이야기가 테이블 위에 피어났다.
누군가는 뉴질랜드 외곽의 조용한 해변, 누군가는 낚싯대를 거꾸로 들고 던졌던 엉뚱한 행동,
그리고 나는 해 질 무렵 모두가 동시에 입질을 받아 서툰 손으로 힘겹게 물고기를 끌어올리던 순간들.
그 모든 장면이 웃음 속에서 다시 재생되며, 밤은 그렇게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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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과 감자튀김을 모두 튀겨낸 나는 맥주 한 캔을 들고 잠시 주방을 벗어났다.
웃음소리는 여전히 안에서 흐르고 있었고, 밖은 고요했다.

늘 그렇듯 밤하늘엔 별이 가득했고,
은하수는 거짓말처럼 선명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고, 손끝엔 아직도 그날의 첫 입질이 남아 있었다.
툭— 하고 울리던 그 진동.
그건 이제 나만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 함께한 모두의 추억이 되어 있었다.


내 낚싯대에는 마오리 할아버지의 추억을 간직한 채,

이제는 나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내 모든 추억을 담은 이 낚싯대를 언젠가, 또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주고 싶다.

마오리 할아버지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이 자기만의 바다를 만나고, 그 바다 위에서 자기만의 추억을 낚아 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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