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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차 호주 우체국 포크리프트 드라이버의 소소한 일상

소소함 주의, 하지만 내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음.

by 이채이


호주 우체국에 들어온 지 벌써 한달하고 2주 째.

적응력이 빠른 기질 덕분에 일에 금방 적응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계속 감사하며 일하는 중..


각 ULD를 싣은 트럭들이 들어오면 그걸 내려서 또 지역과 주에 맞게 분류하고,

분류한 ULD를 가지고 다른 섹션으로 가서 또 정리하고 그걸 또 트럭에 싣고.

반복 반복이다.

다른 주로 갈 것들 중에는 특히 PERTH, QLD가 많다.


요즘에는 포크리프트 드라이버 실력이 좋아져서인지

나름의 쪼가 생겨서인지

너무 급하게 막 운전 하는 경향도 있다.

몇 번 엎을뻔 했는데 그때 다른 동료들이 와서 몇 번 구해주곤 했다… 하핳.

안전이 제일이고 회의시간에 슈퍼바이저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다.

여기는 빠르게 안해도 되는데, 아직도 성질 급한 성미가 남아있다.

일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호주와서 몸소 느끼는 부분.



밤 10시 - 오전 6시까지 근무

내 브레이크 타임은 1시, 4시에 갖는다.

각각 30분 씩.


근무할 때 제일 좋은 건,

밤 하늘에 별과 달을 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해를 보는 시간은 짧다.

그래서 잠자고 일어나서 런닝하면서 햇볕 받는 시간이 소중하다.



회사 내에서 오지 바베큐 이벤트(?)가 열렸다.

필리핀 직장동료가 준 바나나맛 우유랑 같이 먹으면 꿀 맛.

직원복지를 위해 아주 가끔 이런 이벤트도 하나보다.

고기 구워주시는 분께 너무 맛있었다고, 감사히 잘 먹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세상 환한 얼굴로 화답해주셨다.



직장동료가 나눠준 피스타치오 간식.

다른거 먹으면 살찐다고 이거 먹는단다.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소금으로 가미해서 그런지 짭쪼름+고소한게 정말 딱 내스타일이였다.

배고픈 속을 달래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입터지게 하는 맛…


가끔 정말 일이 없을 때,

포크리프트 주차 해놓고 얘기 하거나 쉬거나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쉬는 날에는

오래오래 걸어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솔직히 일 빼면 거의 매일 혼자이지만,

이런 바깥 바람을 쐬어줘야 또 무리 없이 일주일 혹은 이주일을 보낸다.

여기서 말한 ‘무리‘는 쓸데없는 과소비라던가, 기분저하 및 우울감이다.

한번 기분전환을 해줘야 한다.


어떤 날은 갑자기 입이 터져서 마트가서 떡볶이 키트 사와서

그릇 한가득 베이컨을 잔뜩 넣고 떡볶이를 해먹기도 한다.



호주와서 내가 즐겨 찾게 된 T2 매장.

근무 끝난 후, 아침마다 나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는 직장동료한테 줄 선물이다.

그는 항상 본인이 집에 가는 길이라며 그냥 내려주는 거라고, 그냥 본인 기쁨이라고 한다.

내가 퇴근 카드 찍는게 좀 늦어져서 차로 뛰어갈때도,

뛰어올 필요 없다고, 그냥 걸어오라고 한다.

이런 사소한 배려들이 너무 감사할 뿐이다.

이 직장동료 아내분도 차(TEA)를 너무 좋아하고, 본인도 좋아한다고 한다.

가족들이랑 함께 즐기라고 선물해드렸다.

나중에는 더 좋은걸로 또 선물해야겠다.



나머지 여가 시간에는,

런닝, 영어공부, 유튜브시청, 걷기

이게 끝이다.

내 31년 인생 중 최초로 단조롭고 심심한 일상인데

최고로 풍요로움과 감사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다.

물론 반대로, 힘든 일이 있을때도 많다.

최근에는 나만의 경계를 바깥에 드러내는 일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꽤나 힘든 나만의 알까기를 했고, 한 발자국 성장했다.


하루 하루, 모든 순간들이 다 선물이라는 걸

나는 명확하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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