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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by 이채이

나는 호주에서 포크리프트 드라이버 일을 하고 있다.

나이트 시프트가 끝나고 아침에 잠을 자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침에 자도 잠도 잘자고, 먹을것도 건강하게 만들어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영양제도 잘 챙겨먹고, 내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을 계속 돌봐주며 지내고 있다.


근데 며칠 전,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부정적인 내 사고 회로를 발견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작스럽게 곧 들어올 급여 걱정을 했다.

며칠전 에이전시에서 제공하는 출퇴근 앱에 ‘출퇴근 버튼’을 안눌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전시 메일로 연락을 했고, 다행히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그걸 해결하고 나서

폰카메라로 비디오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카메라 초점이 안맞고, 가로로 변경도 안되는 것이다.

얼마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하라는 알람을 봤다. 업데이트 해야 해서 그런가 싶어서 다시한번 알람을 확인했다. 그리고 카메라 세팅에 대한 업데이트도 포함되어있다는걸 확인했다.

업데이트를 하는 도중에도 ‘아, 업데이트 하다가 폰 벽돌되면 어떻게 하지? 고장나면 골치아파지는데.. ’

하는 머릿속 속삭임이 들린다. 그리고 몸이 긴장 모드로 들어갔다.

하지만, 업데이트는 빠르게 잘 되었고, 그 후에 폰카메라도 잘 작동했다.


모든게 다 잘 해결되고 나서

또 갑자기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다.

(한 고용주 밑에 6개월 동안 일 할 수 있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법률)

3개월 후에 한국에 들어갔다가 그 다음에 호주 다시 와서 무슨 일하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또 나를 묶어둔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영어 실력에 대한 고찰이 시작된다.

나는 내 템포와 내 성격에 맞게 하루에 1시간 30분씩 좋아하는 영어책을 소리내어 읽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부족한 내 영어 실력에 불안감을 느껴 유튜브로 영어공부법 다시 찾아본다.

아마존프라임을 또 재 가입해서 하루종일 틀어놓을 미드를 찾아본다.


이 모든 생각들이 내가 깨어있는 낮시간 동안 다 일어났다.

마치 ‘더 불안해할 거 없나?’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았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순간에 내게 주어진 평온’에 온전히 있지 못했다.

31년 동안 한번도 제대로 된 일상 속 평온이라는 걸 느껴본 적 없는 나는,

계속 나에게 익숙했던 불안을 찾아서 그걸 원동력 혹은 앞으로 나아가는 발판이라고 착각했다.


적당한 불안감은 나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지만,

지금의 내 사고 회로는 현재의 삶을 사는 것을 망치고 있는 거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건강한 불안감도 아니였다.

이렇게 내 하루가 ‘쓸데없는 불안’으로 물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미래에 나는 오늘을 ‘불안한 하루’라고 기억하겠지.


이러한 자각이 있고 나서 나름대로 충격을 먹었지만,

이상하게 머리가 고요해졌다.

그리고 다시 0으로 돌아왔다.

‘그냥.. 그냥 살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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