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나는 아이스크림

by 한재민


태양이 중천에 떠있다. 여름도 아닌데 바람이 없어서 매우 덥게만 느껴진다. 중천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우거진 나무 아래 벤치뿐이다.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옷이 다 젖을 뻔했다. 한 달 가까이 여행하던 터라 짐이 많았는데, 오죽 더웠으면 짐을 놓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벤치에 잠시 앉아있는 동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한결 나아진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상점에서 젤라또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곧장 달려가 젤라또 하나를 주문했다. 아이스크림을 받자마자 기분 탓인지 금세 시원해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분크림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얼굴 전체가 땀으로 촉촉한 상태였는데, 좋아하는 바닐라맛 젤라또를 받자마자 살랑살랑 봄바람에 말리듯 귀여운 속도로 땀이 쏙 들어갔다. 이 타이밍에서 첫 번째 웃음이 났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입 가득 밀어 넣으며 츄르릅 소리까지 내고 나니 약풍에서 중풍으로 바꾼 것처럼 한결 더 시원해진다.

이렇게나 시원하고 맛있는 바닐라에 정신이 팔려있던 나를 발견한 다음, 옆에 있던 내 아내에게 시선을 옮겼다. 아내도 역시 본인이 좋아하는 쌀맛의 젤라또를 들고 정신이 팔려있다. 물론 콧등에 맺혀있던 송골송골 땀방울도 온데간데없다. 잠시 바라보고 있던 그때 다시 한번 터져버린 웃음. 아내가 급하게 한입 더 베어 무는 순간, 아이스크림이 그녀의 얇은 윗입술을 넘어 코끝에까지 묻어버렸다. 각자 한 손에는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든 채로, 우리는 둘 다 기어코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