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by 한재민


주변 사람 중에 꼭 한 명씩 있을 것 같은 떠올리기 쉬운 외모인지 닮은꼴 지인이 많다. 하지만 아직 도플갱어라 할 만큼의 대상은 만난 적 없다. 동명이인은 닮은꼴보다 발견 확률이 높지만 생각보다 내 이름과 똑같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평범한 이름이기에 언제나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이겠거니, 어딘가에 있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괌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와 이름 석 자가 똑같은 손님을 만났다.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주문하신 내역이 맞는지 승객 성함과 좌석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동명이인이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승객의 이름은 한재민, 그는 두 자녀의 아버지였다.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만나봤던 ‘아버지 한재민’의 모습이었다. 지금의 나와는 매우 다른 삶의 형태를 살고 있는 ‘한재민’을 목격했던 경험이기에 그 만남 자체로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는 좋은 인상을 지니고 있었고 자상함이 행동에 묻어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로 두 자녀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있었고, 이어서 나에게 반가운 인사말을 건네주셨다. 주문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아버지 한재민께 다가갔다. 확인하는 동안 장난과 호기심이 발동해서 저도 이름이 손님과 같다고 넌지시 말했더니, 옆에 앉아있던 어린 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네 살 인생에 이런 적은 처음이라는 것처럼 신기하게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재미있던지 놀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의 미래를 상상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이름이 서로 만나 특별하다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었던 날이었고, 건강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 동명이인들 덕분에 감히 나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 세상의 ‘한재민’들에게 건강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