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이은 가족 소개로 머릿속이 복잡할 꿈별이
가족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도 복잡하지?
그래도 아빠는 외동이라서 꿈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만 먼저 알아가면 돼.
엄마는 엄마의 엄마, 엄마의 아빠, 엄마의 언니, 엄마 언니의 남편, 언니와 남편 사이 두 명의 딸까지 알아야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복잡한지 몰라. 그렇지만 아빠도 여전히 엄마의 가족에 대해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꿈별이도 천천히 알아가면 된단다. 마음 느긋하게 다잡고 한번 시작해보자.
오늘은 꿈별이에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소개해주려 해. 엄마의 아빠, 엄마의 엄마란다. 두 분 모두 전라남도 광양에 살고 계셔. 외할아버지는 표현이 많으신 분이야. 엄마는 항상 그렇게 말해. 아빠가 사랑 표현을 잘하셨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도 표현이 많은 것 같다고. 외할아버지는 사회생활의 달인(?) 같아. 좋은 일, 좋지 않은 일 구분할 거 없이 주변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서 챙겨주고 도와주는 것 같아. 외할아버지가 평소에 가족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도 얼마나 잘 살아오셨는지 짐작할 수 있어. 아이를 좋아하시고 특히 작은 딸(꿈별이 엄마)을 정말 좋아하시는데 그 이유는 엄마가 외할아버지를 쏙 빼닮았어. 가까이에서 봐도 멀리서 봐도 그냥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핸드폰은 꼭 아이폰을 사용하셔.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챙겨 드시고 아침 식사 후에는 꼭 블랙커피를 한 잔 마시셔. 정리 정돈하시는 능력이 엄청나셔. 깔끔하고 완벽한 성격이 청소나 정리하는 부분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 뭔가를 이루거나 해냈을 때 그걸 눈에 보이게 드러내고 표현해서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잘하시는 것 같아. 예를 들어, 엄마가 학창 시절 학교에서 상을 받아오거나 이루어 낸 것을 가시적으로 잘 만들고 나열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셔. 사랑하는 사람의 일대기를 잘 기록해주신다랄까. 그래서 꿈별이 사촌 언니들이 외할아버지의 표현으로 자신감을 얻으면서 자라고 있어. 언젠가 꿈별이의 일대기도 함께 다뤄주시겠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목욕을 좋아하셔서 목욕탕에 정말 자주 가셔. 아빠는 목욕을 일 년에 몇 번 갔는지 셀 수 있을 정도인데, 외할아버지는 일주일에 몇 번씩 가시는 것 같아.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못 가서 아쉬워하셔. 게다가 식물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가꾸셔. 이건 정말 엄청난 초능력이야. 아빠랑 엄마가 키우던 식물 중에서 생기를 잃고 비실비실하던 것도 외할아버지 손길이 닿으면 기적처럼 되살아나. 식물의 터전도 어떤 곳에서보다 예쁘게 만들어주신단다. 엄마가 워낙 식물을 좋아해서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광양에 놀러 갈 때면 가져갈 수 있도록 예쁜 식물을 키워두고 계셔. 꿈별이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예쁜 식물 많이 봤을 텐데, 그중 절반 이상은 외할아버지 손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라고 보면 돼.
외할머니는 아마도 꿈별이의 의견을 누구보다 존중해주시는 분일 거야. 마음과 정신이 맑고 열려있는 분이셔. 엄마의 외모가 외할아버지를 닮았다면, 엄마의 정신은 외할머니를 쏙 빼닮았어. 외할머니는 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다. 응원한다. 해보는 게 중요하다. 그럴 수도 있다.' 등등 긍정적이고 열려 있는 말을 하셔. 정말 좋은 인상을 가지셨고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이 가득하셔. 본인이 맡은 역할이 있을 때 절대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해결하려 하셔. 자립심이 강하시지. 지금도 일을 하고 계시고, 하루가 다르게 계속해서 발전하고 나아가시는 분 같단다. 엄마도 외할머니처럼 자기 계발이라던가 자기 삶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을 건강하게 지니고 있어. 아빠는 꿈별이의 성별이 딸이라는 걸 알았을 때 가장 먼저 기쁘고 안도감이 들었던 이유는 너의 엄마를 잘 알기 때문이었어. 네가 엄마랑 비슷한 외모와 성격을 가지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나 기대하는 마음이 있어서라기보다 엄마의 건강한 생각과 삶을 보고 배우며 너 역시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였어. 그리고 외할머니는 박학다식하셔. 살고 계시는 지역에 대한 역사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알고 계시고 식물에 대해 모르는 게 거의 없으셔. 이건 어떤 꽃이고 저건 어떤 풀이고 이건 어떤 나무이고 저건 어떤 열매라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셔. 외할머니는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잘하시는 초능력이 있으셔. 도자기도 잘 만드시고, 뜨개질도 잘하시고, 요리도 잘하셔.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주전부리를 직접 만드시는데 모든 게 보는 재미도 있고 새로운 맛도 있어. 아빠는 외할머니댁에 방문해서 이런 주전부리를 먹으면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랑 수다 떠는 게 즐거워. 집에서 쉬실 때는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다가 잠드시곤 하셔. 이런 모습도 어찌나 사랑스러우신지 몰라. 다도를 좋아하셔. 다도는 차를 달여 손님과 함께 마시는 예법을 의미하는데 조금 더 유연하게 표현해서 지인들과 차를 직접 내려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셔. 아빠도 처음에는 커피도 차도 잘 마시지 않았었는데 점점 커피나 차를 내리는 과정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면서 즐기고 있어. 외할머니는 대화를 잘하시는데 나중에 꿈별이가 말을 할 때도 귀담아 들어주고 대답해주실 거야.
엄마의 언니와 형부를 꿈별이는 이모, 이모부라고 불러. 이모는 엄마랑 정말 닮았는데 또 느낌은 정말 달라. 꿈별이가 처음에는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이모부는 일단 잘생겼고, 키도 크고, 똑똑하고, 가정적이셔. 두 분이 정말 잘 어울리셔. 이모 이모부 모두 호기심이 많고, 질문을 적절하게 잘하시고,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해소가 될 때까지 찾아보셔. 이건 엄마도 비슷한 부분이야. 그리고 두 딸이 있는데 정말 두 분을 판박이처럼 닮았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꿈별이한테는 사촌언니들이야. 아빠 생각인데 우리 꿈별이가 두 언니들한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지역에 살고 계시는 이모 이모부 댁에 엄마 아빠도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내려 하고 있어. 외동으로 자란 아빠는 이런 관계가 어색하다기보다 새롭게 느껴지고 새롭기 때문에 더 기다려지고 즐거운 시간 같아.
꿈별이가 태어나기 전에 설날이 있어서 광양에 다녀올 예정인데, 그때 뱃속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목소리를 귀담아들어보렴. 엄마를 낳고 사랑으로 보살펴주시고 키워주신 엄마의 부모님이야. 두 장의 편지로 아빠의 부모님과 엄마의 부모님에 대한 소개를 충분히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꿈별이가 우리 가족에 대해서 이만큼은 알고 마음을 열고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봤어. 우리는 다 같이 꿈별이가 건강하게 찾아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처음에는 꿈별이라는 이름도 어색하고 부르는 것도 어색했는데, 이제는 꿈별이 아빠 꿈별이 엄마 소리를 듣고 우리 입으로도 꿈별이를 직접 언급하며 소개하다 보니 너무나도 애정하고 익숙해졌다. 예정일이 어느새 대략 80일 정도 남은 것 같아. 그때까지 엄마랑 아빠랑 많이 웃고 행복한 시간 보내면서 더 많이 친해지자. 꽤나 길었던 가족 소개를 귀담아 들어줘서 고마워 꿈별아.
from.
2021년 01월 08일/ 28주 1일 8개월 / 가족을 빼고선 설명할 수 없는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