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꼭 해야 하는 바쁜 일정을 생각하며 여유 없이 아침을 맞이하였다. 눈을 떴으니 부지런히 해보자며 빨래를 돌리며 아침을 시작했다. 요란한 세탁기 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더 급해졌다. 아침을 대충 차리고 급하게 먹은 다음, 나갈 채비를 했다. 외출할 때가 되니 빨래도 마무리되었고, 곧장 건조대에 옷과 수건을 널어두었다. 나가기 전, 빠트린 물건이 있을까 확인했다. 역시 빠트린 물건이 있었다. 꽉 찬 종량제 봉투를 놓고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다시 챙겨 밖으로 나섰다. 밖은 가을이 왔음을 알렸다. 선선했고, 녹색 빛에 붉은 기운이 함께 스며있었다. 괜스레 빠르게 흐른 세월이 느껴졌다. 종량제 봉투를 버리고 경비실 주변을 걷는데, 사다리 위에 올라가 가지치기를 하고 계신 아저씨를 봤다. 새벽부터 정신없었던 나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느낌이 그랬다. 말없이 가지를 정돈하고 있는 그를 보니 여유가 생겼다. 나의 일과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