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꽃을 사는 이유
나른한 일요일 오전.
평소 자지 못한 잠을 실컷 자겠노라 마음먹고 잤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꽃 시장 가자. 꽃 사야 돼~ 갈 거지? 갈 거지? 안 가? 갈 거지? 김 기자 일어나~~~~~~~~"
비글미 넘치는 엄마의 간절한 호소를 눈 한 번 질끈 감고 넘겨버리고 싶었으나, 이미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꽃 시장 어디 있는지 알아?"
나는 물었다. 엄마는 "당연히 모르지~ 네가 데려가는 거 아냐?"라고 말했다.
"네... 제가 모셔야죠" 곧장 기억이 나던 꽃 시장으로 향했다. 앞서 꽃 시장 취재를 위해 한 번 들린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꽃 시장에 도착하니 4층 주차장에서부터 꽃 향기가 넘실댔다.
꽃을 보더니 기분이 좋아진 여사님. 몸을 덩실 거리시며 꽃 시장으로 내려가신다.
형형색색의 꽃을 참 예쁘게도 걸어놓았다. 내 목적은 '사진'. 열심히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댄다.
미세먼지 속에 살아가다 보니 공기 정화 식물에 관심이 많아지셨나 보다. 미세먼지 빨아들이는 식물을 보고선 눈을 못 뗀다.
식물을 좋아하는 여사님 덕에 우리 집엔 늘 꽃과 나무가 넘쳐난다. 하지만 대부분이 '초록 초록'한 녀석들뿐. 빨갛고 노랗고 하얀 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심심한 녀석들이다.
꽃 시장에 도착해서도 나는 내 취향대로 꽃을 피운 아이들을 담아본다.
하지만 여사님은 초록 초록한 녀석들과 선인장을 살펴본다.
요즘에는 이렇게 하트 모양(?) 토끼 귀 모양(?)의 선인장도 나온다. 오래전에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꽃 시장을 너무 오랜만에 가봤다.
이렇게 기다란 선인장도 있다. 선인장 위에 살포시 올려놓은 모자가 point!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엄마님의 꽃 구경은 멈출 줄 모른다.
드디어 꽃구경이 끝났다.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집에 꽃도 많은데 식물을 왜 계속 사는 거야?"
엄마는 덤덤하게 말했다.
"힐링하라고. 스트레스 많이 받잖아. 집에 와서 잠시 꽃 보면서 힐링했으면 좋겠어서…"
엄마에겐 꽃을 사는 이유도 나 때문이었단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냥 엄마가 꽃을 좋아해서. 엄마가 행복해서 꽃을 사는 줄 알았는데. 역시 자식은 부모의 생각을 전부 알 수는 없나 보다.
이런저런 생각을 곱씹다 보니 어느 순간 집에 도착했다.
오늘 산 꽃을 쫙 펼치던 여사님. 한 마디를 던졌다. "자, 찍어!ㅋㅋㅋ"라고.
네네 찍어야죠. 마지막 사진은 오늘의 꽃 지름 샷.
즐거운 주말, 끝.
내일은 출근... 다들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