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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성 기자 Jan 16. 2017

'단독의 시대'

이 기사도 '단독'인가요?

'단독의 시대'가 도래했다. 


'단독'이란 글자를 보면 독자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 이 언론사에서만 볼 수 있는 기사라는 생각에 흥미가 생길까? 


막상 기자에게 타사의 '단독' 기사는 흥밋거리보다는 골칫거리가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지금 하루에 20개가 넘는 단독 기사가 쏟아진다. 기자에게 하루 20개의 '낙종'은 상상할 수 없는 숫자다.


기자들은 타사에서 '단독' 기사가 나오는 것에 물을 먹었다는 표현을 쓴다. 


우스갯소리로 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물 먹는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각사별 전방위 취재가 이루어졌다. 하루에 하나만 낙종을 해도 식은땀이 흘렀는데, 지금은 하루에 나오는 단독을 모두 챙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단독 경쟁으로 인해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저널리즘이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고 본다. 


하지만 경쟁의 폐해 역시 있었다. 무엇이 진짜 '단독' 기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단독 기사를 볼 때면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한다. 좋은 기사를 볼 때면 박수가 절로 나오고, 나 역시 이러한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단독' 같지 않은 기사에 '단독'이란 글자를 붙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단독'이란 글자가 너무나 가볍게 소비되며 그 무게 역시 가벼워지는 상황이 오게 된 것. 


요즘 아침마다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실제 특검 관계자에게 어젯밤 나온 단독 기사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막상 특검 관계자에게 단독의 유무를 확인하다 보면 "오보다", "사실이 아니다", "과장됐다"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된다. 물론, 진짜 의미 있는 단독 기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내 얼굴에 침 뱉기지만 너무나 많은 이상한 '단독' 기사에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단독 같지 않은 단독 기사는 공유되고 널리 퍼지며 의미 있는 기사인양 포장된다. 


과장된 기사면 다행이지만, 오보인 기사가 넘실넘실 SNS를 타고 터져나가는 것을 볼 때면 마음 한편이 너무 무겁고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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