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 시작

by 흑곰

12월 11일 #온코타입x 검사 결과 이후 18일부터 방사선 치료에 들어갔다.

방사선과 선생님은, 5년 전만 하더라도 내 나이의 유방암환자는 이정도 싸이즈 암이 나왔으면 전절제에 백퍼센트 항암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세상 좋아지고 온코타입으로 항암을 비껴가는 좋은 세월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돈 440만원 내고 온 몸의 세포를 죽이는 항암을 비껴갔으니 실익이 있는 거래였다 싶다.


16일에는 사전CT촬영을 하고 몸에 파란색 싸인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왼쪽 겨드랑이 가운데에서 골반으로 향하는 곳 까지 아래로 한 줄 그리고 가슴 앞쪽도 줄을 좍좍 긋는다.

그림이라고 표현하지만 도축된 고기를 어떻게 재단할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할 무렵

오른쪽 겨드랑이에서 허리쪽으로 줄을 그리는데 주책맞게 간지럽다.

간지럽네요 으크크

아 그렇죠. 그런데 움직이시면 안돼요.

라고 한다.

민망하다.

웃으려고 한건 아닌데 말 안하고 웃으면 더 창피하니까 말을 하면서 간지러움을 좀 참으려고 한거다.


차가운 철판 씽크대 위에 누워 사정없이 몸에 그림(?)이라는 잇쁜 이름으로 치장한 재단이 끝날 때 까지

추운데 상의를 홀딱 벗고 두 팔은 섹쉬하게 머리 위로 올린다. 세모를 만든다.

그 어떤 멋진 남자 앞에서도 이런 자세로 있어본적은 없다. 아 억울하다. 이런 모습으로 치욕을 느낄 줄 알았다면 맘에 드는놈한테 이 자세 한 번 보여주는 거였는데.


이렇게 총 20회의 방사선을 시작했다.

16번은 기본량 조사, 마지막 4회는 방사선 대량 조사라고 한다.

육안으로 보이는 부작용은 없는데 브라를 입으니 왼쪽 가슴팍 앞면 전체 겨드랑이 피부가 예민해져서 브라의 봉제선이 닿는 부분이 따끔거리고 아프다.

이만하길 어쩌면 다행인게지.


기막힌 상체의 그림을 어디 보여줄 수도 없고 마음만 궁핍하다.

누가 사가지도 않는 비계도 없고 살집 없는 육고기마냥,

그 흔한 검.자 마크도 받을 수 없는 몸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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