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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Dec 31. 2023

[잡說] JOB이 나를 떠나갔다

prologue. 소중한 월급의 노예에서 강제로 해방되었다!

월급은 소중하다.

흥청망청 쓴 과거의 내게 보호막이 되어준다.

여기저기 갈라져 불안한 나를 안정시키는 안정제가 되어주기도 한다.


다만 나는 끝없이 월급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월급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는 마음의 소리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계속 회사를 다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 아니면 뭘 할지 몰라서, 그래서 월급의 밑에서 살았다.


다음 이야기 속 주인공들도 그러했다.

모두가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끝내 그 안에서 숨 쉬었다.


아름답고 숭고한 대한민국의 루틴


초중고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취업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노후를 맞는다.


그러나 난 자신이 없다.

루틴대로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어느 날 갑자기 월급이 내 손을 놓았다. 놓아줄게 이제,라며.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는데... 얼떨떨했지만 눈물은 안 났다.


멍하게 3주를 보냈다. 여전히 나는 뭘 할지 모르겠다.

다만 기록하고 싶어졌다.


뭘 위해 살고 있는지

나의 무엇을 보고 나의 무엇을 찾고 싶은지

회사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지금 주인공들에게 나를 투영해 보았다.


2023년 12월 31일.


강제로 맞닥뜨린 노예 해방일을 기념하여

프로 기사들이 복기를 통해 패착을 알아내듯

천천히 돌아보며 확인해 보려 한다.


월급에게 다시 충성을 맹세하게 될지

이 땅의 '숭고한 루틴'을 감히 탈출할 수 있을지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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