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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Jul 19. 2015

어머님의 손

우리 어머니는 전라남도에 있는 한 섬에서 태어나셨다. 7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나신 어머니는 초등학교만 나오시고 줄곧 일을 하셨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그게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다른 친구들 부모님은 모두 고등학교도 나오시고 대학도 나오셨는데 공부를 하지 못하신 부모님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께서 성적표에 부모님 의견을 적어오라고 하셨을 때, 글을 잘 못쓰시는 부모님이 부끄러워 부모님께 보여드리지 않고 내가 직접 써서 제출하곤 했다.


어머님은 어렸을 적 일을 하시다 왼손 새끼손가락이 사고로 절단되었다고 하셨다. 그게 농사일을 해서였는지 인천에서 어린나이에 공단에서 일하실 때 였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 손가락 때문에 아버지를 만나셨다고 한다. 어머님이 선을 봤던 남자가 어머님의 손가락을 핑계로 어머님과의 교제를 거절하였고, 그 사실을 속상해하던 이모님과 그 당시 아버님이 일하고 계시던 사진관의 사장님이 이야기하는 걸 아버지가 듣고서는 "사내자식이 뭘 그런걸 갖고 쪼잔하게"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모님은 그 말 한마디에 아버님을 맘에 들어하시고는 어머님을 소개해주셨다고 한다. 


그 후로 가난한 아버님과 어머님은 결혼하시고 어렵게 우리 두 형제를 키우셨다. 어렸을 때는 집에 돈이 없는게 무척이나 부끄러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돈이 없어도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부모님께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머님의 손과 관련해서는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못할 기억이 있다.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어떠한 이유로 인해 잘하던 공부를 손에서 놓고 밴드를 하겠다며 매일 놀기만 했다. 중학교 시절 전교에서 10등안에 들던 어머님의 자랑이었던 나는 전교 600명중 550등을 하는 한심한 아들로 변해 있었고 고2 기말고사 시험기간에도 여전히 철 없이 친구들과 놀고만 있었다. 그 날도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주가던 곱창집에서 친구들과 곱창을 먹고 놀다 집에 늦게 들어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다. (당시 나는 핸드폰이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쪽지만 놓여있었다 


아들 집에 오면 당장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와라

나는 그 길로 바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고 수술실 앞의 아버지를 보고 무슨일이냐며 물었다. 아버지의 상기된 얼굴과 불안해보이는 행동은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났음을 알게 해주었고 떨리는 음성으로 어머니가 크게 다치셨다고 말씀하신 후로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머님은 가게 간판 스위치가 고장나서 주 전원으로 간판 전등을 켜고 끄셨고, 그러시다가 넘어지시면서 차단기함에 손을 베이셨다고 하셨다. 나에게 고쳐달라며 그렇게 이야기하셨던 그 전등 스위치...... 밤새 병원에서 기다리다 장시간의 수술 끝에 어머님이 나오셨고 곧장 잠이드셨다. 그리고 깨어나셨는데.... 날 보자마자 하신 어머님의 말씀을 난 평생 잊어버릴 수가 없다


아들아 시험은 잘 봤니?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그 때의 심정을 말로 표현하긴 너무 어렵다. 왜 그랬을까? 왜 난 어머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왜 난 그 때 친구들과 노닥거리고 있었을까? 왜 난 그렇게 한심하게 살았을까?.... 


그 후로 나는 하루에 3시간 정도씩 잠을 잤던 것 같다. 수학 시험에서 한번도 10점을 넘지 못하던 나는 대학을 가기위해서는 이과로 시험을 치는건 무리라고 생각했고 이과반에서 홀로 문과 수능을 준비했다. 매일 선생님들에게 수업과 다른 공부를 한다고 혼나고 맞으면서도 계속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리고 1년간 총 120점의 수능점수를 올리면서 서울의 4년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제 30대가 되어 한사람의 회사원으로써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난 아직도 어머님의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인으로서 받은 스트레스를 짜증으로 풀어내고 있다. 왜 난 부모님에게 이렇게 잘못하며 사는 것일까? 말 한마디 따뜻하게 못하는 걸까?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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