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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Aug 10. 2015

보통의 연애를 극복하기 위한 사랑의 기술

어떻게 사랑이 변해요

늦은 밤 친한 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벼운 안부인사로부터 시작해서 이별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언제나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가벼운 안부인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꺼내기엔 '이별'이라는 말을 하게 됨으로써 생기는 고통과 아픔의 무게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애는 의사의 합치로 이루어지지만 이별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애의 온도와 타이밍은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 해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뜨거운 사람은 조금 더 아프게 됩니다. 뜨거운 사람은 차가운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미적지근한 온도 만이라도 보여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나를 사랑한다는 표현만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작은 소망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차가운 사람도 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끓어오르길 바라는 차가운 사람은 그 고점이 왔을 때는 뜨거운 사람보다 더 뜨겁습니다. 한번 끓기 어려운 뚝배기가 끓으면 다시 식지 않는 것처럼 차가운 사람은 그저 조금 더 천천히 온도를 올리고 싶을 뿐입니다.


보통의 연애의 마지막은 바람과 같은 드라마틱한 이유로 끝나지 않는다.

이별 후 친구들을 만나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못된 사람이었는지 한참을 토로해 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커다란 사건과 같은 일들은 극히 드물고 보통 온도차로 인해 쌓인 앙금으로 별 것 아닌 이유로 끝이 납니다.  정말 너무나도 허무한 이유라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고, 돌아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사소한 이유들..

우리는 서로에게 나쁜 사람이 아닌 그저 온도차를 줄이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가장 친한 친구를 잃는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연인만큼 자기의 밑바닥까지 내보인 사람이 또 있을까요? 가족에게도 하지 못할 말들과 비참한 모습과 지질하고 쪼잔한 나의 모습까지 보여준 사람. 슬프고 힘들 때, 기쁘고 즐거울 때를 모두 공유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입니다. 어릴 적 좋아하던 만화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도 우린 친구를 잃었다는 생각에 눈물짓곤 했습니다. 하물며 만화 프로그램조차 그런데 연인을 잃는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그 아픔으로 인해 다시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작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젊은 날의 대부분을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공부하고 스펙을 쌓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야 할 동반자를 찾기 위한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아마 좋은 직장을 찾는 시간의 1/100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쁜 외모를 위해 피부 관리도 하고 남자의 경우 헬스클럽을 찾아 매일  한두 시간 씩 몸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좋은 피부와 멋진 몸매도 연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감정의 컨트롤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에리히 프롬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들이 이 목적을 추구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남자들이 특히 애용하는 방법은 성공해서 자신의 지위의 사회적 한계가 허용하는 한 권력을 장악하고 돈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여성이 애용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몸을 가꾸고 치장을 하는 등 매력을 갖추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 사랑의 기술 中

사랑의 구성 요소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구성요소로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랑은 받는다는 개념이 아닌 준다는 개념이 강하며, 모두가 위의 네 가지 구성요소를 지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여기서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존경한다는 것은 그를 ‘알지’ 못하고는 불가능합니다. 사랑의 요소로서 지식은 상대에 대한 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상대가 표면적으로 화를 냈다고 해도 그에게 관심을 갖고 그를 잘 알게 된다면 그의 분노나 노여움이 일어나는 근원을 알게 됩니다. 그가 비록 화를 내었다고 할지라도 그 분노가 불안과 근심과 죄책감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기 때문에, 그를 화낸 사람이라기보다 괴로워하는 사람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내가 이 사람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면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사랑의 붕괴
근대 자본주의는 원활하게 집단적으로 협력하는 사람들, 더욱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 그 취미가 표준화되고 쉽게 영향 받고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근대 자본주의는 권위나 원리, 또는 양심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독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즐거이 명령에 따르고 그들에게 기대되는 일을 하고 마찰 없이 사회 기구에 순응하는 사람들, 폭력 없이 관리되고 지도자 없이  인도되고 목적 없이 - 좋은 것을 만들어내고 계속 움직이고 기능을 다하고 곧바로 나간다는 목적 이외에는-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에리히 프롬 - 사랑의 기술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의 붕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이 저서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결국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획일화하고 그렇게 획일화된 사람들이 느끼는 '결핍'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상대방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모르는 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주변의 목소리에 흔들리고 여러 가지 허상에 상대방을 투영하고 그 기준에 못 미쳤을 때,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옅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상대방에게서 보는 결점은 결국 자신의 결점을 보는 것입니다. 좋은 인문학 서적을 읽고 여행을 가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그 사람들의 성장 과정과 배경을 통해 그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자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고,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는 기술(힘)이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현대인들이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 힘든 시대에
인문학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매거진을 통해 가볍게 볼 수 있는 2시간짜리 영화를 소개드리며
삶의 많은 질문들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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