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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스터디 Nov 15. 2017

태초에 디지털이 있었다.

2018년 디지털마케팅 전략 수립전 읽어봄직한

지금 손에 있는 핸드폰이 블랙아웃 되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친구의 전화번호를 기억하는가? 이번 달에 계획된 일들을 기억하는가? 약속 장소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가? 이 대답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이미 당신은 디지털 프렌들리 인간이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였고 날이 지니 어둠이 되었다. 하늘과 땅이 있고 해와 달이 있고 남자와 여자가 있고 어른과 아이가 있고 선과 악이 있고 좋음과 싫음이 있다. 세상은 이렇듯 둘로 나뉜 듯 보인다. 정치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지 않은가? 잘못 생각하면 세상은 반대의 2가지 개념이 이루고 있는 거처럼 보인다.

디지털의 등장도 비슷하게 등장했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아날로그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CD의 등장으로 LP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고,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발달한 디지털 기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종이가 사라지고 책이 사라질 거라 했다. 정말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심지어 이런 디지털을 담는 아날로그 물질도 사리지고 있다. 0과 1이 클라우드에 저장되자 CD도 DVD도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 0과 1만 남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디지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을까?  

#디지털기기 의존도 테스트


디지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2016년 마크로밀엠브레인에서 디지털기기 의존도 관련 조사를 하면서 아래 질문을 던졌다.


1. 나는 평소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2. 나는 가끔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3. 나는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 것 같다.

4. 나는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못 살 거 같다.


위 질문에 2개 이상 해당한다면 나의 디지털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조사 대상자 1천 명 중 51.3%가 의존도가 높게 나왔고 당연하게 20대 의존도가 65.2%로 가장 높았다.


<디지털 기기 의존도 조사결과/마크로밀앰브레인>


사실 디지털이 인간의 삶을 매우 편리하게 해 주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디지털의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외우는 전화번호가 회사 번호와 집전화 또는 가족의 전화번호 정도일 것이고 계산서에 서명할 때 빼고 거의 손 글씨를 쓰지 않게 되면서 디지털 치매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이지만 많은 것을 잊고 사는 거 같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디지털의 정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디지털’이란?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반대가 아니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인데 많은 사람들은 아날로그의 반대를 디지털로 오해하고 있다. 디지털은 물성이 0과 1로 설명이 되는 것으로 모든 아날로그는 디지털과 대응한다. 디지털의 특징은 애매모호하지 않고 정밀도가 높다. 색도 없고 무게도 없지만 디지털은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다. 지금 당장 극장에 가서 최신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를 한편 보자. 그 영화에 아날로그는 몇 % 나 될까?


최근에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LP의 부활이나 몰스킨의 인기 등을 언급하며 아날로그의 새로운 유행을 추적하고 그 배경을 분석하였다. 사실 영어 원제는 아날로그의 복수다. 왜 출판 마케팅하시는 분들이 그 좋은 단어를 포기하고^^ 반격으로 톤다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책 제목만 보면 디지털에 탈탈 털린 아날로그가 디지털에게 복수의 칼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디지털이 좋다며 그렇게 디지털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왜 갑자기 아날로그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너무 빠르고 전면적인 디지털 물결이 두려워서였을까? 이 책을 간증하기라도 하듯 한 카드사에서는 핫한 동네 이태원에 바이닐앤플라스틱을 내고 최신 트렌드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또 최근에 인기를 끈 카메라 어플 구닥은 메모리만 충분하다면 무한정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굳이 24장만 찍을 수 있고 3일 후에 사진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사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싸움이 아니다.




다이어리를 받고자 스타벅스 프리퀀시에 집착하는 사람들,

아날로그형 인간인가? 디지털 인간인가?


스타벅스와 몰스킨은 오랫동안 크리스마스 시즌의 강자였다. 사람들은 이 다이어리를 얻기 위해 20잔 가까운 음료를 마셔야 했고 이 스티커를 거래까지 했다. 이 사람들은 아날로그형 인간일까?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스타나 페북에 나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얻었다며 그 과정을 중계하면서 나를 표현하고 있는 디지털 인간이다. 그 디지털 인간의 근간은 결국 아날로그다. 디지털로 점철된 세상에서 디지털이 아닌 것이 보였고 그것이 나를 보여주는 것들로 남과 다른 모습으로 보이길 바라는 아날로그적 욕망이 표출된 것이다.




디지털 세상이 와도 사라지지 않는 아날로그?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이 되면 사라질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들 자체가 아날로와 묶여있기 때문이다. 0과 1로 표현되는 것은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매우 분절적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가늠자는 연속성이다. 인간은 분절적인가 연속적인가? 우리의 삶이 디지털로 표현되고는 있지만 우리의 삶이 분절된 적은 없다. 끊임없는 시간의 흐름 선상에 존재한다. 이런 아날로그형 인간들이 디지털을 만들고 아날로그는 디지털과 다른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디지털로 표현되는 아날로그도 사실 디지털이다. 구닥의 속성은 아날로그지만 디지털로 구현되고 있다. 몰스킨의 감성은 아날로그지만 몰스킨에 쓴 글씨와 그림은 디지털로 저장되기도 한다.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로 보이고 0과 1로 대변되는 디지털로 모든 것이 설명되고 변할 것이라는 정보에 편향되어 있다. 아날로그는 태초부터 있었고 디지털에 밀려 사라진 적도 없다. 숨 가쁘게 달려온 디지털화도 뒤이은 아날로그의 반격도 그 주체는 변함없이 인간이다. 


인간이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좌처럼 디지털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사람들이 인터넷이 무엇인지 채 알기도 전인 1989년 등장하였다. 의체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간이라니 그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물론 인간의 뇌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존재감이 디지털로 표현될지도 모른다. 전뇌가 기억을 기반으로 자신을 정의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관을 만든다고 믿고 싶다.



마케팅에서 디지털은 어떤 모습인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보드에는 마케팅은 디지털이 대세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마케터들도 트래킹이 가능하고 성과가 가시화되는 디지털 마케팅에 대부분의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다. AI 등장하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디지털 마케팅은 당연한 것이고 마케팅 세계의 지분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마케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문해 보면 결국 인간의 감정을 위한 치열한 행위들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디지털 마케팅의 본질인 아날로그를 위해 얼마나 고민해보고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싶다.



마케터는 디지털 언어로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해야 한다


0과 1로 표현되는 좋아요의 숫자나 구매클릭의 숫자나 매출액이 아니라 정말 감정적 만족과 기쁨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날로그는 우리의 인생처럼 끊김이 없는 시간과 같은 것이다. 시간이라고 하니 너무 추상적이지만 우리가 가진 관념들이 다 아날로그다. 사랑, 행복, 기쁨, 슬픔 등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이 아날로그고 우리가 나와 너로 대변되는 상대성도 모두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는 과거이고 현재일 뿐 아니라 미래이기도 하다. 시간이 아날로그인 것처럼... 끊길 수 없는 속성을 가진 것이 아날로그다. 마케터는 디지털 언어로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해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유를 생존이라고 쓰고 있다. 그리고 자식을 낳아 그 자식 역시 성공적으로 생존해가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하게 되고 그 유전자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게 된 것도 디지털의 힘이다. 다만 그 디지털의 힘이 결국 아날로그를 밝혀내고 는 것이다. 영화 Her에서 주인공은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그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컴퓨터 OS, 모든 정보를 0.02초면 분석하는 그 능력이 사랑에 빠지게 한 것일까? <농담이지만 사만다가 스칼렛 요한슨이 아니었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매우 아날로그 한 그녀의 목소리 때문이라고^^> 사만다가 아날로그 한 감정을 건드려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0과 1로 분절된 정보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점과 점을 이어야만 경험이 되고 인간의 아날로그 감정이 연결되어야만 그것이 본질이 된다.

화장실 약이 아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 약을 보여주며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매트릭스로 돌아갈 것인가 놀라운 세상을 경험할 것인지 선택하게 한다. 다 알고서 인간으로 살 것인지... 네오가 선택한 것은 아날로그다.  그 아날로그는 감정과 경험이 쌓인 현실이고 우리는 그 현실에 계속 살고 있다.

당신은 여전히 아날로그 인간이다.





이 글은 마케터&커뮤니케이터들의 모임인 이름없는 스터디의 아날로그 모임에서 발제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디지털 AI라면 잘 정리해서 썼을 텐데 일하느라 정신 쏙 빼 놓은 아날로그 인간이 쓴 글이라 두서없고 맥락 없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냥 한번 생각해보시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 조명광(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https://brunch.co.kr/@clncompany

전직 마케터로 지금은 학교와 기업에서 강의와 컨설팅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으며 2017년 초에 <21일 마케팅>이란 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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