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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스터디 Sep 13. 2018

미디어와 커머스, 그 온도차에 대하여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던 시절은 갔습니다.

어느 날 A가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했다. 머리가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아진 A에게 미용사가 머리를 감겨주며 물었다.

"무릉도원이세요?"

난데없는 질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뭐 파마도 마음에 들고 정성 가득하게 머리를 감겨주는 손길과 향긋한 샴푸 향기도 좋아서 살짝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네? 아.. 네.. ^^^^"

그러자 A의 말에 미용사는 잘못 알아들었다는 듯 재차 물었다.

"무릉도원이시냐고요 ㅎ"

왜 자꾸 이상한 걸 묻지?라고 생각한 A는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하게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무. 릉. 도. 원.이네요"

이에 미용사는 크게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니.. 저는 물 온도 어떠시냐고 물어본 건데..;;;"
(물 온도 어떠세요? = 무릉도원이세요?)


작은 차이지만 서로 생각한 바가 달라 낯 뜨거운 오해를 하게 되었다는 일화다. 왜 이런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 역시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기 때문인데

하나. (미용실의 적당한 물) 온도는 중요하다 (!)
둘. (서로 다른 영역 간의) 온도차를 이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


그렇다.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되는 대통합과 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서로의 온도를 이해하는 마음가짐과 역량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더 이상 (하) 나만 알아서는 안된다.


대통합 평화

        

이 글은 지난 8월 마지막 주에 '5길'에서 진행한 이름없는스터디 시즌2의 발제 중 필자가 던졌던 화두인 '미디어 커머스', 특히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것이다. 다만 어떤 큰 담론이나 주장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단 미디어와 커머스 양쪽 분야의 업계를 모두 경험하고 있는 사람의 견해 정도로만 생각하고 읽어주셨으면 한다. (2016년 피키캐스트에서 라이브 PD 담당, 현재는 티몬 라이브 커머스 개발팀 소속)


미디어 커머스,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조합


사실 '미디어 커머스'라는 단어는 이미 신선하지 않다. 그 기대치가 불과 1년 전에 비해 많이 약해진 (느낌적인) 느낌이다. 만약 이 주제로 1년 전에 발제를 했으면 좀 더 관심을 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년 동안 미디어 커머스를 표방한 많은 서비스들이 생겼다가 없어졌는데 이것은 왜 때문일까?


다소 식상한 주제;


지난 몇 년간 미디어에 커머스를 접목하거나 그 반대로 활용하는 기업과 브랜드는 많았지만 이는 실제 수익창출보다는 인지도나 사용자 참여도를 높이는 수준이었다. 이는 '미디어'와 '커머스'가 가진 온도차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억지로 끼워 맞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온도차를 극복, 혹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우선 '미디어'와 '커머스', 각 영역의 정의를 단순하게 내리고 시작해보자.


미디어 = 콘텐츠를 유통
커머스 = 상품을 유통


기업이 돈을 벌려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아 이윤을 발생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사실 혹은 대상을 알리고 팔아야만 한다. 전통적인 유통환경에서는 마케팅은 미디어에서, 판매는 커머스 매장에서 실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즉 TV를 보다가, 신문을 읽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구매를 할 수 없고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얻을 수 있는 정보원은 직원의 추천이나 카탈로그, 홍보용 POP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방법도 이유도 없어 보였다.


그런 두 영역의 유통시장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으니,


두근두근


하나. 콘텐츠 유통(미디어)의 진화

- 소셜미디어가 진화하면서 레거시 미디어와는 다르게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

- 급속한 기술발전을 토대로 텍스트 - 이미지 - 동영상 - 라이브로 이어지는 콘텐츠 포맷이 점차 다양해짐

- 콘텐츠를 보고 바로 상품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이 점점 간편해지고 있음

>> 미디어 분야에서 광고 외 수익모델로 커머스를 시도


둘. 상품 유통(커머스)의 진화

- 오프라인 - 온라인 - 모바일 순으로 주요 유통 채널이 변하면서 구매접점과 시간은 늘어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짐

-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SA(Search AD), DA(Display AD), 가격비교, 콘텐츠 등으로부터 유입경로가 다양해짐

- 상품 자체가 많아지면서 큐레이션이 필요해짐

>> 커머스 분야에서 콘텐츠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미디어의 영역을 침범


요컨대 미디어 분야에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하고, 커머스 분야에서는 콘텐츠를 통한 접점 확대가 중요해지면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것이다.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니가 될 수 있었던 소중한 (..)


그러나 올바른 이해 없이 무작정 수용하는 이 모습은 마치 롯데월드에서 가판 깔고 옷 팔고 (갑자기??) 이마트에서 드라마 보여주는 느낌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각 영역에 진입한 유저들의 기대와 목적이 다른데 그 온도차를 무시한 채 기존의 화법대로 문제를 푸니 효율이 나기 힘들 수밖에.


뜨끔..


가령, 필자가 몸담았던 콘텐츠 플랫폼 '피키캐스트'에서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커머스를 시도했지만 의미 있는 구매전환을 이끌어내기가 힘들었다. 적절한 타깃 설정, 매력 있는 상품 경쟁력, 매끄러운 구매 경험 모두 기존의 커머스보다 강점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저 재밌게 만들면 상품도 많이 팔릴 줄 알았다.


경기도 오산이었다


이와 반대로, 현재 직장인 커머스 플랫폼 '티몬'에서는 상품에 대한 소개, 팁, 혹은 웹드라마 등 동영상만을 모아둔 매장을 따로 만들었지만 이는 마치 유튜브에서 스킵하는 광고 영상만을 모아둔 듯한 매력 없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찾는 유저는 많지 않았고, 당연히 그 효율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거기 누구 없소?


티몬이 찾은 미디어커머스의 첫 번째 해답


그래서 티몬은 동영상 매장의 다음 단계였던 '라이브'를 빠르게 만들어보고 시도해보기로 했다. 고객의 관심을 유도하고 즉각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라이브가 새로운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 중국에서는 이미 모구지에(www.mogujie.com - 타이틀의 이미지가 모구지에 사이트의 메인 화면)라는 C2C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었고,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익스프레스도 새로운 라이브 커머스를 출시하며 한 번의 생방송 동안 백만 명의 시청자 당 32만 개의 상품을 판매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또한 TV 홈쇼핑이라는 라이브 커머스의 성공사례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기대는 이전보다 컸다.


그렇게 티몬의 라이브 커머스 TVON Live가 세상에 나왔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방송 매출 1억을 넘기는 방송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찾는 파트너도, 업계의 관심도 쏟아졌다. 작년 9월 론칭 시점부터 현재 기준으로 약 300회 이상의 방송을 진행했고 올해 안에 일 10개 이상의 방송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놓치지 말아 주세요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고 있는 TVON Live는 미디어와 커머스 사이의 온도차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하고 있을지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여 정리해봤다.


하나. "좋은 상품을 좋은 가격과 좋은 혜택으로"

좋은 상품과 가격은 당연하게도 커머스의 가장 기본적인 구매유도 요인이다. 그래서 TVON Live는 이 기본부터 지켜야 했다. 우선 라이브라는 포맷이 가진 매력도가 컸기 때문에 기존에 소싱하지 못했던 좋은 상품들을 입점시키는 것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상품과 더불어 라이브 시간 혹은 당일에만 줄 수 있는 혜택을 제공,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라이브 방송에서만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시청자를 유입 및 유지시켜 결국 구매까지 이루어 내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둘. "들어올 땐 맘대로 들어와도 나갈 땐 아니지"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모르면 무슨 소용이랴. TVON Live는 우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할 수 있도록 티몬 유저들에게 라이브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진입시켜야 했다. 우선 라이브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홈 영역에서 팝업을 통해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이후 알림 신청이 가능한 편성표, 다양한 영역에서의 컴포넌트를 추가하며 그 진입 점점을 넓히는데 힘을 쏟았다. 그 이후 퍼널 과정에서도 이탈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서비스와 콘텐츠 영역에서 모두 고민했다.


셋. "지금, 우리, 여기 세 단어면 돼요"

라이브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품에 대해 궁금한 것 투성인 잠재고객들에게 전문가와의 실시간 소통은 편리함을 넘어 신뢰도까지 향상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고객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상품이나 방송 개선에 큰 도움을 받기도 한다.


더불어, 이 의미 있는 성과와 반응들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흘리는 피, 땀, 눈물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리스펙!


주륵 주륵


미디어 커머스의 넥스트는 무엇일까?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장에서 넥스트에 대한 고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발제가 끝난 후엔 '커머스의 넥스트'에 대해서 스터디원들과 논의할 시간을 가졌다만 지금은 미디어 커머스에 한정해 생각해보자.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는 '커머스'에 좀 더 방점을 두고 '미디어'의 범위가 현재의 '콘텐츠' 단계에서 '사람'으로 확장될 것이라 예상한다. 현재 콘텐츠가 하는 역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각 영역의 온도차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과 역량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 커머스에 제한하여 이야기했지만 이건 마치 하루에도 수없이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상대방을 무작정 나에게 맞추려 하기보다는 각자의 온도를 존중하는 지혜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자.



글쓴이 : 정선훈​ (티몬 신사업개발랩 매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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