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팁은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고.
남녀관계(꼭 사랑의 형태를 남녀로 한정 짓는 건 아니지만)를 어떻게 보면
모든 관계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직업을 구하는 일 = 짝을 찾는 일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내 이상형에 맞는 상대를 찾는 것처럼
내 조건에 맞는 회사(or직원)를 찾는 것
퇴사하는 것 = 이별하는 것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서, 나에게 더 이상 행복을 줄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이 생겨서 등등의 이유로 헤어지는 것처럼
이 일이 더 이상 재미없어서, 더 이상 행복을 주지 않아서,
다른 회사가 생겨서 등등의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곤 하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요.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연애나 일이나 사실 비슷하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소개팅에 조금 빗대어 광고주 혹은 소비자들에게
콘텐츠로 100프로 애프터를 받는 꿀팁을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패션 매거진에서 디지털 에디터를 하고 있습니다.
나름 한때 ATL의 대명사라고 불렸던 잡지에서 기사를 쓰는 일을 하지만
이제는 지면보다는 힘이 디지털로 많이 이 옮겨가고 있어요.
이제는 디지털이죠. 아마 모든 기업이 그럴 거예요. 저희 매거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광고도 지면보다 디지털이 많이 들어오고요. 일의 중요성도 많이 바뀌고 있어요.
특히 인스타그램을 콘텐츠의 창구로 쓰는 경우도 최근 1년 사이에 부쩍 는 것 같아요.
저희 매거진 계정만 해도 작년에 30만을 돌파했던 인스타 계정이
1년 새 130만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게 되었거든요(제가 담당하고 있어서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을게요)
디지털 에디터는 주로 기사를 작성하고 기사를 작성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정말 쓰고 싶은 기사와 써야 해서(돈을 받았기 때문에) 쓰는 기사를 작성하죠. 네, 여러분이 아시는 에디토리얼과 애드버토리얼입니다.
요즘 SNS 콘텐츠용 애드버토리얼, 즉 브랜디드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요.
전 뷰티 콘텐츠를 주로 만들고 있는데 뷰티업계가 이런 것들이 특히 많죠.
제품을 테스트해보거나 만져보거나 품평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다 같은 거 아니냐고요?ㅎ.. 달라요.. 암튼 달라요)
이 얘기를 왜 하냐면요.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광고주가 어떻게 나를 다시 찾게 만드는가, 이건 되게 중요한 문제예요. 건 바이 건으로 돈을 받는(제가 아니라 회사가) 업무는 얼마나 많은 일거리를 따오냐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잖아요. 여러분이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모두가 비슷할 겁니다. 나를 또 찾게 만드는 것은 결국 애프터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겠어요?
광고주가 원하는 건 결국 브랜드가 말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광고처럼 안 느끼고 콘텐츠로 잘 만들어 낼 수 있는가입니다. 브랜드가 직접 이 제품은 @#%@%라서 좋아 써볼래? 가 아닌 그 제품을 써보고 잘 아는'타인'이 말하는 브랜드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거죠. 그것도 광고인걸 사람들이 안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지만요. 사실 그렇잖아요. 브랜디드 콘텐츠는 광고임을 알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달까?
이런 브랜디드 콘텐츠를 통해 우리가 꼬셔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광고주? 소비자? 아니면 광고주의 경쟁사?
사실 그 콘텐츠를 읽는 사람 전부입니다.
어쩌면 타깃은 굉장히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다시 보고 싶은 브랜디드 콘텐츠, 알리고 싶은 브랜디드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까요?
마케팅 수업의 자료로도 자주 사용되는 이 책,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에서 조나 버거는 여섯 가지 원칙을 언급합니다.
Social currency 소셜 화폐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는 것에 주목한다
Triggers 계기
머릿속에 떠올라야 입 밖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Emotion 감정
마음을 움직이면 공유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Public 대중성
눈에 띄는 것은 입소문이 난다
Practical Value 실용적 가치
유용한 정보에 반응한다
Stories 이야기성
흥미로운 이야기 속 가치 있는 정보를 기억한다
이 여섯 가지 원칙 중 다섯 가지를 콘텐츠에 적용시켜 볼게요. 사실 어쩌면 굉장히 당연한 말일지도 몰라요.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지도 모르고요.
1) 소셜화폐 - 트렌드를 쫓으세요
사람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는 것에 주목한다고 하죠. 사람들이 자랑하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만드세요. 어떤 점에서의 자랑이냐면, 내가 이런 것도 알아, 이게 요즘 트렌드라며? 할 수 있는 콘텐츠들요. 예를 들면 이걸 내가 페이스북 피드에 공유했을 때 사람들이 날 이런 거에 관심 있고 이런 것도 놓치지 않고 아는 사람이야. 이게 요즘 유행 아니야?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라는 거죠. 모임에서 이 콘텐츠를 안다고/ 혹은 봤다고 했을 때 오~ 하는 반응이 나오게 만들라는 거죠.
2) 실용적 가치 - 믿을 만한 사람이 되세요
고리타분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믿을 만한 사람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판단합니다. 아직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다거나 제품을 많이 사용해보는 유투버들이 사용하는 것을 믿고 산다거나 하는 거죠.
3) 대중성 - 예쁘면 됩니다
우리는 아기 때부터 미와 추를 구분할 줄 안다고 하죠. 예쁜 것을 쫓는 것은 선천적인 본능입니다. 예쁘고 정성스럽게 만든 콘텐츠는 누구나 다시 한번 보게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답니다.
4) 스토리 - 콘텐츠에 스토리를 담으세요
제가 유일하게 보는 웹툰이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인데요. 웹툰을 열심히 보다 보면 이렇게 PPL이 갑툭튀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 왜 흐름 깨지게 광고를 넣고 그래요 라고 하지 않죠. '그래 우리 형도 먹고살아야지' '자 여기서 이 책 보고 싶다고 댓글 달면 되는 거지?'라는 반응을 보이죠. 이야기가 재미있고 보고 싶은 스토리에 광고를 담았기 때문이에요.
5) 트리거(계기) - 돈을 많이 쓰세요
A는 B이다를 주입시키고 싶다? 사람들 눈에 많이 띄면 됩니다. 눈에 어떻게 많이 띄냐구요? 돈을 쓰세요..
광고비를 많이 집행하면 할수록, 매체를 많이 구입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많이 보고 쉽게 기억합니다.
네. 너무나 당연한 소리 잘 들었고요.
이게 왜 알면서 안되는 걸까요?
이 모든 게 동시에 작용을 해야 한다는 타이밍이 사실 8할이죠.....
유감스럽게도 타이밍은 신의 영역.....
여러분이 TV 보면서도 저 사람 참 재밌는데 안 뜨는 사람들이 있죠? 그건 타이밍의 문제랍니다....
쩜쩜쩜가 길어졌네요...
그건 그렇고 이번엔 제가 앞에서 말한 다섯 가지를 정말 소개팅에 적용해볼까요?
1) 트렌드를 잘 따르세요 (인싸처럼 보이세요)
마케터들이라면 아마 충분히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말하는 트렌드를 잘 따르라는 것은 요즘 핫한 맛집을 안다던가, 요즘 유행하는 전시를 봤다던가, 최근 개봉한 영화를 봤다던가 하는 그렇게 높지 않은 레벨의 트렌드입니다. 얇고 넓은 게 중요하죠. 이 중에 하나가 이야깃거리로 전환될 수 있거든요. 일단 다 던져보세요. 소개팅을 위해 요즘 최신 유행하는 온갖 유행어를 섭렵하는 건 인싸가 되는 노력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글쎄요. 꼭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2) 믿을만한 사람이 되세요 (대화에서 신뢰를 보이세요)
당신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신뢰감을 주는 것입니다. 신뢰감을 주는 요인은 당신의 목소리도 될 수 있고 애티튜드도 될 수 있죠. 직업도 될 수 있고 소개팅을 연결해준 사람과의 관계 등이 될 수 도 있겠네요.
3) 예쁘면 됩니다 (잘생겨도 되지요)
이건...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단기간의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조금 약간 살짝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4) 스토리를 담으세요(‘내가 이런 사람이다’를 재밌게 전달하세요)
소개팅에서 중요한 건 분위기죠. 분위기를 잘 만드는 건 무엇?! 바로 스토리!
제가 올해 여행을 되게 많이 갔는데 그중에서도 최근에 여행으로 몽골을 다녀왔어요. 근데 아니 거기서 낙타를 만난 거예요. 저는 낙타가 혹이 두 개가 있는지 알았거든요? 왜 있잖아요 사막 그림 그릴 때 두 개씩 그리는 혹이요! 근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여기서 당신은 여행을 좋아한다/ 최근엔 독특한 여행지를 다녀왔다 / 동물을 좋아한다
등의 소소한 정보를 재미있게 담았죠.
5) 돈을 많이 쓰세요
재력도 매력 중 하나죠... 밥이라도 사야 하나?
이상 소개팅해본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연애 고자가 부린 오지랖이었습니다.
뭐지? 기승전 소개팅인가? 네 그렇습니다. 결국 소개팅 = 구인구직 = 콘텐츠 다 똑같다 이 말입니다.
뭔 말인지 알면서도 모르겠는 상태죠?
네. 결국 앞서 말한 다섯 가지는 무엇을 말하냐면요.
APPEAL입니다.
소개팅이라면 그 자리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 되겠고요.
콘텐츠라면 말하려고 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 되겠죠?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걸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등등 어떤 형태이던간에요.
고민하세요. 무엇을 어필할 것인지.
어필하고자 하는 대상이 이상이라면 나에 대해서
어필하고자 하는 대상이 광고주/소비자라면 브랜드에 대해서.
그리고 어필하세요.
나에 대해서, 브랜드에 대해서
여러분의 어필이 모두 적중하길 바라며 글은 이만 줄일게요.
여러분, 모두 사랑하세요. 그리고 사랑받으세요.
소비자로부터든 광고주로부터든 애인으로부터든요.
- 글쓴이 : 거기서연
- 그러는 넌 얼마나 잘 만드나 보자 궁금하시다면 https://www.instagram.com/heydontstop/